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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구직등록을 받아 줄 수 없어요.”
“네? 왜요?”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서울에서 일하다가, 공장이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기숙사 문제로 회사를 그만 두게 된 인도네시아인 샤리풀(Syariful,21)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노동부 용인고용지원센터에 구직등록 신청을 하러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법에 의하면, 근무처를 옮긴 외국인은 퇴사 후 30일 이내에 구직등록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샤리풀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구직 등록 신청을 할 생각이었는데, 용인고용지원센터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구직등록 신청을 받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샤리풀은 그 이유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얼마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고용했던 회사에서 공장을 이전하긴 했지만, 주소지 이전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거주지인 용인에서는 구직등록 신청을 할 수 없고, 전 거주지인 서울에서만 구직등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직등록 신청과 관련해서 샤리풀이 당한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만일 제주도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가 회사의 사정으로 해고를 당하여, 당장 갈 곳이 없어지자 친구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고 치자. 그는 퇴사 후 최초 구직등록을 하려면 다시 제주도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보통의 경우 근무하고 있는 회사주소가 주거지가 된다. 그러다보니 회사를 옮길 때면 주소지 이전 신고를 관할 고용지원센터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하게 되는데, 근무처 변경을 할 때 최초 구직 등록은 반드시 직전 회사 관할 고용지원센터에서 해야 한다는 규정을 모를 경우, 이삿짐이라야 달랑 배낭 하나 정도이거나, 많아 봐야 중간 정도의 트렁크 하나인 사람의 이사 비용 치고는 원치 않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럼, 내국인은 어떨까?

작년 말 국민은행연구소가 전국 만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후 주택 마련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9.4년이었다고 한다. 이 말은 우리사회에서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필연적으로 좋건 싫건 수차례 이사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보니 이사를 할 때마다 해야 되는 것이 전출입신고다. 전출입 신고란 하나의 세대에 속하는 자의 전부 또는 그 일부가 거주지를 이동한 때 신고의무자가 일정한 기간 내에 관할 동장에게 전출입사실을 신고하는 민원사무이다.

과거에는 전출입 신고를 구거주지와 신거주지 양측에 해야 했지만, 전국이 온라인으로 행정처리가 되는 마당에, 굳이 전출입 신고를 두 번 할 필요가 없다는 민원이 늘어남에 따라, 주민등록 전입신고만 하고, 전출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다.

민원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 서비스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의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전출신고도 하고, 전입신고도 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행정 전산망이 전국이 통합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상 용인에서도 서울지역 이주노동자의 구직등록 사항을 확인할 수 있고, 이직 신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행 4년째인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차별적 조항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노동부의 현주소다.

덧붙이는 글 | 샤리풀이 당한 이야기 - '당신 집에 가야 돼' 이어 씁니다.



#고용허가제#차별#노동부#전출입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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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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