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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국제 농산물 가격이 들썩거린다. 국제 밀 값이 하루에 20% 치솟고 수입 옥수수 값, 대두 값이 모두 올랐다. 석유 가격도 올랐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주유소에 기름 가격은 바로 오르고 수입 밀 값도 잘도 오르는데 수입 사료에 석유 써서 가온하고, 쟁기질하는 농부들의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도 아니고 추락한다. 그나마 있던 농민들도 보따리 싸서 떠나야 할 판이 되어간다. 오르면 같이 올라야 하는데 한쪽만 오르고 한쪽은 그대로다 보니 그대로인 쪽은 점점 힘들어진다. 더욱이 축적된 자본도 없는 농민들의 경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유기농상추 유기재배 상추가격이 하락하여 농민들이 울상이다.
▲ 유기농상추 유기재배 상추가격이 하락하여 농민들이 울상이다.
ⓒ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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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친환경농이라는 대안을 가지고 농촌을 지켜보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을 선택하는 농민들이 늘어가는 만큼 제대로 된 유통망이 없다 보니 친환경 농산물도 제값을 받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요즘 농사판이다.

농민들과 일하다 보니 요즘 매일 듣는 이야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뿐이다. 하기사 힘들지 않으면 굳이 찾을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유기농 상추 가격이 폭락해서 힘들다는 전화다. 하지만 상추는 직거래를 해보면 팔리지 않는 대표적인 품목 중에 하나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상추를 몇 kg씩 구매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농부의 맘은 이것이 아니었다. 적은 양이라도 이렇게 헐값에 일반 시장에 일반 농산물로 출하되는 것보다는 어렵게 재배한 유기농이라고 알아주는 소비자에게 팔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상추는 삼겹살 먹을 때 조금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 인터넷 직거래 장터에 상추를 팔아봐야 한 달에 4-5 상자 팔리면 많이 팔린다. 그래서 팔 생각도 하지 않는 품목 중에 하나가 상추였던 것이다.

상추가 직거래로 팔리지 않는 이유는 이웃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유기농 상추 농가 유기농상추를 재해하는 김성훈농부 사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되찾아 주고 싶다.
▲ 유기농 상추 농가 유기농상추를 재해하는 김성훈농부 사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되찾아 주고 싶다.
ⓒ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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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가 왜 팔리지 않는 것일까 생각하다 보니 상추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 적어서가 아니라 이웃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요즘은 가족이 적고 이웃도 없다. 즉 나눠 먹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시골 어머니의 텃밭에 항상 상추가 필요 이상 많았다. 어머니가 상추를 많이 심는 이유는 이 집 저 집 필요할 때마다 뜯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웃의 필요를 고려해서 심은 것이다.”

여전히 시골 어머니는 필요한 것 보다 2-3배는 상추를 더 심는다. 동네 연세 드신 분들의 찬거리로 그분들의 자녀들이 모처럼 시골에 왔는데 마땅한 찬이 없으면 상추 겉절이도 하고 돼지고기도 볶아서 쌈도 싸먹어야 하는데 없으면 서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텃밭은 마을 공동의 상추 밭이었다. 그 덕에 나역시 고향에 갈 때마다 상추를 포대 가득 뜯어줘서 이웃들에게 인심을 쓰곤 했다.

상추는 정을 나누는 농산물

어머니의 지혜에서 얻은 이름이 바로 “이웃간에 情을 나누는 유기농 상추”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상추를 구입해서 옆집에도 주고 회사로 주문해서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제목 때문이었을까? 오랜만에 상추가 몇 개 주문이 왔고, 2kg씩 포장된 상추가 소비자를 찾아갔다. 그런데 정말 이웃간에 정을 나누는데 상추를 사용했다는 소비자의 이용후기가 도착했다.

이웃간에 情을 나누는 유기농 상추 이용후기

큰 박스 하나로 푸짐하게 왔는데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근데 박스를 열어본 순간 이 계절에 이렇게 좋은 상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맛깔스런 상추가 들어 있었습니다. 직원들 여럿이 나누어 주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두 포기 세 포기 나누어 주고 집사람 직원들 나누어주고 정말로 이웃간에 정을 듬뿍 나누었습니다. 선친 말씀이 아랫사람들 하고는 상추쌈을 안 한다는데(입을 쩍쩍 벌려서 먹어야 제 맛인데) 어제는 집안 식구 모두 돼지 볶음에 큰 상추쌈 한입에 행복도 한입 포식한 날이었습니다. - 농민장터이용자

상추가격에 폭락해서 우울했던 농부의 이야기도 잠시 잊고 소비자가 상추를 통해 이웃간의 정을 나눴다는 이야기에 맘이 훈훈해진다. 상추 때문에 평소 알지도 못하는 분들에게 후하게 인심을 썼던 것이다. 그것으로 통해 그 아파트의 상추를 나눠먹는 아파트가 되었고 나눠주는 이웃이 함께 사는 곳으로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거래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거래하면서 산다. 소비자들은 현명하고 속지 않은 거래를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원치 않은 곳에 우린 쉽게 지갑을 열고 만다. 온갖 광고에 노출되어 주체적인 소비를 하기는 이미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좋은 거래는 서로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것이어야

유기농 상추 2kg 가격은 9900원에 배송료(직거래로구입하기)가 무료다. 이 저렴한 상추를 구매하게 되면 농민도 소비자도 이웃도 행복해질 수 있다. 농민은 시장 가격보다 1000원이라도 더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는 건강하게 키운 유기농 상추를 먹어 건강에 좋고 양이 품짐하니 직장 동료들과 이웃에게 나눠 줄 수 있어 오랜만에 이웃에게 인심도 쓸 수 있다.

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눠 줄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이 참에 인사가 없었던 이웃에게 유기농 상추를 나눠주며 첫 인사를 하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저 옆집 사는 사람인데요. 시골에서 상추가 많이 왔어요. 이것 유기농으로 키운 것이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답니다"라고 인사하면 "고맙습니다"는 답례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기농 상추 2kg 가격은 9,900원에 배송료가 무료로 참거래 농민장터 "당분간"에서 공급된다. 이기사는 유기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유기농상추#참거래농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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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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