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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참여연대 등 전국 330여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참여연대 등 전국 330여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1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 발족식이 열렸다. 오늘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운하백지화'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펼쳐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민행동은 지난 2007년 9월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에 참여했던 181개 단체들이 확대, 발전한 것이다. 1년 전과는 달리 참여 단체 규모가 2배가량 늘어 국민행동에는 생태지평,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대한불교청년회, 가톨릭농민회, 지역 YMCA, 전국운수산업노조 등 모두 33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린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폭탄 복장을 하고 서 있다.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린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폭탄 복장을 하고 서 있다. ⓒ 권우성

공동대표로는 김상화 낙동강 공동체 공동대표, 김인경 생태지평 공동이사장, 김정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 선묵혜자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영자 환경정의 공동대표, 최완택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행사는 여러 퍼포먼스를 곁들여 관심을 끌었다. 마치 축제 분위기였다.

 

풍물패 '터울림'은 '생명을 여는 두드림'이라는 제목의 신명나는 공연으로 발족식의 시작을 알렸고, 밴드 캐비넷 싱어롱즈와 가수 손병휘씨도 이들 단체의 활동을 독려했다.

 

행사에 참여한 200여 명의 참가자 중 일부는 폭탄 인형을 뒤집어 쓰고 "운하는 홍수폭탄", "운하는 세금폭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릴 만년!"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운하로 인해) 잃어버린 만년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인사말을 시작한 윤준하 공동대표는 "(운하를 만들면) 홍수 나는데 안 난다고 하고, 식수가 오염된다는 데 아니라고 하고, 생태보고도 여태까지 안 하고 있는 이런 거짓말쟁이 정치인들이 문제"라며 "이런 거짓 위정자들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하건설에 반대하며 8일째 강을 따라 도보순례 중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지관스님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이날 아침 팔당대교에서 급히 달려왔다는 스님은 "운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도보순례단의 기도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기도와 노력의 힘"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불도저식 공약을 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중들에게 호소했다.

 

이명식 전국운수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도 발언대에 올랐다. 그는 "운하의 특성상 절차가 복잡해서 이것을 이용하는 물동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일부 철도 구간에서 화물철도가 확대될 예정인데 여기에 운하까지 만들어질 경우 물동량에 비해 운송수단의 수가 너무 많아진다"고 말했다.

 

"낙동강에 들어가서라도 막겠다"

 

 김종인 전국운수산업노조 위원장이 운하 건설에 대한 운수노동자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인 전국운수산업노조 위원장이 운하 건설에 대한 운수노동자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이번 행사에는 운하가 건설되는 각 지역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년 전에 이미 현대에서 낙동강 하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부산 시민들 80%가 반대했습니다. 그때 하굿둑 만들면 물 맑아지고 철새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 보니 물은 썩고 새는 오지 않고 물고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굿둑이 이 정도인데 운하는 오죽하겠습니까?"

 

이성근 경부운하저지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덧붙여 "이런 사람한테 외국 언론사에서 환경영웅상을 주다니 너무 웃기지 않냐?"고 말했다. 2006년 <타임>지에서 청계천 복원에 대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상을 준 것을 꼬집는 말이었다.

 

이준경 낙동강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숭례문이 불타고 태안이 신음하고 전 국토가 아파하고 있는 것이 불길하다"고 말했다.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우리도 운하백지화가 될 때까지 계속 현장에서 막겠습니다. 우리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반대해도 안 된다면 낙동강 속이라도 들어가 도롱뇽과 개구리와 수서곤충과 플랑크톤과 손잡고라서도 막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어떤 일을 해서라도 운하건설을 막겠다는 그의 진심이 잘 녹아있던 연설이었다.

 

금강지역 시민단체들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금강운하 백지화국민행동의 송정화 팀장은 "국민의 운하 반대론을 높아지는데 오히려 지역 시민단체는 백제 뱃길을 복원하자며 금강운하를 찬성하고 있다"며 "서천에 있는 하굿둑만 없애면 옛 백제의 뱃길이 복원되는 것이지 운하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여론에 밀려 운하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더라도 칼을 칼집에 그냥 넣기는 뭐하니깐 금강운하만큼은 한다고 할까 봐 두렵다"며 시민들의 변함없는 운하저지를 부탁했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자연의 원칙 대통령 혼자 거스르려 한다"

 

염우 운하백지화 충북도민행동 사무처장은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이 자연의 원칙을 대통령 혼자 거스르려 한다"며 "금강운하와 경부운하가 만나는 곳이 충청북도인데 충북에 사는 우리가 현장에서 이를 반대한다면 운하가 가능하겠냐? 현장은 저희가 충북의 뚝심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박미경 영산강 살리기 네트워크 사무처장은 "10년간 준비했다는 영산강운하가 기본계획 하나 없이 '최대의 항구도시가 될 것'이라는 화려한 미사여구만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오히려 영산강 운하주변 땅값이 어마하게 올라 있다고 한다.

 

국민행동은 오는 3월 22일 물의 날을 기념하여 본격적인 '국민행동'을 시작한다. 이날 여의도에서 거북이 가족 걷기대회를 실시하여 한강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시민들에게 알려 운하반대 여론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또한 앞으로 월 1회 신문을 발간, 주 1회 뉴스레터 발간은 물론 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UCC동영상을 제작해 전국적으로 운하 반대 열기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 권우성

[인터뷰] 이명식 전국운수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 앞으로 운수산업노조에서는 운하저지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현재 운하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환경보호 위주로 되어 있고 이러한 사실을 홍보물로 알리고 있다. 우리 운수산업노조는 환경 뿐 아니라 대운하 건설로 인한 경제, 고용문제 등을 알리려고 한다. 우선 입장정리를 해서 노조 내부에도 알리고 대운하가 갖는 허구성을 구체화시키고 홍보하겠다."

 

- 어떤 식으로 시민들에게 홍보할 예정인가?

"우선 우리가 시민을 매일 직접 접촉하는 노조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하시는 버스, 택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 운하반대 포스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버스에는 현수막도 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완전히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종교순례단이 어떤 지역을 방문할 때 그 지역의 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같이 걸으며 응원하려고 하는 등의 일을 하려고 한다. 백지화를 위한 노동자 선언도 검토 중이다. 노동자 간의 토론회를 열거나 운수노조 내부의 결의가 단단해지면 운하반대를 외치며 파업을 할 수도 있다."

 

- 대운하가 완성되면 이로 인해 운수산업노조가 받게 될 피해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

"지금 운송의 경우 운송차량들이 너무 많다. 전국의 물동량에 비해 차량이 많은데 이제 곧 경주 쪽을 지나는 KTX가 새로 생기면 기존의 대구-부산 구간을 철도운송이 맡게 될 상황이다. 그렇게 된다면 운송을 맡은 차량의 공급이 더욱 더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운하까지 개통된다면 문제가 있지 않나?"

 

- 이번에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정책기획팀장이 "운송종사자들은 대운하로 인해 자신의 업무가 바뀌는 것이 귀찮아서 반대한다"고 하는데?

"운송업체의 입장에서 운하 이용 원가가 올라가는데 찬성할 리가 없다. 기존에는 야간에 화물을 보내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6시간이면 되는데 운하를 이용하면 60시간이 걸린다. 6시간하고 60시간하고 비교가 되나? 그리고 (운하를 이용하면) 화물을 실었다가 내렸다 하는 시간이 있는데 누가 좋아라 하나? 내가 예전에 철도에서 일한 적이 있어 잘 아는데 부산항에서 내린 화물을 서울, 경기지역으로 보내려면 의왕컨테이너 기지를 갔다가 다시 차량으로 옮긴다. 이런 시간들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화주들이 주로 화물을 보낼 때 트럭 등을 이용하는 거다. 운하가 완성되면 이런 시간낭비가 더욱 많으므로 이용을 안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재덕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7기 인턴기자 입니다


#운하 백지화#국민행동 발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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