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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교조 경남지부 통일위원장과 산청지회장 등을 지낸 최보경 교사(간디학교)의 자택과 교무실을 압수수색해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공안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24일 진주 소재 최 교사의 집과 산청 소재 간디학교 교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가택 수색을 통해 경찰은 이미 서점에 출판된 <핵과 한반도>와 <전쟁과 학살, 부끄러운 미국> <우리 역사 이야기>, 최 교사가 제작한 수업자료 <즐거운 역사교실>, 동아리 학회지 <통일, 미국 그리고 나>를 압수했다.

 

또 경찰은 학교에서 최 교사의 업무일지와 컴퓨터 하드 디스크, 학생들의 답안지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CD 11개도 압수했는데, 그 속에는 EBS에서 제작한 ‘지식채널’과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만든 ‘세계사 동영상’, 전교조 통일위원회에서 만든 ‘국보법 왜 문제인가?’, KBS에서 제작한 VJ특공대의 ‘개성공단을 가다’, 다큐멘터리 영화 ‘천리마 축구단’, 제3회 즐거운 역사 만들기 대회 영상 등이 담겨 있다.

 

최 교사와 전교조 측은 경찰이 ‘전교조 음해’에다 ‘통일교사 탄압’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교사 측은 “24일 오전 9시경 통장이 찾아와 문을 열어줬더니 갑자기 사복경찰 5명이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들이닥쳤다”고 주장했다.

 

최 교사 측은 “장인이 누구냐며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자 ‘최보경 선생의 활동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발견되어 가택을 수색한다’며 부부가 쓰는 안방으로 들어와 수색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각 경찰은 간디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전경버스에 10명의 사복형사가 탑승해 학교에 도착한 뒤 당직 교사한테 영장을 제시하고 최 교사의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144개 단체 “정권교체 틈타 공안정국 조성하려는 것”

 

전교조 경남지부와 경남여성회, 경남민언련, 한 살림,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지역 144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전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와 통일교사 최보경 선생에 대한 공안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두 차례나 남북의 정상이 회담을 열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합의하여 남북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미 무덤으로 들어갔어야 할 법이 또 다시 악령이 되어 나타나 통일교육과 평화통일을 위해 애쓰는 이 땅의 참교사․통일교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

 

이들은 “특히 이명박 새 정부 출범 하루 전에 일어난 이번 공안기관의 구시대적 작태는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도 남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이들 단체는 “‘일단 뒤져보고 수사한다’는 공안기관의 전형적인 막가파식 수사 방식이 동원된 것”이라며 “압수수색한 목록을 보면 공안기관이 얼마나 무차별적인 수사를 진행하였는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찰은 최 교사의 수업 자료와 참고자료, 심지어 학생 수행평가 자료마저 압수해 갔다. 이 정도면 압수수색이 아니라 탈취라 할만하다”고 지적.

 

또 이들 단체는 “경남도교육청이 북녘 바로 알기와 통일교육 실천을 위해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08 북한 현지(금강산) 체험 학습’에 참가하기 위해 최보경 교사가 금강산을 방북하고 있던 그 날, 공안기관은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최 교사의 집과 학교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최 교사의 가택과 학교에 대한 압수수색 사건은 공안기관이 정권 교체를 틈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 전교조와 통일교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경찰 “판사한테 영장 발부 받아 압수수색”

 

이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연 뒤 경남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지방경찰청장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거부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경찰은 경남지방경찰청 정문 입구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으며, “이 지역은 경남경찰청이 관리하는 범위 내 지역으로 무단으로 침입 시 형법 제319조 1항(현주건조물 침입)에 해당되므로 의법조치하겠습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해 놓기도 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연 뒤 곧바로 해산해 경찰과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측은 “경찰청의 지시로,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면서 “불온유인물 소지와 인터넷 게재 등의 혐의”라고 밝혔다.


태그:#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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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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