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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지난 8일 NLL을 넘어 온 북한 주민 22명을 정부가 북으로 송환한 사실로 인해 발생한 여러가지 설(가정)을 놓고 그야말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아주 간단하다. '설 다음날인 8일 오전 북한 주민 22명이 소형 어선 두 척을 타고 NLL을 넘어왔고, 정부는 그들을 인천으로 호송해 조사했지만 그들이 북으로 귀환을 원해서 북으로 돌려보냈다.' 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일보>가 기사를 통해 제기한 '북 주민들이 표류한 어민이 아니라 귀순자였다'는 주장으로 강제 송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뒤 이어 '송환된 북한 주민 22명이 전원 처형되었다' 는 미확인 보도가, 마치 사실처럼 보도됨으로서 의혹을 일파만파 키워가고 있지만, 국정원 측은 '주민들이 귀환을 강력히 요구해서 돌려보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측은 여러 가지 정황을 내세워 그들이 '귀순자'였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조선일보> 기사의 문제점

 

사건을 처음 접한 <조선일보> 측은 첫 보도인 16일자 신문 헤드라인 제목부터 고의적으로 오보성 기사를 게재하였다. 기사 제목은 "귀순한 北 주민 22명 , 몰래 돌려보낸 뒤 '함구령'"이었지만, 막상 기사 본문 내용은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조선일보 측이 이 기사를 통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다음 4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1. 앞 바다의 조류 시간을 잘 아는 어민들이 조류에 휩쓸렸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고 당시에 바람은 잠잠했다.

 2. 주민 22명 중에 여자와 어린아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그들이 가족단위의 귀순자일 수 있다.

 3. 설 연휴에는 북한주민이 어로에 나서지 않는다. 4. 정부 관계자가 그들의 송환과정에 의해 함구령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기사에 제기된 의혹들은 송환된 북한 주민들이 '혹시 귀순자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정황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사 제목을 48포인트에 가까운 큰 활자로 '귀순한 북 주민..'이라고 보도할 만한 결정적 근거는 되지 못한다. 사실상 그 기사가 오보였음을 의미한다.

 

16일의 기사제목이 오보였다는 것은 2월 18일 조선일보 헤드라인 기사의 제목이 "탈북자들, '북송(北送) 22명, 귀순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선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16일 기사에서 제기했던 의혹을 "(송환주민 중에)아이들까지 포함된 건 목숨건 탈출 증거"라는 귀순자들의 추측성 발언 등을 통해서 한층 짙게 했을 뿐 아니라, 의혹의 핵심인 <탈북자 전원 처형설>을 언급하여 'NLL을 넘어 온 북한 주민들의 집단 탈북자들이었으며 정부가 이들을 송환하여 처형당하게 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완성 시켰다.

 

주민처형설에 대한 의문들

 

연합뉴스는 '송환된 주민 22명이 모두 처형되었다'는 끔찍한 소식의 출처를 <북한 소식통>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 소식통은 그렇게 믿을 만한 취재원이 아니다. 지난 86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북한 소식통 발 <김일성 사망설>'은 세계를 놀라게 한 세기적 오보가 되었으며, 지난 2004년에는 '김정일 사망설' 그 밖에도 '군부 쿠데타설' 등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로 북한은 메가톤 급 오보가 많은 사회이다.

 

또한 탈북자 중 탈북과 체포 송환되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고도 처형을 당하지 않고 끝내 탈북에 성공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면 체포 송환된 탈북자들이 외부 세계의 추측처럼 극형에 처해지거나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무려 22명. 거기에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그들이 단지 탈북했다는 이유로 전원 처형 되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조선일보와 일부 탈북자들은 이런 처형을 "다른 탈북자들을 막기 위한 시범 케이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탈북자를 막기 위한 선전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비공개 처형'이 아닌 '공개 처형'을 했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주민처형설은 사실이 아니거나, 통상적인 처벌이 처형으로 와전되었거나, 다른 일로 처형된 사례가 혼선을 빚어 알려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응의 문제점

 

조선일보 보도 후 국정원은 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

 

 1. 월경한 주민들이 황해남도 강령군 등암리 수산사업소.협동농장 등에서 근무하는 남자 8명과 여자 14명(15~17세 학생 3명 포함)이었으며, 부자나 부부 숙질 같은 가족으로 얽힌 관계가 13명 나머지 9명은 이웃이었다.

 2. 설날인 7일 굴을 따기 위해 동력선 1척이 끄는 고무보트에 나눠타고 출항했다가 돌아가는 중이었으나 동력선이 다른 선박을 구조하러 간 사이 표류되었으며,

 3. 8일 새벽 우리측에 발견되어 구조되었고,

 4. 그들이 가족이 있는 북측으로 돌아가기를 강력히 원해 9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다.

 

만약 위의 발표 내용이 사실의 전부였다면, 우리 측은 표류하는 북한 주민을 구조하였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인도적 차원에서 북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런 인도적 구호 활동을 정부가 처음부터 쉬쉬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정부의 발표를 단순히 인도적인 구조와 송환으로 보기에는 다음의 문제점이 남는다.

 

 1. 구조된 주민들의 건강 진단이나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만에 서둘러 북송을 결정한 이유

 2. 지난 8일 북측이 우리측에 북한 주민의 조난사실을 통보하고 주민의 송환을 요청해 온 사실을 숨긴 이유

 

드러난 사실과 앞으로 밝혀져야할 사실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조선일보는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고의적으로 '정부가 귀순한 북한 주민을 송환시켜 처형당하게 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려 시도해 왔으며, 국정원은 북한 주민 송환 절차는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는 처음부터 송환된 주민들을 '귀순자'로 단정하였고, 이런 단정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탈북자들의 진술이나 연평도 어민들의 증언 등을 작위적으로 인용하여 기사를 작성하였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 중 그들이 '귀순자'였다거나 정부 당국이 북한 주민들이 귀순자인 것을 인지하고도 북으로 송환했다는 것을 입증 할 만한 어떤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결국,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통해 참여정부가 '친북좌파 정권'이라는 것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려 시도했다 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반면 국정원이 비록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었을지 몰라도 하루 만에 송환을 결정한 사실은, 북측이 조난사실을 알리고 송환을 요청해 온 사실을 숨긴 것과 엇물려 다음의 몇 가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1. 북한 주민이 귀순자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북측의 요청 때문에 사실을 무시하고 송환시켰다.

 2. 북측의 요청에 송환을 먼저 결정하고, 조사는 형식적으로 마무리 했다.

 3. 마침, 주민들도 귀향을 원하고 북측도 송환을 요청해옴에 따라 서둘러서 송환시켰다.

 

위의 내용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국정원은 '우리 영토에 들어 온 북한 주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돌려보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주민 22명 처형설이 사실 이라면 국정원이나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송환된 북한 주민의 생사 여부를 확인해 주는 것이다. 송환된 북한 주민들이 알려진 것 처럼 이미 처형 당했거나, 생존이 확인이 안된다면 앞으로 북한의 송환 요청이 있을 시 우리 정부가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북한 측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 주민이 모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된다면 조선 일보와 연합뉴스에 오보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북한주민송환#처형#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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