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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눈이 내렸네."

살짝 내린 눈이 온 세상을 바꿔놓았다. 많이 내린 눈이 아니어서 본래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니, 더욱 더 경이롭게 보인다. 하얀 눈으로 세상이 모두 다 감춰져버린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본디의 모습은 그것대로 빛을 발하고 있고, 그 위에 살짝 내린 하얀 눈이 싱그럽다.

 

시내에는 눈이 하나도 없었다. 밤사이에 눈이 내렸는지는 모르겠으니,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연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구이면 항가리를 넘어서니, 하얀 세상이 반겨주는 것이다. 거리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눈이 내렸으니, 신기하기도 하였다. 속단하는 일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나무 위에 내린 하얀 눈이 경이로운 얼굴로 다가선다. 초록의 이파리 위에 살짝 살짝 덮여 있는 하얀 눈이 묘한 느낌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마치 보석이 반짝이는 것처럼 우뚝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눈의 마법이요, 자연의 신비로움이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아니었다.

 

명상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거기에 한 가지를 보태라'고 말하였다. 그 글을 읽었을 때에는 무엇을 뜻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내버려 두어라'는 '훼손하지 말라'라는 뜻으로 풀이하였고, '한 가지를 보태라'는 말은 '물질을 보태라'는 말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무 위에 덮인 눈을 보니,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욕심을 내지 마라.'

이런 뜻이 아닐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아닐까? 한 가지를 더 한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기심은 모두 다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나무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기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적이란 사람의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을 뜻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무가 하얀 눈으로 곱게 치장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물이 갈라지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이 기적은 아니다.

 

살짝 내린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그 것도 무엇인가를 소유하려고 하는 욕심을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기 때문에 지옥의 수렁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버리고 순응하게 되면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난다. 행복이라는….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에서


태그:#하얀 , #눈,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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