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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마을에 휘영청 밝은 달이 높이 떠오른다. 그 순간 울려 퍼지는 풍악소리에 신명나는 마을사람들, 박수치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흥겨운 축제의 한마당은 펼쳐진다.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두고 열린 대보름 축제 한마당은 나리 정보화마을인 충남 연기군 서면 청라1리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달집태우기를 체험행사로 발전시켜 더욱 의미가 큰 행사다.

달집태우기 달과 달집 그리고 풍물패
달집태우기달과 달집 그리고 풍물패 ⓒ 임재만

달집태우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정월대보름 축제 한마당은 마을 앞 넓은 논에 3m 이상의 커다란 달집을 만들어 놓고, 연날리기, 제기차기, 군 구고마 구워먹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로 펼쳐졌다.

정월 대보름날 펼쳐지는 달집태우기는 한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세시풍습으로 짚으로 만든 달집을 태우면서 액막이와 풍년을 기원하는 민속놀이이다. 달집을 태워서 이것이 고루 잘 타오르면 그해는 풍년이 오고,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 온다고 전해진다.

달집이 타면서 넘어지는 쪽의 마을에는 풍년이 오고, 이웃마을과 경쟁하여 잘 타면 풍년이 들 것으로 점을 치기도 한다. 달집 속에 넣은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마을의 악귀들이 달아난다고도 전해지는데, 달집을 태울 때 남보다 먼저 불을 지르거나 헝겊을 달면 아이를 잘 낳고, 논에서 달집을 태우면 농사가 잘된다고 하여 대부분의 농촌에서 달집태우기가 행해졌고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정월대보름 행사다.  

연날리기 참가자들이 연을 날리고 있다.
연날리기참가자들이 연을 날리고 있다. ⓒ 임재만

넓은 논바닥을 달리며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파란 하늘에 높이 떠오른 연은 자유와 희망의 상징처럼 힘차게 날아오른다. 바람이 불었다 그쳤다 반복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연줄을 끊고 전기 줄에 걸려 새처럼 내려다보는 연들이 보인다. 어른들에 질세라 열심히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파란 창공을 차고 힘차게 날아오른 연들이 꽃처럼 아름답다. 가슴이 다 후련하다. 저 연에 내 마음을 실고 둥실 날아봤으면......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제기 차기를 하느라 분주하다. 한번이라도 더 차려고 입을 앙다물고 손과 발을 크게 휘두르며 제기를 차는 아이들, 제기차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공중에서 한번 떨어지면 제기가 저 멀리 달아나고 한번이라도 더 차려는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우수꽝스럽다. 어른들이 자세히 가르쳐 주지만 한 번도 제기를 차 본적 없는 아이들의 발에 잘 맞을 리가 없다. 그래도 즐거운지 싱글벙글 하며 제기차기에 열중인 아이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준다.

제기차기 시합에서는 3번을 찬 아이가 1등을 하였다. 상품으로는 나리 정보화마을에서 준비한 배즙 한 박스, 이곳 마을에서 생산된 배로 만든 배즙을 상품으로 받고 멋진 추억도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저녁이 되자 달집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풍물패를 따라 춤을 추며 빙글빙글 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한마당에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더해지고, 얼굴에 보름달 보다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 순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겁다.

밤하늘을 밝게 비추며 높이 떠오른 둥근달, 드디어 달집태우기는 시작되고 더욱더 고조된 풍악소리가 하늘을 뒤 흔든다. 덩달아 신이난 사람들, 어느새 하나가 되어 풍물패의 뒤를 따라 달집주변을 돌며 소원을 빌고 있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자 환호의 박수가 터지고 하늘과 땅과 사람이 펼치는 한마당 어울림 축제의 장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달집태우기 달집을 태우며 흥겨운 축제마당을 열고 있다.
달집태우기달집을 태우며 흥겨운 축제마당을 열고 있다. ⓒ 임재만

달집태우기 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습
달집태우기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습 ⓒ 임재만

마을사람들이 잡은 돼지고기를 숯불에 직접 구워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빨갛게 달구어진 숯불에 두툼한 생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돋게 한다. 주거니 받거니 한 잔술로 정은 깊어만 가고, 여기저기서 구성진 노래 가락이 흘러나온다.

타오르던 달집의 불꽃이 사그라질 때 쯤 펼쳐진 쥐불놀이, 대보름 행사의 백미는 역시 쥐불놀이다. 빈 깡통에 숯불을 넣고 빙빙 돌리며 쥐불놀이 하는 아이들, 활활 타오르는 불빛처럼 아이들의 부푼 꿈도 뜨겁게 타오르리라.


#정월대보름#달집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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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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