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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가족이 복닥거리며 신구세대의 갈등과 화합을 이야기하는 <엄마가 뿔났다> |
| ⓒ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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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안방극장이 재미 넘치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한 <엄마가 뿔났다>는 김수현 작가 집필로 일찌감치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드라마가 호응을 얻는 것은 역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게 김수현 다운 맛깔스러운 대사가 녹아있고 또 우리들의 어머니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작품에는 늘 비난도 뒤따르기에 이번 <엄마가 뿔났다>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시 그의 저력만큼은 여전함을 입증한 셈이다.
그렇다면 <엄마가 뿔났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며,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어차피 김수현을 칭찬하든, 비난하든 이 드라마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테니 말이다.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이 작품은 대가족제도에서 삼대가 어우러져 사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자리하고 그들이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엄마와 부모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 부모가 된 이들에게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 누구보다도 김수현은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글을 써내려갈 것이다. 그녀가 대가족의 보수주의를 은근슬쩍 찬양했던 저력이 이 작품에도 적용됐다.
우선 나일석 가족이 극의 중심축이다. 사고방식이 제법 트인 할아버지 나충복(이순재)과 그의 맏아들 나일석(백일섭)과 아내 김한자(김혜자), 나일석의 이란성 쌍둥이 나이석(강부자)과 그들의 네 자녀가 이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렇게 대가족 제도를 취하고 있는 나일석 가족의 중심은 역시 김한자이다. 한자는 한평생 남편을, 시아버지를, 자식들을 열심히 뒷바라지 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를 보여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자식들이 성장하면서 지나온 세월이 억울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첫째 아들 영일(김정현)이 임신을 시켜 며느리로 갑작스레 맞아들이게 된 미영(김나운)이 들어오면서 자식들이 엄마를 뿔나게 만든다.
자식들이 하나같이 엄마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먼저 가지게 되어 들어온 며느리도 마뜩치 않고, 셋째 딸 영미(이유리)가 난데없이 결혼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상대 남자는 아직 돈벌이를 못하는 학생이고, 맏딸 영수(신은경)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
여기에 영미의 상대가 알고 보니 재벌 2세다. 한자는 상대 남자인 정현(기태영)의 어머니 고은아(장미희)가 자기 딸 영미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걸 알고 억장이 무너진다.
사이사이 돈 없는 설움에, 생각대로 행동해 주지 않는 자식들에, 엄마는 늘 속상하다. 그러면서 김한자의 그러한 설움과 비애가 독백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곤 하는데 그 독백의 대사가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가령 “그래, 누군들 자기 인생이 마음에 들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면서도 나는 내 인생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라고 한자는 말한다. 사실 자식들이 바람처럼 안 되고, 남편은 좋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함을 만들어 주지 못하다. 그런 그들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들로는 그러한 푸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푸념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 가슴에 콱 박혀 와 닿으며 공감대가 저절로 형성된다. 여기에 극중 자식들이 벌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더 공감대를 굳건하게 만든다.
부족한 아들이 느닷없이 다섯 살 연상 여자를 데려오고, 느닷없이 손주가 태어나 경황이 없는데 아들은 며느리 챙기기만 바쁘다. 여기게 하루 종일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아들의 팔불출 행동에 그저 넋이 나갈 뿐이다.
막내 딸 영미는 학생과 결혼을 선언해 속을 뒤집더니, 알고 보니 재벌 2세여서 상대 어머니가 딸을 반대하니, 마냥 좋지도 마냥 속상하지도 않은 상황. 그래도 자신의 딸보고 다른 상대를 찾아볼 생각이 없느냐는 말을 듣고 속이 답답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자는 내내 푸념을 늘어놓고 마음이 허하다. 이러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공감하고 한자를 자신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수현식 거침없이 내뱉는 말에 대리만족까지 느낄 테니 말이다.
여기에 늘 빠지지 않은 밥상머리가 주는 교육은 여전히 <엄마가 뿔났다>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신구세대의 갈등 혹은 화해 등이 펼쳐지면서 역시나 밥상머리 교육은 김수현 작가의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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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자식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기도 하고 식상해하기도 한다. |
| ⓒ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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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밥의 그 나물, 오히려 식상함
하지만 이 같은 매력을 누구보다 잘 포장하고, 대가족을 많이 그려봤던 김수현이기에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는 요지가 없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적잖은 시청자들이 비난하기도 한다.
그것은 김수현의 가족드라마 전작과 흡사한 구성원과 내용들 때문에 그러하다. <엄마가 뿔났다>는 전작 <목욕탕집 사람들>과 <부모님 전상서>를 합쳐놓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할아버지 나충복을 위주로 그의 자녀 나일석과 나이석이 한 집에 사는 모습은 <목욕탕집 남자들>의 가족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사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김한자가 내뱉는 독백은 <부모님 전상서>에서 아버지가 부모님에게 올리는 전상서에서 내뱉는 독백과 흡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구조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늘 자식들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속을 썩이는 모습, 그러한 자식을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는 부모의 모습까지. 주요 내용까지도 비슷하다.
다만 캐릭터의 특성과 가족 구성원의 모습이 달라졌지만 연기자만 달라졌을 뿐 전작들에서 보여주던 아름다운 보수주의는 예전과 한치도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이른바 김수현 사단이라 불리는 이들 이순재, 김혜자, 강부자, 이유리, 김정현, 김나운 등 등장인물도 비슷해 익숙한 연기자들이 똑부러지는 연기력을 선보임에도 식상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가족드라마라는 것이 크게 색다른 이야기를 전개할 만한 소재가 없고, 부모와 자식들 간의 문제가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전작이 취한 구조와 내용들이 비슷해 오히려 <엄마가 뿔났다>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이러한 식상함을 단지 속사포 같은 거침없는 대사로 무마하고자 한다는 쓴소리를 하는 이들도 더러 있는데, 어눌하게 말하지 않고 똑부러지게 말하는 캐릭터들 자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이들도 있다.
즉 캐릭터들의 개성과 특징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이어갈 것이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등장해 현실성이 있을 테고, 거침없이 내뱉는 이들의 대사에 공감할 테지만 이를 거부하는 시청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한자의 독백, 공감이 반감으로 반작용
특히 한자의 독백은 푸념과 같아 매회 펼쳐지는 한자의 독백이 마음에 안 드는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 전상서>와 비슷한 독백 처리로 부모의 한없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두 드라마에서 내뱉는 독백은 성격이 다르다. 한자의 독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푸념하며 자식들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부모님 전상서>에서는 푸념보다 조금 더 자식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즉 한자의 푸념은 듣고 있다 보면 좋은 소리도 한 두 번이라고 이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하다가도 반감을 일으키게 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부모님 전상서>에서는 독백을 들으면서 부모님의 마음이 저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면 한자의 독백을 들으면 “또 시작이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게다가 부모라면 그러한 마음을 이해하기 마련이지만 젊은층들에게 한자의 독백은 공감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사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어려운 나이인데, 그러한 넋두리를 듣고 있노라면 왜 겉하고 속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히려 이러한 한자의 넋두리가 방송 내내 계속되다 보면 거부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방송 초반이고, 모든 시청자들 마음에 들 수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또한 아름다운 보수주의에 입각한 주제와 내용을 방송 말미까지 흐트러짐 없이 이어갈 김수현이기에 <엄마가 뿔났다>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적어도 젊은층들과 부모가 마음을 교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즉 부모의 마음을 부모가 알기보다 젊은층이 드라마를 시청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부모의 마음과 가족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하기에 조금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