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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의 심대평 대표와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4일 오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대화하는 게 목격되면서 염홍철 전 시장이 선진당으로 옮기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4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진당 행'에 대해 "제안 받은 바는 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어떡 했으면 좋겠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염 전 시장은 입장 발표를 언제 쯤 할 거냐'는 질문에는 "움직임이 없으면 입장 발표가 없는 거 아니냐"며 "선진당 쪽에 문의해보라"고 역시 선문답으로 피해갔다.

 

염홍철 전 시장은 선진당의 이회창 총재가 4일 충남 예산홍성으로 출마를 전격 선언하자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이회창 총재가 충남에 출마한다는데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했지만 그 대책이란 게 선진당 바람을 잠재울 대책인지, 선진당 바람에 동승하자는 대책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의 선진당 행'은 그야말로 '삼각함수'다.

 

염홍철의 복잡한 속내

 

염홍철 전 시장이 내심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가 국회의원으로 성공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염 전 시장은 2년 후, 차기 지방선거에서 박성효 현 시장과의 '리벤지 매치'를 앞두고 있다. 그는 공백 기간 동안 중앙정치도 배우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대전시장 선거, 더 나아가 시장직을 수행하며 '전 국회의원 염홍철'을 대전시 발전에 활용하고자 하는 다목적 포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에 안정적 순번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염홍철 전 시장도 나름대로 중앙당에 인맥을 가지고 있고 그 인맥풀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 계파가 '정동영 계' 인사들이다.

 

정동영 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박명광 의원은 수 년 전 한나라당 소속인 염홍철 시장을 당시 열린우리당으로 영입해 오는데 막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그러나 염 전 시장은 지난 대선의 당내 경선당시 '이해찬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동영 측과 약간 소원해졌던 게 사실이다. 

 

물론, 경선이 끝난 뒤에는 정동영 후보를 열심히 도왔지만 관계회복이 완벽하게 됐는지는 미지수인 게 지난 달 27일 정동영 계 인사들이 계룡산 갑사를 찾아 시위(?)를 벌일 때도 염홍철 전 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박명광 의원이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정동영 계의 좌장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자신이 지지했던 이해찬은 탈당을 해버리고 자신을 도와줄 친구하고는 소원해지고. 그래서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민주당 비례대표 안정순번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그에게 선진당의 영입 노력은 몸값을 한껏 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격이다.

 

심대평, 어디로 가야할까

 

심대평 대표는 최근 대전 서구을 출마를 공식화하며 재선 준비에 나선다. 결국, 같은 당에서 서구을 출마를 노리던 이현 변호사는 탈당 후 민주당으로 입당하지만 심대평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심대평 대표에겐 딜레마가 있다. 바로 충청도 바람을 일으켜 선진당을 지역의 맹주로 만드는 것. 

 

선진당이 최소 20석을 만들지 못하면 지역 맹주는커녕 소수당으로 전락해 당선된 의원들도 이당저당 기웃거릴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에 그로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바람을 일으켜야만 하는 문제가 숙명처럼 앞에 놓여있다.

 

아마 당 총재인 이회창 보다도 심대평 대표의 어깨가 더 무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에겐 챙겨야 할 식구가 많은 것이다.

 

선진당에서는 지난 달 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홍재형 (충북, 청주상당)의원을 끌어들여' 대전의 심대평 - 충남의 이회창 - 충북의 홍재형 삼각편대'를 띄워 충청권 바람을 일으키려 했으나 홍재형 의원이 민주당 공천 신청을 해 버리자 영입을 포기하고 만다.

 

홍 의원의 영입을 위해 선진당에서 '삼고초려'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젠 그 대상이 이원종 전 충북지사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렇다고 심 대표가 대전을 비워두고 무조건 충남으로 옮기기엔 뒤가 너무 미덥지가 않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서구을에 영입 한 후 심 대표는 공주 연기로 옮겨 선진당 바람을 일으키는데 일조 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싸하게 돌았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정진석 의원을 그냥 둔다는 게 영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의 어느 선거구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는 상품인 염홍철 전 시장은 그에게 영입 1순위 일 수밖에 없다. 염 전 시장만 선진당에 입당해 자신을 대신해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준다면 심대평 대표로서는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재선, 염홍철만 선진당으로 가면...

 

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공주, 연기 출마설을 꾸준히 흘리고 있는 건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 측이다. 한 달 전에도 심 대표의 공주연기 출마설을 흘렸지만 재료가 약했는지 약발이 먹지 않았다. 

 

이재선 후보 측이 이 시나리오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자신의 공천이 심대평 대표 때문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인 4·25 보선에서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 이명박 후보 등 당내 모든 세력이 나서 이재선 후보를 도왔지만 심대평 대표에게 참패를 하고 만다.

 

이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심대평 대표가 서구을에 출마 하는 한 이재선 카드는 쉽지가 않다. 현재 대전지역에서 한나라당의 당 지지도는 선진당에 비해 5배 이상 앞서지만 거꾸로 서구을에서는 심대평 대표가 이재선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이재선 후보로서는 속이 탈만도 하다. 더군다나 자신의 보스라고 알려진 강창희 위원장도 자신의 공천을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그의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도 남는다.

 

하지만, 심대평 대표가 공주연기로 옮기고 선진당에서 다른 후보가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탄핵과 행정수도 여파로 대전에서 앞으로 20년 동안은 표를 얻기 힘들다고 할 때도, 떼어질 대전시당 간판을 부여잡고 사비를 털어가며 지켜 온 게 이재선 후보다. 즉 당에 대한 기여도는 한나라당 전체 당원을 합해도 1등 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데려온 자식이 부모에게 더 잘하는 법이다.

 

그래서 재차 등장한 것이 '선진당 염홍철 영입, 심대평 공주연기출마설'이다. 염홍철 전 시장만 선진당으로 입당해 준다면 이재선 후보도 공천에 할 말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를 이재선 후보 측이 지어내서 퍼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일에 너무 목을 매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이 그야말로 정치공학이라지만 거의 삼각함수에 가깝다. 정치, 조금 더 간단해지면 안 될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시티저널 (www.gocj.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염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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