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풍 떠나는 날, 축제 한마다
솔바우 여인들이 보기드문 축제를 열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회다지를 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상제는 물론, 조문객 모두 박수치고 회다지 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돌아가고 있는 장면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
ⓒ 윤희경 |
관련영상보기
|
5대가 함께 살고 있는 길(吉)씨 댁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꽃상여 둘러메고 한 시간여, 밀고 당기고 산등성에 오르니 산역이 한창이다. 무화(無花)의 꽃상여 헐어내니 시신은 어느새 마른 가지되어 하늘 보고 누워있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진달래 피어나 붉은 눈물 뚝뚝 흘리고, 까마귀 한 마리 청솔가지에 앉아 영검스레 까옥까옥 눈망울을 굴린다.
땅 속에 몸을 뉘어 칠성판 덮어주고 유족들 순서대로 흙 한두 삽 덮어주니, 산 자들 하늘 무너져라 울음소리 자지러지고, 아이고 소리 ‘꺼억꺼억’ 억장이 무너진다. 막내 딸 흙 속으로 파고들어 함께 죽자 기절할 듯 발버둥을 쳐 댄다. 이승과 저승이 바로 흙 한 삽 속인 것을….
이제 내 생애 발자국만 보아라
몸도 잡지 말고 혼도 부르지 마라
꽃피면 새되어 꽃물로 피어나고
달뜨면 이슬로 하늘너머 달려가고
물소리 가득하면 바람 되어 날아가리.
발끝 아래 나를 잡지 말아라
사연도 묻지 말고 눈물도 떨구지 말아라
밤 기울면 해가 뜨고 해지면 달 떠오듯
가는 길이 어디 따로 있더냐
영혼 잡지 말고 서러워들 말거라.
회다지가 시작된다. 물푸레 작대기 하나씩 들고 봉 분 안에 모여들어 느릿느릿 발 구르고 손을 뻗쳐 빙글빙글 돌아간다.
에-호리 달궁(주는 소리) - 고스레(받는 소리)
에-호리 달궁, - 에호리 달궁
여보게 계원 님 네 - 〃
잘한다고 먼저 말고, 못한다고 나중 말고 - 〃
열 스물이 닫더라도 중구난방 돌지 말고 - 〃
선소리에 맞추어라, 사람 많고 소린 작다 - 〃
먼데 사람 듣기 좋게, 곁에 사람 보기 좋게 - 〃
쾅쾅 쿵쿵 다일 적에, 소리 맞춰 다일 적에 - 〃
한 발 두 발 다일 적에, 손도 번쩍 들을 적에 - 〃
하나 둘엔 발맞추고 셋 넷에는 소릴 맞춰 - 〃
선소리 빨라지고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쿵쿵 쾅쾅 이만하면, 영혼도 마음 놓고 세상을 뒤로 할 만하다. 다섯 켜를 밟고 나니 목이 쉬었다. 선소리 대 새끼줄에 배추 잎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흔들거리고, 이제 기운 빠져 다리가 후들거리니 회다지도 끝이 난다. 회 막대 꺾어 고시네 하고,
에호리 달궁 - 에호리 달궁
강원도라 깊은 산골 소양강이 둘러 있고 〃
사북면에 송암리는 춘천댐이 둘러있다 〃
북쪽에는 백두산이 남쪽에는 “
한라산이 두루두루 둘러 있다 “
에호리 달리 - 에호리 달리.
여보게 계원 님 네, 회 대는 내던지고 - 〃
손뼉 치며 다입시다 - 〃
이봐라 우리인생 여차 한 번
죽어지면 다시 살기 어려워라. - 〃
그런데 회다지 막판에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 젊은 여인들이 모여들어 가는 망자 할머니를 축보해 주고 있다. 남녀노소, 상주, 누구라 할 것 없이 함께 손 벽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렇다. 잘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아까부터 쾅쾅거리는 회다지 광경을 관망하던 까마귀도 더 이상 별 볼일 없다 생각했는지 구름 속으로 까르르 가뭇없이 사라진다. 흰나비 한 쌍 날아와 봉 분 위를 맴돌다 조화(弔花) 속으로 몸을 감추고, 대낮부터 소쩍새 앞산을 문득 문득 일으켜 세우며 ‘솥 적다 솥 적다’ 진달래 꽃 물을 짜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