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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니?"
"엄마 뭐가 왔는지 알아? 바로 이거야. 인터넷에서 보고 어찌나 반가운지 하나 주문했지."

딸아이가 꺼내 보여준 것은 다이아몬드게임을 하는 놀이기구였다. 그것은 우리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무척 좋아하던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도 정말 반가웠다.

25년 전과 같은 모습의 다이아몬드게임기 ..
▲ 25년 전과 같은 모습의 다이아몬드게임기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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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모양에 하얀, 빨강, 노랑, 초록의 색깔과, 디자인이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 당시 아이들이 비가오거나, 춥거나 해서 밖에 나가지 못할 때,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즐기던 게임이었다. 아이들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기에 사주었었다. 그것을 사려고 응암동에서 남대문까지 가서 종합장난감 도매상에서 사준 것이 기억이 났다. 단순한 것 같지만 재미와 흥미가 있는 게임이다.

다이아몬드게임의 승부의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 작게는 아슬아슬하게 한 점, 많게는 2~3점차이가 나면서 승부가 결정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점한점 옮길 때마나 생각을 하면서 옮겨야만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 게임기를 보자 딸과 사위는 물론 손자들까지도 게임에 몰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주말(3월1일)에는 손자가 그것을 가지고 우리 집에 놀러오면서 경합이 벌어지게 되었다. 딸네 가족과 우리가족의 승부였다. 지는 팀이 저녁을 사기로 했다. 게임의 방법은 리그전으로 하기로 했고 훈수는 절대 금지였다. 오랜만에 다이아몬드게임에 열중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정말로 진지했다.

딸과 제 아빠와, 손자와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과 딸, 사위와 장모 장인의 게임이 돌아가면서 시작되었다. 지지않기 위해 심각하게 작전을 생각하는 모습, 자기 영역 안에 상대편이 들어오지 못하게 손으로 막고, 자리를 옮겨가면서 연습해보는 모습 등 그 모습만 봐도 재미있었다. 처음, 나와 남편은 큰 손자와 게임을 시작하면서 생각 없이 이기고 말았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기자 큰 손자는 울먹울먹한다. 게임이 아직 두 번이나 남아있으니 다음에는 분명 우진이가 이길 수 있다고 달래 주었다. 그 다음 게임부터는 일부러 져주어야 했다. 그제야 손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일부러 져주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도 새삼 알게 했다. 손자가 웃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 후로 손자에게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가하면 손자들도 어른들과 함께하는 게임이 마냥 좋은지 옆에서 소리를 죽여가면서 응원에 열중하기도 했다.

드디어 모든 게임이 끝나고 딸과 남편의 결승전이 벌어졌다. 3번 게임을 해서 2번 이기는 팀이 승리. 게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서로 길을 터주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막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앞으로 전진하기위해서는 내 것을 옮겨야할 때의 표정은 의미심장하기도 했다. 3번 게임에서 2-1로 마침내는 남편이 이기고 말았다. “야호~ 니네가 저녁 사야한다”,  “음 알았어. 우리가 사는 건 사는 건데 아빠 한 번 더해요”하면서 딸아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도 제 아빠를 이기지는 못했다. 평소 바둑과 장기를 즐기는 남편이 한수 위였다. 딸과 사위한테 맛있는 저녁으로 민물 매운탕을 얻어먹었다. 게임에 이기고 얻어먹는 밥이라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매운탕에는 소주가 제격. 소주도 한잔씩 곁들였다. 저녁을 거하게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우린, 우리 집에 놓고 간 다이아몬드 게임기를 가지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다시 한 번 게임에 빠져들었다. 남편과 7번 게임을 해서 4-3으로 내가 지고 말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들아이가 하는 말 “아버지 정말 잘하시는데요. 난 마지막 게임에서 엄마가 이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놓은 그 한 점을 뒤로 놨으면  엄마가 확실하게 이기는 건데”한다.

난 “그래 나도 알고 있었어. 뒤로 놓을까? 앞으로 놓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앞에 놓은 거야”, 마치 남편을 배려하도 한듯이 말하고 말았다.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찌 되었거나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 게임이 분위기를 충만하게 해주었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둘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앞으로 어른들은 물론 손자들까지도 함께 할 수있는 놀이를 좀 더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오늘 저녁에도 남편과 한번 더 게임 더 치러봐야겠다.


#다이아몬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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