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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하나 드릴까요?" 꽃씨를 열심히 챙기는 모습을 쳐다보는 나를 보고 그런다. "아니에요. 심을 때도 없는데요. 그런데 어디에 심게요?"하고 내가 물었다. 102동에 산다는 그가 활짝 웃으면서 "아파트 화단에 심으려고요" 한다. 그는 봉숭아. 접시꽃, 나팔꽃씨등을 가지고 아이처럼 신나해 한다.

 

4월5일 내가 사는 아파트 앞마당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화단꾸미기 행사가 있었다. 12층에서 내려다보니 꽃심는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예쁘다. 조금 늦게 나간 나도 그 행사에 참석을 하게되었다. 이사온 지 얼마 안되어 처음에는 조금은 서먹서먹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아줌마들의 수다 한마당이 되고 말았다.

 

 

그곳에 참석한 젊은 한 주부는 아주 열심히 꽃을 심는다. 

 

"꽃을 아주 열심히 심어요. 많이 심었지요?"

"네, 많이 심었어요."

"본인이 직접 심어서 애착이 많이 가겠어요?"

"그럼요. 잘 자라면 나도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잘 돌봐줘야지요."

 

화분에 담은 흙을 쏟아뜨리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신이 나서 작은 화분에 꽃을 심는다. 아빠와 함께 나온 여자아이도 나무를 심어 그곳에 본인의 이름표를 달거라하면서 이름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웃에 있는 아파트 부녀회장이 왔다. 그에게 누군가가 물어본다

 

"그 아파트는 오늘 왜 나무심기를 안 해요? 더 큰 행사를 하려고 그러나?"

"아니요. 아파트 주민들과 이런 행사를 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아요."

 

그리곤 우리가 오랫동안 나무 심는 것을 보더니 슬며시 가 버린다. 마치 잔치집 앞마당처럼 시끌벅쩍 거린다. 자치회 총무가 한마디 한다. "꽃 다 심고 나면 꽃씨를 나누어 줄 거에요. 돌아가실 때 꽃씨들 받아가세요."

 

아파트를 지켜주는 경비아저씨들, 사무실 직원들도 모두 나와 나무심기에 동참을 했다. 모두가 꽃을 심고 나무를 심어 화단 가꾸기에 한마음이 된 것이다. 꽃과 나무를 심기가 끝이 났다. 이럴 때 간식은 빠질 수없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한다. 삶은계란과 음료수가 아주 꿀맛이다.

 

 

노랗고 빨간 페추니아. 하얀 마가렛 등 울긋불긋 아파트 앞마당에 봄이 한가득하다. 꽃을 다 심고 그 가운데에서 아이들의 기념사진도 한장씩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아이들과 엄마, 아빠와 함께 한 나무심기, 아이들에게는 생명의 소중함을, 어른들게는 점점 빛이 바래가는 감성을 되찾아 주는 시간이 된 듯하다. 
 
관리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을 듣고 모두가 자진해서 참석했던 나무심기 행사. 큰행사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던 나무심기였다. 아파트 군데 군데 놓일 예쁜 꽃들. 조금은 망설이다 우리집 대표로 나간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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