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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날이 쌀쌀해졌지요. 바람까지 많이 부니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오늘까지는 추울 거라는 예보도 들립니다. 이 곳 방문자들이나 독자들 가운데에도 추운 오늘인 일요일을 구별된 날로 구분하여 절제된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적어도 매주 한 번씩은 찾아가는 곳이므로, 저도 이따금씩은 아름답고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마도 상상 속에서나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은 교회의 모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모네의 바다가 보이는 교회 연작 그림

1886, Private collection
▲ 베레모자를 쓴 모네의 자화상(Self Portrait with a Beret, 1886) 1886,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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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년 전에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가 그린 그림 속에 등장하는 교회 풍경입니다. 모네는 인상주의(impressionism)의 회화의 대표 주자로서, "포플러 나무"나 "국회의사당", "연못의 수련" 등 연작을 많이 그렸던 화가이며, 그런 그림을 찾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모네는 연작을 통하여 같은 장소에서 그림에 필요한 하나의 대상물을 오랫동안 관찰함으로써 그가 받은 강렬한 인상과 느낌을 각기 다른 화폭에 담아 기록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빛의 밝기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세기 중반, 튜브물감이 발명되어 상업화되며서, 화가들은 휴대가 간편한 이 그림 재료들을 이용해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모네는 이러한 연작을 그릴 때, 이젤 옆에 한 무더기의 캔버스를 쌓아놓고 빛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캔버스를 사용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전합니다.

모네의 그림과 약력, 그림의 설명, 그리고 인상주의에 대한 소개는 "브리태니커사전"과 "Art Renewal Center(http://www.artrenewal.org/asp/database/art.asp?aid=810)", "Claud Monet Life and Art(http://www.intermonet.com)", "Monet Cyber Gallery(http://www.monet.pe.kr)", 그리고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를 참고하였으며, 번역하여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빛을 받아 변화하는 자연의 표정을 포착한 모네

모네는 1840년, 파리의 류라피테(rue Laffitte)에서 태어나, 소년시절을 르아브르(Le Havre)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화가 부댕(Eugène Louis Boudin, 프랑스, 1824-1898)을 만나, 외광(外光)묘사에 대한 초보적인 화법을 배웠으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19세 때 파리의 스위스 아카데미에서 학업하였으며, 그 뒤, 2년간의 병역을 치르고 1862년 파리로 귀환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쿠르베(Gustave Courbet, 프랑스, 1819-1977)와 마네(E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의 영향을 받아 인물화를 그렸으나 점차 밝은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리게 됩니다.

모네는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1889년 조르주 프티 화랑에서 열린 로댕(Fransois Auguste Rene Rodin, 프랑스, 1840-1917)과의 2인전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렇게 빛을 찾아다녀서인지 만년에는 눈병을 앓다가, 1926년 86세의 나이로 지베르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외광을 받은 자연의 표정이 빛에 따라 변화하는 밝은 색채의 다양함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팔레트 위에서 물감을 섞지 않는 대신 '색조의 분할'이나 '원색의 배열'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인상파 기법의 한 전형을 개척한 것입니다.

(The Church at Varengeville, Morning Effect), 1882, Private collection
▲ 바렝게빌르 교회의 아침 풍경 (The Church at Varengeville, Morning Effect), 1882,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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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 Private collection
▲ 바렝게빌르 교회(The Church at Varengeville) 1882,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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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들은 자연을 감싸고 있는 대기의 미묘함이나 빛을 받고 변화하는 풍경의 순간적인 분위기와 느낌을 다양하게 다른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각적 인식을 포착하려는 그의 작품 의도는 동일한 제제를 아침, 낮, 저녁이라는 시간에 따라 연작한 오늘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달라지는 빛의 색채를 다른 인상으로 묘사한 연작

위 두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분명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로 그린 '바렝게빌르 교회'에 관련한 연작입니다. 그러나 위 두 그림은 각기 다른 '원색의 배열'과 '색조의 분할'을 통하여, 독자에게 각기 다른 인상과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두 그림 가운데 윗 그림은 절벽 위에 세워진 '바렝게빌르 교회의 아침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아침햇살을 받아 하늘의 구름도 새하얗고, 배경인 하늘의 색채도 파랗습니다. 교회도 선명하게 자리잡았으며, 절벽의 바위와 흙의 색도 흰 색과 푸른 색이 주류여서 독자에게 더 밝은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아래의 그림은 저녁 나절의 해질녘 풍경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하늘의 구름도 붉은 빛 홍조를 띠고 있으며, 하늘의 색채도 붉은 빛을 머금은 엷은 푸른 색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중심 소재인 교회도 노란 빛으로 부드럽게 묘사되었고, 그 아래 절벽과 흙 빛이 온통 붉은 빛으로 채색되었습니다.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그린 같은 제목의 작품이지만, 그 느낌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윗 그림이 밝은 느낌의 더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반면에 아래 그림은 윗 그림보다 훨씬 더 따듯한 느낌을 주며, 부드러운 인상을 남깁니다.

(The Church at Varengaville, Grey Weather), 1882, Speed Art Museum, United States
▲ 흐린 날, 바렝게빌르에 있는 교회 (The Church at Varengaville, Grey Weather), 1882, Speed Art Museum, United States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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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urch at Varengeville, against the Sunset), 1882, Barber Institute of Fine Arts, England
▲ 해지는 배경의 바렝게빌르 교회 (The Church at Varengeville, against the Sunset), 1882, Barber Institute of Fine Arts, England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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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접어들면서 화가들은 점차 야외에서 그림을 완성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19세기 말,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야외에서 직접 자연을 보고 그린 스케치 같은 작품을 순간적으로 포착해내었습니다. 오늘의 그림과 노적가리 연작이 이때 완성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야외에서 느낄 수 있는 표면적인 감각의 효과와 변화를 조금 더 직접적인 시각적 인상으로 제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의 순간적인 기후나 그 인상과 변화하는 하늘이나 그 색채를 묘사해내는 것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색채를 다른 인상으로 묘사한 연작 

모네를 비롯한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프랑스 북부나 파리 근교의 시골과 노르망디(Normandie), 브르타뉴(Bretagne)에 거주하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변화하는 기온과 급변하는 기후의 양상을 관찰하였으며, 그런 기후와 대기의 미묘한 변화들을 포착해 화폭에 담았습니다.

위 모네의 그림에서 보면, 교회가 배경이 된 기후의 극단적인 인상을 표현함으로 숭고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때의 '숭고'는 관찰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관찰자인 모네나 독자(관객)의 반응에 존재하는 미학적인 개념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산등성이에 원경으로 교회가 호젓하게 서 있습니다. 교회는 아련하게 배경으로 구성한 데 비해, 전경으로 가까이에 구성한 두 그루의 나무를 다정하게 묘사하고 있어 대조적입니다.

두 그루의 나무에 비해 배경으로 보이는 교회의 아련한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이며, 조용한 자태를 보여줍니다. 특히 해질녘의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진 바렝게빌르 교회는 더 평화로워 보입니다. 신적 존재의 자비와 숭고의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모네의 교회 연작을 통하여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인간의 인상과 감정의 반응을 함께 관찰하고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에 따른 하늘, 대기, 대지의 변화와 기후에 따른 하늘, 대기, 대지의 변화에 감응하고 공감하였습니다.

연작을 통하여 빛이 연출하는 차이점을 대조적으료 묘사

이처럼, 모네는 하루 시간 가운데 여러 시간대를 그림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위 그림에 나타난 햇빛과 그림자가 지구의 움직임이나 대기 중 수분의 양, 특별한 장소에 반사되는 빛의 특성 등 여러가지 요소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하루 가운데 여러 시간대에 걸쳐 빛이 연출하고 있는 동일한 풍경의 다른 모습과 차이점들을 과학자처럼 세밀하게 관찰하였던 것입니다. 하루의 순환 가운데 가장 특징이 있는 신선한 아침과 불타오르는 저녁 풍경의 극단적인 인상과 감정의 차이점을 대조시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 산골짜기에 세운 교회의 풍경이 강인해보이기도 하며, 또 신비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곧 오염되지 않은 이상적인 장소요, 신성한 장소로 그려졌습니다. 특히 아침에 비해 저녁의 노을진 교회는 마치 이 땅의 이상향처럼, 자애롭고 고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절벽 흙의 짙은 색채에 비해 교회의 회색빛 옅은 색채는 상대적으로 작고 흐린 구성이어서 대조를 이룹니다. 마치 크기는 넓지만 미약한 인간 세상과 교회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모네는 이러한 접근법을 더욱 발전시켜 노적가리나, 국회의사당, 루앙대성당과 같은 동일한 소재를 여러 점의 연작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위 교회와 같은 여러 소재의 연작을 통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조건을 묘사해냈습니다. 이처럼 모네는 바다가 보이는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숭고한 사람들의 의식을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기독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네, #MONET, #CHURCH, #연작, #인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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