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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왜 눈 이제 안와 ? 아이 시시해.
언니야, 왜 눈 이제 안와 ?아이 시시해. ⓒ 송유미

눈이 내리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 어린아이와 강아지들이 아닐까. 눈이 펑펑 내리면 눈 사람도 만들고, 편을 짜서 눈싸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이런 눈 구경하기 힘들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한다. 시시하게 내리다가 끝나버린, 춘삼월 초입에 내린, 첫눈은 소금처럼 귀해 아쉽다.

새벽에 내린 부산의 첫눈 전선줄에 풍선처럼 매달린 눈
새벽에 내린 부산의 첫눈전선줄에 풍선처럼 매달린 눈 ⓒ 송유미

눈 내리는 가시나무숲  펑펑 내리다만 아쉬운 첫눈
눈 내리는 가시나무숲 펑펑 내리다만 아쉬운 첫눈 ⓒ 송유미

전북 남원에는 첫눈을 손으로 받아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속신이 있다. 흰색에서 밝음의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이라 한다. 첫눈을 손으로 받아 씻으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해서 승용차에 소복소복 쌓인 눈으로 세수도 했다. 그런데 이 눈, 부산의 첫눈이 맞나 ? 더러 여우눈처럼 뿌리다가 만, 눈보다는 펑펑 함박눈이 제법 새벽에 쏟아졌다.

어머, 차에 하얗게 내린 눈 차 지붕에도 가시나무 숲에도 하얀 눈
어머, 차에 하얗게 내린 눈차 지붕에도 가시나무 숲에도 하얀 눈 ⓒ 송유미

캄캄한 골목길 누비면서 찰칵찰칵 사진 찍으니, 골목길의 창문이 하나 둘씩 열리고 눈이 온다는 이웃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 들었다. 축복처럼 내리는 하얀 눈송이의 군무, 가시나무 숲에 내렸다. 가시에 솜털처럼 묻어서 떨어지지 않는 가시나무 숲에 내리는 눈, 그해 첫 눈을 먹으면, 집에 뀡이 들어온다는 속신이 있다니, 마음껏 배 부르게 첫눈을 먹었다.

골목길 출근길에 눈들의 환호성
골목길출근길에 눈들의 환호성 ⓒ 송유미

3-4시간 후 끝나버린 첫눈 첫눈 받아 얼굴을 씻으면 예뻐진다.
3-4시간 후 끝나버린 첫눈첫눈 받아 얼굴을 씻으면 예뻐진다. ⓒ 송유미

하늘나라 봄은요 /벌써 왔나요 ? 송이 송이 흰꽃이 떨어집니다. //솔잎 위에 내려서 함박꽃 되고 마른나무에 내려서/ 매화꽃이 되고,//하루종일 내려도/하얀 꽃송이/ 하늘 나라 꽃동산은 /흰 꽃만 피나 ? //아니 아니, 이땅은/ 흰 옷 겨레라,/희고 흰 고운 꽃만 보내는 게지.
<눈>-'서정봉'

눈이 와서 버스가 빨리 와오는 건 아닐까 ? 그래도 눈이 와서 좋다.
눈이 와서 버스가 빨리 와오는 건 아닐까 ?그래도 눈이 와서 좋다. ⓒ 송유미

아파트 숲에 내린 첫눈
아파트 숲에 내린첫눈 ⓒ 송유미

이곳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도 같다./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내가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내가 여기 멈춰 서 있는 것을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여기리라./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농가 하나 없는 곳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것을.//말은 방울을 흔들어 본다./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는 듯,/그 외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내리는 눈 소리 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눈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로버트 프로스트'

출근 길에 만난 눈으로 즐거웠습니다.
출근 길에 만난 눈으로즐거웠습니다. ⓒ 송유미

아쉽게 내려서 더욱 귀한 부산의 첫눈, 출근길에 학생들과 동네 사람들의 표정이 즐겁다. 오지 않는 눈이 내려서 흐뭇하다. 사랑의 축가처럼 내리는 부산의 눈, 새벽부터 미치게 함박눈 퍼붓다가 멈추었다. 흰나비떼들이 잠시 군무를 추다가 가버린 골목길, 햇볕이 더욱 눈부시게 하얗다. 희소식이 올 듯….

눈 내리는 버스정류장 기분이 정말 좋은데요.
눈 내리는 버스정류장기분이 정말 좋은데요. ⓒ 송유미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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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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