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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서장대 모습(2005.9)
수원화성서장대 모습(2005.9) ⓒ 전용호

수원화성 한번 구경해 볼까?

요즘 포털 사이트에서 항공사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집에서 컴퓨터로 지도를 보고 있는데 아들(초등 6)이 옆에 다가오더니 구경을 하고 있다.

"우리가 예전에 갔던 수원화성 한번 구경해 볼까? 팔달문에서 성벽을 따라 올라가다가 서장대를 구경하고 화서문도 보고 서북공심돈도 보았지. 그리고 장안문까지 왔다가 다 못 보고 돌아왔잖아. 다음에는 장안문에서부터 쭉 따라 가보자. 연못도 있고, 공심돈, 봉화대도 있지? 요즘 <이산>에 나오는 정조가 이 큰 성을 2년 반만에 만들었단다. 요즘 같으면 큰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일이었지. 놀랍지?"
"그거 거중기 이용했다고 하던데요. 근데 아빠, 수원화성이 쓰레기래요."
"누가 그러대?"
"작년에 선생님이요."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멍하니 생각하다가 선생님께서 다른 말을 했는데 오해하지 않았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왜 그런대?"
"중국 자금성에 비하면 수원 화성은 성도 아니래요. 자금성에 들어가려면 문을 열개나 통과해야 하고, 엄청 크대요. 하여튼 쓰레기래요."

아이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덤프 트럭하고 스포츠카가 있는데, 어느 게 좋니?"

아들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비유도 적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보는데…

어떤 사람들은 우리 문화유산을 다른 나라의 커다란 건축물에 비교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내세울 게 없다는 말들을 한다.

수원화성 서북공심돈 풍경(2005.9)
수원화성서북공심돈 풍경(2005.9) ⓒ 전용호
나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빠져드는 우리 문화의 매력에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리 문화가 최고라는 자부심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많은 전쟁과 혼란 속에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는 것뿐이라고.

다른 나라의 유명한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우리 문화유산 중에도 세계인이 인정하는 것이 많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직지와 다라니경. 불국사와 석굴암 등등.

얼마 전 TV에서 국새를 만드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인근 나라의 국새까지 보여주면서 왜 옥새가 되었는지도 설명을 해주었다. 중국에서는 주물로 만드는 게 힘들어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옥을 이용해서 옥새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국새를 만들 수 있는 주물 기술은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황룡사9층목탑을 복원한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었다. 경주박물관에서 거대한 황룡사 치미를 보았던 기억이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충격으로 남아 있다.

"아빠! 치미가 뭐예요?"
"아 그거? 기와지붕 끝에 보면 양쪽으로 세워 놓은 거 있잖아."

선생님으로서 좀더 신중했으면…

선생님께서는 아마 중국 자금성에 다녀오신 것을 자랑하고 싶었는가 보다. 하지만 그것은 자랑으로 끝나야지 우리 문화를 비하하면서까지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순한 외형 비교보다는 좀더 공부하고 연구하여 우리 문화유산의 위대함을 알려 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크게 만들지 못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덧붙여 선생님으로서 애들에게 말을 할 때는 애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신중히 말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리 문화유산에 자부심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우리동네, 우리가 살아가는 삶까지도 하찮은 것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 아이가 자기로부터 점점 확대되어가는 세상에 자부심을 갖고 희망을 안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화성 화서문 풍경(2005.9)
수원화성화서문 풍경(2005.9) ⓒ 전용호

덧붙이는 글 | 애와 대화를 하다 보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학교에 보내기 싫습니다. 그런다고 선생님에게 항의 할 수도 없습니다. 애들에게 선생님은 공경해야 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합니다.



#수원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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