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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모두가 능력 있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키 위함이란다. 조직과 시스템도 그에 걸맞게 새로 꾸미고 있다.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몰아붙이면 단기간의 효과는 거둘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2년 2월에 1% 나눔운동의 산실인 아름다운재단을 만들고, 같은 해 10월에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기 위해 '아름다운가게'를 세운 박원순 님이 있다. 그가 쓴 〈프리윌〉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일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그것으로부터 배울만한 게 분명 있다.

 

아름다운가게의 출발은 실로 미약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벤처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든지 고물상이나 노점상으로 비칠 일이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 속에서 헌 물건을 재활용하여 나눈다는 것과 생명의 순환에도 기여한다는 가치로 뜻을 세웠다. 물론 영국의 옥스팜이나 미국의 굿윌, 구세군 등을 벤치마킹한 효과도 지배적이었다. 시야를 열면 더 큰 세계가 들어오는 법이요, 구체적인 추진법도 열 수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2002년 초 1일 알뜰시장을 열고 난 뒤, 그 해 10월 안국점 매장 1호점이 개장된 이래 현재까지 102배의 성장을 거둬들였다. 이후 전국적으로는 84개의 지점을 개설했고, 판매이익만 해도 100억원 대에 달했다. 상근직 간사가 180여명이고, 자원봉사자도 5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활동천사, 기부천사, 구매천사 등 여러 헌신자들의 노력과 수고를 빠트릴 수 없었다.

 

모든 일에는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이 없으면 가치도 없을 뿐더러, 동참하고 공유하며 협력하는 사람도 없기 마련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그런 의미에서 명분은 남달랐다. 헌 물건을 재사용한다는 친화적인 명분이 그것이요, 그것을 팔아서 남은 수익을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나눔의 명분 또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핵심 이념이 있었던 까닭에 남은 재고품들을 최소가격에 구입하라는 어떤 회사의 요청에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명분과 함께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조직의 관계다. 아름다운가게에도 84개의 지점과 상근직 간사가 180여명이 있다고 했다. 조직 내부의 사람들 마음을 하나로 묶고 지향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그 까닭에 아름다운가게는 상명하달식의 주종관계보다 상호존중의 신뢰관계를 위한 조직과 인사 구조를 일구어 냈다.  

 

“정부와 기업, 비영리 단체들도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 정부나 비영리 단체는 기업의 치열한 경영방식과 혁신 마인드를 배워야만 한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나 정부는 비영리단체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헌신과 노력, 투명성을 배워야 할 것이다.”(149쪽)

 

오늘날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멍가게든 기업이든 정부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모두가 탁월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직과 구조를 바꾸는 혁신보다 더 근본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안팎의 사람들 마음을 얻지 못하면 모든 혁신은 한 순간 보여주는 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확고히 얻는 전제조건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투명성이다. 아름다운가게도 명분을 통한 실리추구 이후, 수입과 지출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했고, 국가에 내는 세금납부까지도 명확하게 밝혔다. 투명성이 보장된 곳이라야 사람들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프리 윌

박원순 지음, 중앙books(중앙북스)(2007)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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