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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이냐, 한평석이냐.

 

과연 누가 한나라당 후보의 맞수로 나서게 될까. 현재 두 후보에게 많은 눈길이 모이고 있다. 한평석 통합민주당 후보가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제안한 이후부터다.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로 그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고양시 덕양구갑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3일 오후 현재 심상정-한평석 두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2일 밤에도 실무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합의는 못하고 서로의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물론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한다는 선까지는 합의했다.

 

쟁점이 되는 문제는 바로 여론조사기관이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어떤 질문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대답은 달라진다. 이는 곧바로 누가 한나라당 후보의 맞수로 나서느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두 후보는 지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단일화 제안한 한평석 "결코 불리하지 않다"

 

과연 두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4월 9일 본선 무대에는 과연 누가 올라갈까. <오마이뉴스>는 2일 고양 덕양갑을 다녀왔다. 현장에서 각 후보 진영과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질 것 같나? 물론 지지율이 크게 뒤지는 한평석 후보가 먼저 후보단일화를 제안했다. 마치 한 후보가 물러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다."

 

한평석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박정구 사무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선거 사무실 역시 활기가 넘쳤다. "화이팅! 승리하자!"라고 외치는 20여 명의 선거운동원들 얼굴도 밝았다. 지지율 3위가 아닌, 승리를 눈앞에 둔 진영의 모습 같았다. 

 

박 사무장은 "일단 판을 크게 흔들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말했다. 판 흔들기가 1차 목표였다? 박 사무장의 말은 이렇다.

 

"지금까지 덕양갑은 한나라당 손범규 후보와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대결 구도였다. 우리로서는 이 구도를 깨야만했다. 그냥 두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한나라당 후보의 맞수로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결코 우리가 뒤지지 않는다."

 

한평석 후보 쪽은 단일화 방법으로 적극 투표의사를 밝힌 유권자 1000명에게 지지도를 묻는 걸 제시했다. 한나라당 후보를 제외하고 투표 적극 층에게 묻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한 후보 쪽은 덕양갑 유권자의 약 30%가 전라도 출신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후보단일화는 물론이고 본선에서도 큰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한평석 후보보다 지지율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심 후보는 한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법을 덥석 받을 수 없다. 덕양갑에 나선 후보 6명 중 2위이지만, 1위 손범규 후보를 제외한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잘못되면 2위 심 후보는 3위 한평석 후보보다 잃을 게 많다. 그래서 심 후보 쪽은 더욱 신중하다. 한평석 후보 쪽은 여론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심 후보 쪽은 이를 꺼리고 있다.

 

한 운동원은 "다른 지역 사람들은 마치 심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된 것처럼 보는데, 까딱 잘 못하면 다 차린 잔칫상이 뒤집어 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심상정 "능력 있고 검증된 내가 나서야"

 

선거운동이 한창인 2일 심 후보은 부친상을 당했다. 3일 현재까지 심 후보는 모든 선거운동을 중지하고 부친 빈소를 지키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악재다. 물론 다른 선거운동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가슴에 '근조'가 적힌 리본을 달고 지역을 누비고 있다.

 

심 후보는 인지도면에서 확실히 타 후보를 압도한다. 최근까지 꾸준히 지지율 1위 손범규 후보를 추격하고 있었다. 단일화를 제안한 한평석 후보는 심 후보의 이런 '뒷심'을 경계하고 있다. 또 단일화 여론조사가 대중성 중심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심 후보 쪽 김성희 대변인은 "한 후보가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우리도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를 풀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심상정 후보 같은 능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덕양구의 교육과 교통 문제 등도 심 후보 같이 검증된 정치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상정-한평석 후보의 단일화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바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쪽이다. 수치상으로만 따졌을 때, 2-3위 후보가 단일화하면 선거는 초박빙으로 흐르게 된다.

 

손 후보 쪽 이준병 사무장은 "두 후보는 각 당에서 공천을 받고 나왔으면 자존심을 걸고 둘 다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며 "정체성이 전혀 다른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경계했다.

 

이어 손 후보는 단일화를 제안한 한평석 후보를 향해 "지금 불리하다고 사퇴하면 당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며 "4년 뒤를 보고 열심히 뛰라"고 당부했다.

 

심상정-한평석 두 후보는 단일화 효과를 키우기 위해 늦어도 4일까지 단일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두 후보는 서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어떻게든 결론은 내려질 것이다. 서로 약속한 것도 있지만, 4월 9일 최종 승리를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결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나쁘지 않은 눈치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정숙씨는 "단일화가 되면 관심도 올라가고 투표율도 증가할 것 같다"며 "2002년 대선 때처럼 흥미로운 일이 지역에서 펼쳐져 총선 결과가 무척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심상정#한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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