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에는 TV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거물급 정치인이 잇따라 출연했다. 지난 6일 KBS <아침마당>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부부가 함께 출연했다. 10일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했다.
모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명박 당선인 부부가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이후 대중 매체에 얼굴을 드러낸 일은 처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006년 7월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뒤 첫 TV 나들이였다.
방송사들은 거물급 인사인,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런 만큼 방송사들이 얻은 수익은 짭짤했다. 6일 설 특집 <아침마당>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부부 편은 평균 시청률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오 시장이 출연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는 2주에 걸쳐 방송할 예정이다.
이 당선인 부부가 출연한 KBS <아침마당>은 시종일관 이 당선인 부부의 ‘가정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기업의 간부로서 바쁜 삶을 꾸려왔지만 누구보다 자식과 가정을 잘 챙긴 아버지, 김윤옥 여사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하는 전형적인 어머니로서의 모습만 강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하는 TV 역시 이 당선인 부부의 모습을 비추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문화도시로서 태어나고 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시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 등 홍보성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서울시장의 공관을 공개한 오 시장은 직접 드럼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조각가인 장인 어른의 작품을 감정 물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TV 출연으로 기존의 딱딱한 정치인 이미지를 벗고 ‘진솔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의 TV 출연은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당선인은 BBK 등 대통령선거 전부터 불거진 의혹이 밝혀지지 않아 현재 특검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TV 속의 이 당선인은 ‘인간적인 면모’를 앞세워 이같은 의혹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오 시장은 어떤가. 그는 2006년 서울시장 출마 당시 특정 정당의 후보로 당선됐다. 지금은 4·9 총선 등이 50여 일 남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그에게 ‘호의적인’ TV 출연이 특정 정당의 이미지와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TV는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배재한 채 1시간 남짓한 방송에서 ‘가정적인 아버지인 대통령’,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만 덧쒸운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