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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파의 새싹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파의 새싹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 김민수

투표를 마치고 돌아와 어머님의 옥상텃밭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의 소재를 찾았습니다.

부지런한 어머님 덕분에 요즘 식탁은 그야말로 풀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초식동물이냐?"고 항변을 하지만 채식을 많이 해야 건강에 좋다고, 고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곡물이 소비되어야 하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음엔 삼겹살이라도 구워서 같이 먹자"고 양보를 합니다.

사랑초의 새싹 보랏빛 사랑초의 색깔이 흙을 들어올리며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사랑초의 새싹보랏빛 사랑초의 색깔이 흙을 들어올리며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 김민수

"투표는 했냐?"
"예."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합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가족들의 의견이 분분해서 어느 한 쪽으로 표를 몰려고 하다가는 집안 싸움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축제이여야 할 선거,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까지도 갈갈이 나눠놓는데 지역을 나누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입니다.

새싹 무슨 새싹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새싹무슨 새싹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 김민수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는 가족임에도 그놈의 정치가 뭔지, 그리고 그놈의 소신은 무엇인지 선거 때만 되면 양보할 수 없는 혈투(?)가 벌어지곤 합니다. 그놈의 정치가 만들어내는 집안 내 갈등 때문에 "누구 찍었어요?" 감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누굴 찍었을 거야' 예단하고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분위기가 묘합니다.

호박 껍데기를 모자처럼 뒤집어 쓰고 나온 호박의 새싹
호박껍데기를 모자처럼 뒤집어 쓰고 나온 호박의 새싹 ⓒ 김민수

그러거나 말거나, 옥상 텃밭에서는 새싹들의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입맞춤을 하고 있는 놈, 모자를 눌러쓴 놈, 기지개를 켜며 춤사위를 벌이는 놈, 뻘겋게 상기되어 흙을 들어 올리고 있는 놈, 뿌리지도 않은 놈… 각양각색입니다.

'놈'이라고 하니 새싹들이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새싹을 바라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햐, 그놈들 참 예쁘다!" 감탄을 하거든요.

상추 그냥 빈껍데기 같았는데 싹이 돋는다.
상추그냥 빈껍데기 같았는데 싹이 돋는다. ⓒ 김민수

새싹은 희망입니다. 왜 희망이냐면, 그 안에 꽃이 들어 있고 열매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줄기를 먹기도 하고, 이파리를 먹기도 하고, 열매를 먹기도 합니다. 씨앗이 뿌려진 뒤에 나온 새싹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 있지요. 그래서 희망입니다.

아욱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맛난 아욱의 새싹
아욱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맛난 아욱의 새싹 ⓒ 김민수

희망을 볼 수 없는 새싹도 있습니다. '싹수가 노랗다'고 하지요? 그런 것은 기다려봤자 양분만 축내고, 물만 축내다가 죽어버립니다. 싹수가 노란 것은 보이는 대로 뽑아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이번 총선에 나온 분들 중에서 제법 싹수가 보이는 분들보다는 이미 싹수가 노란 분들이 참으로 많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될 성싶은 싹수를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솎아내야 할 노란 싹을 애지중지 남겨둔다는 것이지요.

새싹 간혹 뿌려놓고도 헛갈리는 씨앗이 있다.
새싹간혹 뿌려놓고도 헛갈리는 씨앗이 있다. ⓒ 김민수

새싹, 그들은 씨앗이 흙과 입맞춤을 한 결과입니다. 씨앗이 흙과 입맞춤하는 사랑 끝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면 이제 흙과 뿌리는 서로를 꼭 부여안고 하늘과 입맞춤을 하고 있는 이파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피어나는 꽃과 맺히는 열매를 보면 뿌리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새싹 뿌린 씨앗이 아닌 것으로 보아 자라면 뽑혀질 '잡초'일 것이다.
새싹뿌린 씨앗이 아닌 것으로 보아 자라면 뽑혀질 '잡초'일 것이다. ⓒ 김민수

정치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머슴이 되겠다고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상머슴이 되겠다고도 하니 새싹을 놓고 생각해 보면 새싹의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정치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니까 문제입니다. 투표 전날까지는 굽실굽실 그야말로 상머슴 같더니만 턱 하니 당선되고 나면 그날로 나무젓가락이 목에 걸렸는지 뻣뻣합니다. 뻣뻣하면 부러지는 법인데….

파 수줍은 듯 몸을 꼬며 올라오는 새싹이 귀엽다.
수줍은 듯 몸을 꼬며 올라오는 새싹이 귀엽다. ⓒ 김민수

그리고 당선이 되고 나면 뿌리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나 따고, 열매나 훔치려고 합니다. 자기가 피우고, 맺어야 하는 것인 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날강도 소리를 듣는 것이지요. 오죽하면 투표하는 시간 10분이 아깝다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아무튼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에는 결과가 나오겠지요. 당선되신 분들 미리 축하합니다. 위에서 한 이야기들이 고깝다고 여러분이 말해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 글을 쓴 놈이 미친놈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치 좀 잘해 주세요.


#새싹#총선#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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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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