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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처음 여성들>(이덕주/홍성사)에서 언급한 여성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고난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고난과 역경의 터널을 통과한 사람들이 고난을 고난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딛고 넘어서서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와 나라를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 간 한국교회 최초의 여성 리더들의 삶의 행적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인물들은 ‘복음을 받아들인 처음 여성들’로서 19세기 말 남성위주의 전제 봉건주의가 유세를 떨치던 시기에 용기 있게 복음을 받아들여 신앙의 빛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고 ‘여성 해방’의 기틀을 닦은 인물들이다. 아울러 ‘민중과 교회를 위해 몸 바친 여성들’로 일제 시대 교회 발전과 사회선교에 헌신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동안 많이 소개되어 잘 알려졌던 인물들, 즉 김활란, 유관순, 최용신, 임영신, 박현숙 같은 유명인사들을 제외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유명인물들에게 뒤지지 않은 업적을 남긴 ‘무명’의 여성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남편이 젊은 여인을 첩으로 들이자 충격을 받고 예수를 믿어 북한지역에서 첫 번째 여성 세례를 받은 전미례, 그녀의 전도를 받아 교인이 된 사람은 대략 600여 명에 이르렀고 그의 전도로 설립된 강서, 함종, 삼화 등지에 아홉 교회가 세워졌다. ‘잘 사는 년이 무엇에 미쳐서 저 꼴을 하고 다니느냐’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예수 믿기 전에는 자유하지 못했더니 이제 예수를 알고 난 후 이처럼 기쁘고 행복한데, 아직도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복음을 전하여 그들도 나와 같은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이 또한 좋은 일 아닌가.”

 

여기서 소개되는 인물들은 경상도 마산, 이름 모를 곳에서 태어나 성이 셋이었을 만큼 파란만장한 삶이었지만 기독교를 통해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교육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던 여메례가 있다.

 

또한 ‘밥 먹는 일 외에 아무것도 모르던’ 김점동에서 김에스더를 거쳐 박에스더로 이름이 바뀌면서 그의 삶의 방향과 내용도 달라졌던 한국 최초 여성 의사 박에스더, 귀신의 포로에서 복음 전도자로 거듭난 주룰루, 거리에서 만난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던 ‘거리의 성자’라 불렸던 방애인 등이 있다.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아명이다, 자다, 호다 해서 서너 개씩 호칭을 갖고 있었지만 여성은 그럴만한 호칭도 없이 ‘아무개 딸’, ‘아무개 부인’, ‘아무개 어머니’, ‘아무개 할머니’로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남성의 종속 칭호로 불렸던 이름 없는 한국 여성들의 삶, 그것이 봉건 시대 조선 여성들의 삶이었다. 그런 시대의 가정과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받던 조선 여성들이 기독교를 통해 글을 깨치고 자기 의사를 남들에게 밝힐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세례를 받으면서 ‘이름 있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던 한말과 일제강점기, 해방 후 6·25전쟁까지, 복음을 통해 무지에서 눈 뜬 이들이 가정과 사회를 변혁하고 비운에 처한 나라와 교회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게 되었던 한국 여인들의 삶의 기록이다. 그 시대의 여인들의 삶은 한마디로 한 많은 삶이었다. 그러나 그 한을 딛고 일어나 한계를 초원한 신앙의 삶이었다.

 

이 책은 기독교문사에서 1990년에 초판을 냈고, 1993년에 낸 후 절판되었던 것을 다시 개정, 대폭 수정하여 펴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6·25전쟁까지, 한국여성들의 고난에 찬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질곡의 삶 속에서도 여성의 몸으로 한국교회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신앙인이며 나라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불꽃처럼 살다 간 한국 여인들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 처음 여성들

이덕주 지음, 홍성사(2007)


#한국교회최초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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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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