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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상담과 인터뷰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선두로 하여, 내놓는 교육 정책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명박 정부 때문인 듯 했다. 거기에 개강을 맞이하여 슬슬 불붙고 있는 등록금 문제가 더해져 여기저기서 연구소의 의견을 들으러 찾아오고 있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두 건의 인터뷰가 더 진행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대학교육'을 전문으로 다루는 민간 연구소는 이 곳이 유일하다. 특히 대학 현장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대학 구성원들이 느끼는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온 까닭에 '예결산 공개'나 '이월적립금' 등 교육 문제의 주요 핵심 키워드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1993년에 설립된 연구소는 이제 '대학교육' 분야에 있어서 나름의 사회적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15년 동안 묵묵히 걸어온 그 시간은 보지 않아도 어려운 길이었음이 뻔하다.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힘으로 함께 걸어온 동료들의 헌신성을 꼽는다.

 

대학 현장과 구성원에 기반하여 연구 진행

 

연구소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로 ▲학문의 대외 예속성 ▲대학의 부정비리 만연 ▲교육재정의 부족 ▲차별 정책의 공고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무조건 시장경제의 원리 도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금의 교육정책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자율과 경쟁'이라는 교육정책 기조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몫까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방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연구소는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 정책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자체 연구역량 강화와 대중 접촉 확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인터뷰는 박거용 소장과 진행했다.

 

- 연구소는 언제, 어떻게 설립되었나요?
"1993년 설립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교육 관련 관변 연구기관은 많이 존재했으나 진보진영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같은 단체 외에는 연구기관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정부의 일방적 교육정책을 분석하고 진보적 목소리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필요성이 제기되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대학교육'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의 민간 연구기관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고 계신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사립대 재정을 중심으로 한 교육재정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교육 여건, 교육 정책 등으로 확대하여 '대학교육' 전반의 문제를 다룹니다. 그간의 연구로 50여 편의 정책자료집 및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 결과물로 2004년 발간된 <사립대학 실태와 개선방안>과 2007년 발간된 <국립대학 법인화에 관한 연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 초기에 사립대 재정 문제에 특별히 집중하여 연구를 하셨던 이유가 있나요?

"우리 연구소는 실제 대학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실제 대학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이 바로 등록금을 비롯한 대학의 재정 문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집중하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예전에는 사립대학의 비리 문제가 굉장히 심했습니다. 비리가 결국 학교 재정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죠."

 

- 연구 외에 다른 활동이나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고등교육 정책관련 상담 및 자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0건 정도의 상담이 꾸준히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는 언론을 통한 여론화와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발간 등의 활동을 합니다. 특히 대학구성원들과 접촉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대학언론이나 강연회 등을 통한 직접만남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담자문 활동으로 실제 문제해결 도와

 

- 다른 연구소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교육'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직원·학생 및 대학관련 단체 등과 지속적인 연대 및 대화로 현장에 기반한 연구 수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차이점일 것 같습니다. 이론적 체계에 묻히기 보다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 그것의 원인과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를 진행하지요. 또한 연구 결과가 정부 및 국회 등을 통해 법과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 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실제로 변화된 부분이 있나요?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대학의 예결산 공개나 뻥튀기 예산편성에 관한 지적은 우리 연구소에서 처음 제기한 부분입니다. 그간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예결산의 경우 많은 대학에서 원본공개를 하고 있고, 뻥튀기 예산의 경우도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외 이월적립금이라는 용어도 우리 연구소에서 만든 것입니다. 대학이 돈을 남기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 용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를 여론화하고 각 대학에서 실제 사용하면서 이제는 교육부 관료들도 이 문제에 관해 지적할 정도가 되었죠."

 

- 조용히 꾸준하게 많은 변화를 만들어 오신 것 같습니다. 대학교육 분야에 있어서 사회적 인지도도 확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93년에 만들어졌는데, 15년이란 시간 동안 '대학교육'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준비를 하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15년 동안 꾸준히 걸어온 결과 이 정도의 성과를 얻었지만 사실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이 더 멀죠."

 

- 15년 동안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연구원들의 헌신성과 결속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들은 어려운 재정 환경 속에서도 오랜 시간 자기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초창기 연구원들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꾸준히 연구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7명의 연구원과 1명의 기획실장이 근무하고 있는데 진보진영의 연구소 중에는 꽤 많은 연구원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율과 경쟁'은 결국 최소한의 국가책임마저 회피하려는 것"

 

- 지금 한국의 대학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상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은 진보나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등록금이 비싸다거나 대학교육의 질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정책을 주도해왔던 사람들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원리와 시장원리를 교육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지난 10년 동안 그런 방식을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 교육의 모든 문제를 야기하는 근원을 크게 4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학문의 대외예속성, 둘째 대학의 부정비리 만연, 셋째 교육재정의 부족, 넷째 학벌주의를 비롯한 차별정책의 공고화입니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교육문제의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모두 이 네 가지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런 근본원인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시적 미봉책들만이 난무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 교육문제 중에서는 몇 년 째 인상되고 있는 등록금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회적 문제 떠오른 등록금 문제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등록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너무 비싸다, 둘째 너무 많이 오른다, 셋째 비싼 돈을 내도 교육 혜택은 증가하지 않는다. 이렇게 쌓여온 불만이 최근 등록금 1000만원 고지를 넘기면서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등록금 상승은 89년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시작되었습니다. 자율화라는 미명으로 정부가 등록금 문제를 외면한 것이죠. 일단은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하는 등록금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가 너무 폭등하면 일단 물가를 잡고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이상 등록금이 오르지 않도록 '상한제 법안'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각 대학의 총장이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 규제가 개입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이미 현재 등록금 자체가 서민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장학금 확대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사학법인과 국가의 책임을 확대해야겠지요."

 

-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교육 문제의 전망은 어떠리라 보십니까?

"이명박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의 핵심은 '자율과 경쟁'입니다. 사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것입니다. 다만 이전까지는 교육기관의 최소한의 책임을 남겨두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최소한의 책임마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원리로 대체하려고 합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등록금 문제입니다. 그간 인수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책을 쏟아냈지만 등록금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왜냐? 자율과 경쟁이라는 원리로 봤을 때 등록금은 각 대학이 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교육에 있어서 올바른 진보적 입장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는 경제적 차이로 인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차이가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공공성이 확대되어야겠죠. 둘째는 개인의 발전과 행복 뿐 아니라 사회적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으면, 지도층의 부정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명박 내각의 장관들이 땅투기 등 각종 부정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교육 필요

 

-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 진보 연구소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각 연구소가 속한 분야에서 연구 역량을 최대한 배가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연구소들과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바라보며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의제를 설정해나가야 합니다. 우리 연구소 역시 앞으로 5년 동안 펼쳐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전망하고 그에 따른 세부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 앞으로 연구소의 장기적 전망은 있다면 무엇입니까?

"대학교육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길게는 통일 이후 남북 대학간 바람직한 통합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소의 연구 능력을 배가시키고,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rk)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2가 3동 300-65 현진빌딩 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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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등록금, #박거용 소장, #예결산 공개, #이월적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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