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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 버린 숭례문
불타 버린 숭례문 ⓒ 권우성
 
 

숭례문

 

태조 7년

관악산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세로로 현판을 썼다는

 

600년 전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았음인가

불에 타 재가 될 줄

이미 알았음인가

 

그래도 비끼지 못한

네 운명

사람이면 스스로

물에라도 뛰어들고

모래라도 뿌리련만

 

금강송 뼈 속까지

타 스러질 때까지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인

네 모습

 

미안하다

정신 차리마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처럼

오똑하니 남은

단단한 석축

 

다 탄 머리 흩은 채

석고대죄 두 눈 부릅뜬

비장한 숭례문

덧붙이는 글 |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숭례문 화재 현장에 갔어요.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하고 비장하여 미안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어요. 숭례문에게 보내는 나의 축문입니다.


#숭례문#시#남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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