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일문학> 창간호 표지
<통일문학> 창간호 표지 ⓒ 통일문학
남북 문인들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함께 펴낸 문학지 <통일문학>이 한 달째 발이 묶여 있다. 지난 달 5일 평양에서 발간된 <통일문학>은 지난 2005년 성사된 민족작가대회 이후 남과 북의 문인으로 결성된 '6·15민족문학인협회'가 약속한 첫 사업이자 결실로, 남북 문인들의 글이 함께 실려 있다.

하지만 국내 반입 과정에서 일부 구절의 이적성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남쪽에서는 아직까지도 출간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도종환 시인은 4일(화) 발행된 '창비주간논평'을 통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통일문학의 발을 묶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통일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북쪽 소설가 장기성씨의 단편소설 '우리 선생님' 중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불타는 충실성에로 부를 것"이란 표현, 북쪽 시인 김순석씨의 시 '벽동계선장' 중 "어버이수령님에 대한 생각, 당이 준 제 나라 제도의 생각"이란 표현, 창간사에 있는 "지금까지 북에서 발간되어온 <통일문학>을 6·15시대에 맞게 확대·발전시킨 북과 남, 해외 문인들의 공동잡지"라는 구절 등이다.

이에 대해 도종환 시인은 "'우리 선생님'은 시골학교에 부임해 와서 5년간 근무하고도 교수강습소로 떠나는 남은희 선생님이 방금 대학을 졸업하고 후임으로 온 윤금숙 선생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학교를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문제가 된 부분은 후반부 남 선생이 탄 버스를 향해 울며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윤 선생이 생각하는 대목"이라면서 "앞뒤 문맥을 고려해서 읽지 않고 잡지의 내용 중에 수령님이란 글자만 나오면 반입을 불허하겠다는 생각은 너무도 단순하고 구시대적인 논리다"고 비판했다.

창간사 내용과 관련해서도 "애당초 북에서는 이 잡지 표지에 '통권 제75'식으로 표기되기를 원했지만 남측에서 명백하게 반대했고 그 결과 남북 양측에서 이 잡지가 6·15민족문학인협회 기관지 창간호임을 명시하되, 그간 북측에서 발행해온 <통일문학>이 있었음을 창간사에서 밝히자고 합의한 것"이라면서 "남북 문인들이 서로 어렵게 합의한 내용으로 남북관계의 변화와 화해라는 큰 틀에서 잡지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 시인은 "극좌와 극우 모두 변하지 않으면 통일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신영복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면서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주의의 모순을 넘어서는 곳에 통일의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측의 작품을 읽고 남쪽의 문인들이 금방 어떻게 될 것처럼 우려한다면 그것 또한 문인들의 인식수준을 얕게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학은 문인들에게 맡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문학>의 이적표현 문제와 관련해 정도상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장 역시 "문학작품을 여느 글과 같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한 구절만 뚝 떼어서 문제 삼는 것은 남북 교류 자체를 불허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또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김형수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은 "<통일문학>을 남과 북의 독자들이 두루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북의 실무자들은 최대한 양보와 협력을 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당국이 잡지 반입을 불허한다면 문인들이 모종의 공동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공동대응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던 남북작가들의 역사적인 만남, 그리고 그 바탕에서 남북 문인들은 2006년 남북 단일 민간인 조직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했다. <통일문학>은 분단 60년의 벽을 넘어 남북 문인들이 쌓아온 신뢰와 지속적인 교류가 낳은 문학적 성과물이다. '통일문학'을 통해 분단의 장벽으로 갈라진 두 개의 문학을 하나의 문학으로 만들어가는 남북 문인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통일문학#남북교류#6·15민족문학인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