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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 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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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출범한 지 한 달을 넘겼다. 연이은 승지원·삼성 본관·에버랜드 미술품 창고 · 삼성화재 압수수색과 방대한 계좌 추적, 그리고 삼성 전현직 임원 줄소환으로 바쁜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명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직 2000여 개의 차명의심계좌 중 차명계좌 200여 개만을 확인한 상태인데다 주요 참고인들의 소환일정도 아직 조율 중이다. 특검이 답을 내놓아야 할 수사사안이 너무 광범위해 74일 정도 남은 수사 기간이 빠듯할 지경이다.

그런데 법원이 지난 5일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기 전무와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의 은행계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이재용·이부진 개인계좌가 비자금 계좌라는 소명 부족해"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사무금융연맹 등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불법비리에 관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사무금융연맹 등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삼성의 불법비리에 관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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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계좌추적 과정에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행정소송 수임료가 이재용·이부진씨의 개인계좌에서 수표로 발행돼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흘러간 사실을 포착했다.

삼성SDS BW 사건은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사건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SDS BW 인수 과정을 이 전무의 재산을 불려주기 위한 불법행위로 보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 99년 당시 비상장계열사인 삼성SDS는 새로운 회사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인 BW를 저가에 발행해 이재용 전무와 이부진 상무 등 6명에게 넘겼다. 세무당국은 이를 '증여'로 판단해 BW를 넘겨받은 6명을 대상으로 443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이 전무를 비롯한 6명은 세무당국을 상대로 과세취소 행정소송을 냈는데 현재 삼성의 패소가 확정된 상태다.

또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당시 "김앤장은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전환사채(CB)사건에서는 소송 도중에 약정 외 보너스로 10억원을 요구하여 5억원을 받아갔고, 대선자금 수사시에는 약정된 이상으로 거액을 비자금에서 받아갔다"고 폭로한 바 있어 수표의 출처인 이재용·이부진의 개인계좌가 또 다른 비자금 계좌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5일 "이재용·이부진씨의 개인계좌가 비자금 계좌일 것이라는 소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계좌들을 모두 추적해 보겠다는 특검팀의 영장 청구 취지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탐색적이다"고 기각했다.

법원, 특검의 영장 재청구 받아들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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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기각된 이재용·이부진씨의 은행계좌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11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다시 청구할 계획"이라며 "이재용·이부진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부분에서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특검팀의 영장 재청구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1월 16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개인 집무실인 승지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도 동시에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고 다음날인 15일에 압수수색을 하게 된 이유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심사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법원에서 수첩이나 회계장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사본으로 압수하라고 한다"며 "예를 들어 다이어리 같은 경우에는 쇠철심도 있는데 이걸 어떻게 다 사본으로 압수할 수 있겠냐"고 불만을 터뜨렸었다.

김용철 변호사도 지난달 26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법원이 이재용 전무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펜으로 '죽죽' 그어버렸다, 영장을 걸레로 만들어버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도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구체적 증거를 갖고 압수수색 영장을 소명하는데도 법원이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해 개인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었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를 문란케 한 일 ... 법원 태도 납득 안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지난달 9일 제기동 천주교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인단,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함께 삼성그룹 특검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지난달 9일 제기동 천주교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인단,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함께 삼성그룹 특검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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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인사들의 실망은 컸다. 경제개혁연대의 최한수 팀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원이 삼성 사건에 관한 이해가 부족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특검의 영장 청구 내용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체포나 구속영장과 금융거래내역 확인목적의 영장을 동일하게 봐야 하는가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사실 국세청·금융감독원, 심지어 공직자윤리위원회까지 행정기관은 영장 없이 금융거래내역을 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삼성 사건은 지금 일이 터져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 아니라 10년 전 사건, 짧게는 5~6년이 지난 사건으로 특검이 소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도 "포괄적 압수영장 기각은 원칙이지만 법원이 수사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한택근 사무총장은 "정확한 내용은 영장 내용을 봐야 하지만 지금 정황으로 볼 때 충분히 청구 이유가 소명된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의 태도가 납득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이재용씨는 피의자나 다름 없다"고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법원은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 때부터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일관되게 소극적이었다"며 "법원이 이야기하는 '사생활 보호' 측면이 물론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범죄 혐의 확인보다 앞서는 가치인가"라고 반문했다.

"법원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특정계좌만 찍어 특정내역만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속속 삼성의 범죄혐의가 드러나고 있는데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경제를 문란케 하는 일이다. 혹 재벌총수 3세를 비호하는 것이 아닌가는 의혹이 생긴다."


#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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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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