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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거듭된 지적에도 독립운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 8년째 시정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00년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 1260만원의 국고를 지원해 서구 은평공원 내에 대전지역 대표적 항일 애국지사인 김용원 선생을 기리는 생애비와 휘호비를 세웠다.

 

하지만 앞면에는 당초 계획에 없던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조부의 생애와 휘호가 새겨졌다. 정작 주인공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생애와 휘호는 '뒷면'에 새겼다. 또 김용원 선생의 생애에 이 명예회장 조부와 독립운동을 함께한 인물로 왜곡해 놓았다.

 

게다가 이 명예회장 조부의 경우 항일독립운동을 했다는 증거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대전애국지사숭모회가 대전지역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김용원 선생을 내세워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독립운동가 만들기를 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잘못 세워진 기념비를 8년째 시정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는 처음에는 관련 공무원을 문책하고 '기념비 문안내용을 수정해 재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간 시간을 끌다 다시 '기념비 수정 재건립은 대전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입장을 바꿨다.

 

대전시는 지난해 초 <오마이뉴스>와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간 민사소송과 관련 "이 명예회장 조부의 항일운동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는 보도는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문을 제시하자 수정건립 의사를 밝혔다.

 

"대전시, 계룡건설 명예회장 위해 직무유기하나"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지만 최근 찾은 은평공원에는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가 그대로 서 있었다.  

 

 

대전시는 최근 기념비 수정건립을 요청해온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에 보낸 회신을 통해 "시행단체인 대전애국지사 숭모회에 시정하도록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8년째 같은 답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후손인 김옥경씨는 "우리 할아버지가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의 조부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런데도 대전시가 근거 없이 역사 기록을 왜곡한 행위에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듭 "이는 대전시가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을 위한 편파행정과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독립운동가로 기리는 왜곡을 수년 동안 시정하지 않는 대전시의 배짱 행정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광역시는 지난 2000년 대전애국지사숭모회(회장 이규희)에 대전지역 대표적 항일운동가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 및 생애비 건립사업으로 국고를 보조했다. 그러나 이 비문 앞면에 당초 계획에 없던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조부가 '독립운동가'를 새기고 김용원 선생의 생애비문과 휘호비문은 뒷면에 새겼다.

 

이를 지적하는 <오마이뉴스>보도도 6년째를 맞고 있다.


#은평공원#미확인 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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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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