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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25일 보건복지가족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일자리, 기회, 배려'로 능동적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 평생복지 안전망 확충 ▲ 경제성장과 함께하는 보건복지 ▲ 미래에 대비하는 가족정책 ▲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장 등을 4대 목표로 제시하며 관련 정책들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된 식품안전사고와 관련된 대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것을 그대로 진행하거나 오히려 축소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여기에 'CEO 대통령'의 구미에 맞춰 국민연금기금을 투자해 돈벌이에 나서려는 등 위험한 발상까지 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잘못된 부분을 하나씩 짚어보자.

 

체납 건강보험료 감면? 3% 고리 가산금부터 낮춰라 

 

"서민안정대책을 추진 방안으로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해 선정기준을 만들어 체납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정책을 취하겠다."

 

현재 건강보험 체납 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가산금과 3개월 이상 연체시 건강보험급여 자체를 중지시킨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 체납에 대한 가산금은 납부기한이 경과한 날부터 체납된 보험료의 5%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부과하고, 매 3월이 경과한 날부터 체납된 보험료의 5%씩 최대 15%까지 징수하고 있다.

 

이는 전기요금의 가산금과 비교하면 최대 100배에 이르는 과도한 가산금으로, 가산금 자체가 체납자를 양산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경실련이 이를 문제제기하고 공론화하면서 정부입법으로 가산금 비율을 3%로 낮추는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여전히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또 이처럼 3개월 이상 연체하는 것을 근거로 건강보험의 급여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건강보험은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약자를 사회 전체가 보호하는 사회보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연체를 이유로 급여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서민생활 안정대책으로 정부가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은 과도한 가산금 제도를 개선, 전기요금과 같이 일할요금 가산하여 체납자와 일반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체납으로 인한 급여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장애아동 복지대책, 현실 알고 내놨나

 

"자폐증 등 장애아동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중요하므로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 확대하여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 보육지원 정책에 전자 바우처 방식을 도입하여 체감도를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

 

장애아동 재활치료나 보육지원에서 근본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기본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장애아동 재활치료기관의 경우 시·도 단위별로 1개 기관 정도 밖에 없어 바우처 제도(복지서비스 이용권)를 시행하더라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 대부분 거리가 너무 멀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과 치료에 긴 시간이 걸린다는 특성도 무시됐다.

 

장애의 평가 및 진단은 최대 3개월이 소요되는데 이나마 관련 시설이 적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치료 기간도 보통 3년 정도를 잡아야 하는데 이마저 대기자가 많아 그동안 "제도는 있지만 사용할 수는 없는 형식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육지원 정책 역시 공공인프라가 적어 바우처 제도가 시행돼도 가계의 부담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간과 경쟁할 만큼 공공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의 보육료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고, 그 인상되는 만큼 바우처 지원의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 가계의 부담은 줄 수 없다.

 

이러한 복지부의 바우처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바우처를 활용할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민간보육시설의 보육료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비수급 빈곤층 141만명, 복지부는 '복지병' 걱정?

 

 우리나라의 비수급 빈곤층은 141만 명, 잠재적 빈곤층은 179만 명이나 된다. 사진은 2007년 4월 서울역 맞은편 쪽방촌 화재 희생자들의 추모제 모습.
우리나라의 비수급 빈곤층은 141만 명, 잠재적 빈곤층은 179만 명이나 된다. 사진은 2007년 4월 서울역 맞은편 쪽방촌 화재 희생자들의 추모제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초생활 보장체계를 개편하여 주거·의료·교육·생계 급여를 분류하여 지원하겠다."

 

'실용' 대통령께 보고하려니 뭔가 찜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에게 지원하던 급여도 각각 쪼개 놓았다.

 

그리고 "수급자에게 혜택이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빈곤 함정을 완화"하기 위하여 각각 나누어서 탄력적으로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이 받게 되는 총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계급여는 근로유인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후의 지원제도'로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생계급여의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개별급여로의 전환은 빈곤이 야기하는 복합적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효율성만으로 정책을 재단하는 것으로 '복지'보다는 '기업'의 방식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비수급 빈곤층은 141만 명, 잠재적 빈곤층은 179만 명이나 된다. 이런 나라에서 빈곤 문제에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정책을 설계해야 할 복지부가 수급 빈곤층의 '복지병'을 걱정하는 정책을 내놓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산모 산전진찰 보험급여 확대, 이미 했는데요?

 

"산모 산전진찰 보험급여 확대,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산전 검사 관련 의료비용의 부담을 경감하고 출산을 장려할 것이다."

 

산모 산전진찰 보험급여 역시 정부는 확대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계획보다 '축소'하는 것이다. 이는 2007년 4/4분기까지 1300억 원을 투입하여 산모의 필수적인 산전 진찰 항목을 패키지화해, '임신 토탈 케어'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에 적용 시키고 본인부담을 전액 면제시킬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복지부는 '전액 면제'가 아닌 '본인 부담 경감'을 얘기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투자, CEO 대통령 눈치 보나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를 다변화하여 기존의 국내채권 투자외에 다양한 주식, 대체투자, 해외투자 등에 나서 수익성을 높이겠다."

 

드디어 복지부가 돈을 벌겠다고 나섰다. 그 종자돈은 국민들이 낸 국민연금의 기금으로 하겠단다. 종자돈이라고 하기엔 엄청난 220조 원. 복지부는 이 국민연금기금을 채권·주식·대체투자 등에 투자, 1%p 가량의 수익을 올리면 보험료를 2.2% 인상하는 효과와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밝힌 수익률 1%p는 거대한 기금을 운용, 전체 기간에 걸쳐 수익률을 올린다는 것으로 사실상 너무나 어려운 과제이다. 복지부는 이 어려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성이 높은 대체상품(파생상품의 투기적 목적 거래, 헤지펀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 부동산 투자 등)과 해외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체상품과 해외투자는 위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공공성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공성, 안정성, 수익성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의 두 가지 원칙은 무시한 채, CEO 출신 대통령의 선호에 맞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같은 무모한 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번 보고에서 앞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뒤에선 이미 기금의 용처를 임의로 결정해 돈을 벌겠다고 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 건강보험 안정화는 "패쓰~"

 

 이번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은 2007년 7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국민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며 민주노총 공공노조가 집회를 벌이는 모습.
이번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은 2007년 7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국민연금법 개정에 반대하며 민주노총 공공노조가 집회를 벌이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복지부의 이번 업무보고에는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할 내용이 생략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과제에서도 복지분야 핵심과제로 제시되었던 국민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그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고,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관련 계획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혹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또 오지랖 넓은 기획재정부가 이미 업무보고에서 영리병원을 도입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며 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도 민간보험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정치적 논란이나 국민적 반대는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감추겠다는 것인데 이는 주무부처의 태도라고는 볼 수 없다. 경제부처에 밀리고, 대통령의 눈치 보느라 주무정책에 대한 입장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현실이 씁쓸하다.

덧붙이는 글 | 김동영 기자는 경실련 사회정책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


#건강보험#의료상업화#복지부 #보건복지가족부#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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