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첫날부터 모여 앉아 장기자랑을 뽐내고 있는 새내기들의 발랄한 모습
첫날부터 모여 앉아 장기자랑을 뽐내고 있는 새내기들의 발랄한 모습 ⓒ 송주민

08학번 새내기들이 입학하고 개강 첫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겨우내 찾는 사람이 없어 쓸쓸해하던 대학 캠퍼스는 봄 햇살보다 밝은 여러분들의 미소를 보며 원래의 부산함을 찾은 모습입니다. 제 귀를 스쳐 지나가는 여러분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너무 부럽게 느껴지네요. 저도 여러분들 틈에 살짝 껴서 새내기인척 하며 깔깔대고 있으면 안 될까요. 

삼삼오오 모여 캠퍼스를 거니는 여러분들을 보니 갑자기 새내기 시절이 생각납니다. 아마 인생을 통틀어 스무 살 새내기 때의 3월은 가장 가슴 설레고, 들뜬 마음에 잠 못 이루는 시간들이 아닌가 싶네요.

봄기운이 완연한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3월, 그리고 지금과 같은 활기찬 캠퍼스의 풍경은 싱그러운 새내기 여러분의 모습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스무살, 그리고 새내기... 얼마나 멋진 이름인지 아십니까?

한창 세상과 호흡하고, 사회를 알아갈 청소년 시절에 좁은 교실 안에 머무르며 5지선다형의 답안지에 자신을 가둬놓는 ‘엽기적인’ 학창시절을 보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사방에서 압박하던 틀 속에서 해방되었으니 얼마나 하고 싶은 것들이 많겠습니까. 그 동안 발휘하지 못했던 젊음의 톡톡 튀는 에너지를 세상을 향해 유감없이 펼쳐보고 싶지는 않습니까.

저는 뭐 내세울 것이라고는 여러분들 보다 2년 더 학교를 다닌 것 밖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선배지만 제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들을 08학번 새내기 분들께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선배로서 드리는 몇 가지 당부의 말이라고나 할까요. 그냥 가볍게 한번 읽어 주세요.

낭만이 가득한 캠퍼스에서 혼자 놀진 마세요

 지난 2월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입생들
지난 2월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입생들 ⓒ 송주민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절대로 혼자 다니는 대학생활을 하지 마세요. 요즘 보면 ‘아싸’(아웃사이더) 아닌 대학생들이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학교 주위를 겉도는 학생들이 많아 보여 정말 슬픕니다. ‘어울림의 상징’이라던 대학이 점점 파편화되어 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학교 앞 술집을 가보면 해가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는 주인 아주머니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술을 많이 먹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겠지만, 이 모습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모임의 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요즘에 참 혼자 놀거리가 많죠. 그래도 낭만이 가득한 캠퍼스에서까지 혼자 놀진 마세요. 대학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고, 이런 만남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사상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따뜻한 공동체의 장입니다. 대학을 돈 내고 강의 듣는 ‘학원’으로 착각하지 마세요.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집에 가고, 시험기간에만 학교 도서관에 남아 밤을 지새우는 ‘학점따기용 수강생’이 되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옆에 있는 동기들과 함께 하세요. 선배들에게 밥 한끼라도 사달라고 조르세요. 다양한 만남이 있는 자리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싹트고, 세상을 울릴 젊은이들의 당찬 목소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모이지 않는 자리에 무슨 변화가 있고, 어떠한 발전이 있겠습니까.

학생자치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토익 900점보다 더 큰 ‘스펙’

함께 다니는 따뜻한 대학생활을 위해 학생회, 동아리 등 여러분들끼리 만들어가는 활동 하나 정도는 필히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기를 권합니다. 여러분들과 같은 새내기 시절, 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대표를 했었습니다. 동기들 끼리 떠나는 봄 모꼬지를 함께 가자는 말에 어떤 친구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냥 술 마시고 노는거잖아요. 시간낭비인 것 같아서 안 갈래요.”

뭐 틀린 말을 아닐 겁니다. 놀러 가는 거지 공부하러 가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바로 옆에서 4년 동안 동고동락할 동기들에 대한 ‘공부’없이 다른 어떤 공부를 한다 한들 그것이 제대로 된 것일까요. 학생들끼리 만들어가는 여러 활동들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 모여 만들어가는 학생자치활동이 여러분에게는 참 생소할 겁니다. 항상 시키는 것만 해 왔고, 주어진 과제만 풀어가던 습관이 참 무서워요. 우리끼리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나간다는 것이 참 어색하죠. 또한 무슨 대가가 있는 활동도 아니고, 요즘같이 살벌한 취업경쟁 속에서 토익이나 자격증처럼 기록에 남는 ‘스펙’도 아니기 때문에 위의 친구처럼 시간낭비라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정말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학생자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옆의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던 학생들보다 휠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는 사실 말이에요.

 동아리에서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모습
동아리에서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모습 ⓒ 송주민

저 역시 과대표를 했었고, 사회봉사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습니다. 당연히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주위의 많은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여, 무엇이든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비록 토익, 학점 등 소위 말하는 개인적인 것들을 많이 포기해야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포기한 것보다 더 많은 개인적인 이득을 얻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댄 채 여러 가지 것들을 준비했었고, 여기서 느낀 다양한 생각들을 같이 논의하고 토론하고 기획하다보니 저의 좁디좁은 시야도 조금씩 넓어져 갔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센 채 열심히 행사 준비를 하기도 했었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이웃의 따스함을 느끼기도 했었죠. 여기서 얻은 풍부한 경험과 추억들은 결코 강의실 안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고요.

이제는 칠판에 적힌 강의내용만 받아 적는 수동적인 생활 버릇을 벗어 던지고,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치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활동의 주체가 되어 멋진 기획을 해보고, 불만사항이 있으면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큰 목소리로 당국에 문제제기하는 당찬 학생이 되어 보세요.

이렇게 적극적인 생활을 통해 학교의 주인이 되고, 세상의 중심이 되는 ‘당돌한’ 젊은이가 한번 되어보세요. 계속해서 누군가에 의해 질질 끌려 다닐 수만은 없잖아요.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이것의 첫걸음입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학교생활, 정말 기대되지 않습니까?

주변과 사회의 아픔을 살필 줄 아는 가슴 따뜻한 대학생이 되어 보세요

 제작년 초에 등록금 인상 관련하여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과 친구들의 모습
제작년 초에 등록금 인상 관련하여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과 친구들의 모습 ⓒ 송주민

두 번째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넉넉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주위를 한번 살펴보는 여유를 지녀 보세요.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대학생이 되어 보세요.

우리가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나라와 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 지식인이 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건강해야 우리의 대학생활도 행복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주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이 개인적인 성장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록 공인 영어 점수는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을 아우르는 진정한 지식인은 될 수 없습니다.  

길거리로 나가 ‘독재 타도’를 외치던 80년대 선배 대학생들의 모습을 동경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의 여러분들이 길거리로 나가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을 던진다면 별로 어울리는 모습을 아닐 겁니다. 시대적인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과거의 고정화된 패러다임이나 사고의 틀에 스스로 갇힐 필요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 주위에는 젊은 대학생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눈을 돌려 가만히 살펴보면 참 가슴아픈 현실이 비일비재 합니다.우리 대학생들의 가장 큰 장점은 관습화된 기성의 질서와 사회적인 모순에 대해서 순수한 비판과 건전한 저항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1급수의 젊은이들이 더럽고 오염된 3급수의 물을 보고도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지저분한 구정물에 편승되어 간다면 우리 한국사회의 앞날은 어떠하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주위의 모습에 대해 무관심하고, 건강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10년, 20년 후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방식을 답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틀에 박힌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은 여러분들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선배들과는 다른 여러분들만의 개성있고, 발랄한 목소리를 주위를 향해 마음껏 발산해 보세요.

이성 때문에 느끼는 부끄러움과 설레는 감정을 마음껏 즐겨보길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한장면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한장면 ⓒ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공식 페이지

너무 진지한 말만 늘어놓았나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고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가벼워 보이는 소재이면서도 때론 한없이 무거운 얘기일 겁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 첫 번째를 꼽으라면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세월이 지나도, 대학 문화가 변해도, 선배들이 아무리 “요즘 새내기들은 우리 때랑 너무 달라”라고 푸념을 늘어놓아도 스무 살 청춘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1등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이성 친구들 간의 ‘사랑’입니다.

새내기 여러분! 가슴 뜨거운 사랑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한 사람 때문에 가슴이 요동을 치고, 밤새도록 떠오르는 밝은 미소 때문에 밤 잠 설치는 풋풋한 사랑의 경험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사라져갑디다. 와인은 숙성된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하는데 사랑은 멋모르고 덤벼드는 첫 번째 사랑이 가장 짜릿하고 설렌 것 같아요.

한 사람만을 위해 밤새 고민하며 편지를 적어도 피곤하지 않은 시기. 그 편지를 부끄러운 미소와 함께 그의 두 손에 건네고, 순간 바라보는 그 사람의 표정에 너무 쑥스러운 나머지 뒤로 돌아 도망친다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기. 그리고 메신저에서 말 한마디 걸어 보고자 짧은 멘트 하나 보내는 것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어울리는 때...

이렇게 가슴이 녹아내릴 듯한 순수한 사랑은 애석하게도 저 같은 ‘노땅 대학생’들에게는 쉽게 기회를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 시절 ‘낭만’을 되찾으려 마음 속 ‘관세’를 철폐하고, ‘장벽’을 낮춰 한명의 이성과 'FTA'를 체결하려 안간힘을 써보기도 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시간이 무섭고, 그에 따라 사랑의 감동이 무뎌지는게 참 두렵습니다. 여러분들은 얼마나 좋은 시기입니까!

놓치지 마세요. 폼 나는 승용차를 타지 않아도, 양 손에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싸 든 채, 버스타고, 기차타고 여행을 떠나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이 지금의 여러분입니다. 생일날 줄 선물을 고르려 명동 한복판을 하루 종일 누벼도 여러분들은 전혀 지치지 않잖아요. 100일째 되는 날 커플링 하나 장만하려 며칠을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해도 그 사람의 ‘미소’ 한 방이면 힘든 줄 모르고 마냥 기쁜 것이 지금의 여러분들 아닙니까?

버스는 한번 떠나면 다시 오지 않죠?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내기들만의 특권, 스치듯 지나가기 전에 마음껏 누리세요. 부끄러운 감정을 즐겨보세요. 화창한 봄날, 강의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한적한 야외로 떠나 보세요. 재수강은 가능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도 많답니다. 뜨겁던 가슴이 식어버리고, 차디찬 이성이 각을 세우는 ‘못된’ 버릇이 들기 전에 꼭 한번 뜨거운 사랑에 푹 빠져들어 보기를 바랍니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 2시부터 옥상에 모여앉아 '낮술'을 즐기고 있는 08학번 새내기들의 모습
해가 중천에 뜬 오후 2시부터 옥상에 모여앉아 '낮술'을 즐기고 있는 08학번 새내기들의 모습 ⓒ 송주민

오늘 캠퍼스에서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며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적다보니 생각보다 양이 꽤 길어졌네요. 문과대 건물 옥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해가 중천에 뜬 이른 시간부터 ‘낮술’을 즐기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참 즐거워 보이더군요.

조금 더 다가가서 함께 맥주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20대 중반을 넘긴 ‘늙은 대학생’이다 보니 선뜻 말을 걸 용기가 나질 않네요. 장황한 글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못난 선배를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 동안 입시를 치르면서, 혹은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함께 웃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오늘같이 주춤거리지 않고 제가 먼저 여러분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라도 건네겠습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그리고 학과, 동아리 행사 등 수많은 자리에서 자주자주 만나요. 그리고 언제든 보면 밥 한끼 사달라고 말씀하세요. 귀여운 후배님들이 부른다면 없는 주머니 사정이라도 항상 지갑 두둑하게 챙겨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동기, 선배들과 함께 웃음꽃이 가득한 3월,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한 새내기 생활 하세요.따사로운 봄햇살을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함께 맞이하시고요.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들의 대학 생활에 항상 웃음과 희망, 그리고 감동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08학번#새내기#대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