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겨울새>가 드디어 24일 종영했다. 마지막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조기종영을 당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드라마 초반까지는 12년 전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해 현대적인 재해석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시청자들이 큰 실망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여사(박원숙)과 영은(박선영)의 고부갈등이 본격적으로 그려지면서 점점 흡입력을 발휘했다.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인 시어머니의 모습을 등장시켜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일단 중독된 시청자들은 안 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겨울새>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어머니와의 갈등,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방황하는 경우의 우유부단함, 영은의 변신 등 조금씩 내용이 변화되어가면서 초반보다 상당한 재미를 주었으니 말이다.
특히 조기종영이 다른 프로그램의 편성으로 인해 결방이 되면서 시작되어 시청자들로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겨울새>는 끝이 났다. 그럼, 과연 <겨울새>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홀시어머니의 외아들은 진정 안 되는 것일까?우선 고부간의 갈등이 여전함을 증명해주었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비록 강여사의 극단적인 행동과 성격은 조금 과장되었지만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여전히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드라마 소재로 유효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강여사의 캐릭터는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강여사는 혈혈단신으로 아들을 키우며 돈을 번 여장부이다. 하지만 비뚤어진 욕망으로 물질만능주의에 휩싸여 모든 것을 돈으로 결정하는 인물로 영은을 며느리로 맞은 것도 그 뒤에 배경이 정회장(장용)네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자 생각대로 돈이 들어오지 않자 영은을 시집살이 시키기 시작한다. 그 사이 강여사의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이 과연 세상에 저런 시어머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강여사의 태도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영은이의 태도가 우유분단했고 천사표처럼 늘 당하고 참기만 한 덕분이다. 강여사의 행동이 상대적으로 극단적이게 흐르면서 영은이의 우유부단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만들 정도였다.
일단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데 충분한 견인차 역할이 고부간의 갈등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전까지는 내용이 지지부진해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영은이 경우와 결혼을 하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그 때부터 시청자들은 칭찬이 아니더라도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한 점에서 역시나 <겨울새>는 고부간의 갈등을 더욱더 부추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여사는 극단적인 캐릭터임에도 <겨울새>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고, 그 배경에는 박원숙이라는 명연기자가 있었다.
박원숙이라는 중견연기자는 강여사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극단적이고 이중적으로 돌변하는 모습과 교양있는 말투와 육두문자를 걸죽하게 표현해내며 강여사 캐릭터에 나름대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무서운 캐릭터인 강여사에게 은근슬쩍 호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겨울새>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긴 했으나 역시나 식상한 캐릭터와 상황 설정 등은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시대상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과거시대에 늘 혈혈단신으로 자식을 뒷바라지해 장성하게 키워낸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정성을 저버리지 못하는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며느리 설정은 7,80년대에 주효했던 소재이다. 사실상 경제 과도기를 거치며 고속성장하던 7,80년대에 그 당시에는 그러한 가정들이 많았고, 그러한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러한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며느리 시집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홀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집학하고 아들은 우유분단한 모습을 보이고, 시집살이에 힘겨워하는 며느리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는 자체는 시대착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겨울새>는 현대적으로 재해석에 성공하기보다는 식상한 소재에 강도를 높여 채널을 고정시켰던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러한 고부간의 갈등이 시청자들에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자체는 시청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러한 소재를 시청률을 올리고자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제작진과 작가는 분명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식상한 캐릭터의 진부함 VS 변화된 배우의 힘 그래서 <겨울새>는 사실상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데 식상한 캐릭터가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주요 출연진들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겉돌았던 캐릭터들이 많았다. 우선 영은이의 캐릭터는 초반에 우유분단한 지극히 청순함이 강조되었다.
그래서 지나치게 유약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결혼을 감행하며, 시어머니에게 무조건 당하는 모습을 선보여 극중 다른 캐릭터에 묻혀버려 진부함을 그대로 표출시켰다. 특히 강여사와 경우의 캐릭터에 상대적으로 진보하지 못한 모습이 더욱더 식상함을 도드라지게 했다.
물론 후반에 들어서 다시금 아이를 낳은 시점부터 캐릭터가 변화되어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경우와 시어머니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말하는 모습들이 연출되었지만 조기종영하는 바람에 크게 호감을 얻지 못했다. 더불어 영은이의 첫사랑인 도현(이태곤)의 캐릭터는 크게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재벌 2세로 심성이 따뜻한 캐릭터는 역시나 기존 재벌2세들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빌려온 케이스인데, 상대적으로 드라마가 고부간의 갈등이 인기를 끌자 비중을 그쪽으로 두는 바람에 크게 캐릭터가 빛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도현은 영은이를 해바리가 하는 모습만 등장했을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캐릭터에 비해 내용과 별개로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영은이를 괴롭히는데 갈등을 조장시키는 인물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두 주연이 모두 당당하게 내용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끌려가거나 빛을 발하지 못했고 둘의 러브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거나 하지 못했다. 이 점은 분명 <겨울새>의 당초 기획과 동 떨어지는 것이며 멜로 드라마 성격보다 홈드라마의 모습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진부한 캐릭터지만 배우의 힘으로 눈에 띄는 캐릭터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앞서 이야기한 강여사이다. 이와 더불어 경우를 연기한 윤상현이 <겨울새>로 인해 배우로 인정받은 케이스이다. 사실 이전까지 주로 재벌2세 혹은 욕망을 위해 사랑을 버리는 냉정한 남자로 출연했던 그는 뚜렷하게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마마보이 주경우로 연기하면서 그는 눈에 힘을 뺐고 연기 아닌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당초 원작에서는 마마보이 기질보다는 외롭고 신경질적이면서도 고독한 남성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주경우는 약간 코믹한 면모를 지닌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강여사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때론 어리광을 피우고, 영은을 사랑하면서도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지켜주어야하는지에 대해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더불어 강여사와 영은이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혹은 신경질적으로 돌변하는 캐릭터를 힘있게 보여주면서 비록 식상한 캐릭터일 수도 있었지만 변화된 배우의 힘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시켰다. 그래서 때론 시청자들이 주경우가 불쌍하고 연민을 느낀다는 평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이처럼 <겨울새>는 좀처럼 진보되지 못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톡톡 튀는 몇몇 캐릭터로 인해 그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물론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는 중에 조기종영을 당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래서 종영되는 지금 시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지만 문제는 12년 전의 철 지나간 이야기를 시대착오적인 모습 그대로 노출시킨 부분은 분명 앞으로의 이런 류의 드라마들이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로 남았다. 그 과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겨울새>와 같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