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건설과 40년지기 친구간의 격돌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충북 충주, 1시간 후면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난다.
충주에선 이번 18대 총선에서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해 1강1중3약의 구도다. 1강인 이시종 후보와 '1중'인 윤진식 후보는 지역 토박이로 고등학교 동기동창, 행정고시 출신, 정통관료 등 걸어온 길이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은 40년 친구다.
지난달 25일 <조선일보>-SBS가 공동으로 진행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종 후보 50.9%, 윤진식 후보 25.2%로 이 후보가 2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다.
통합민주당 이시종 후보는 3선 충주시장 출신으로 이번이 재선 도전이다.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는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으로 대운하 공약을 등에 업고 전략 공천됐다. 대운하와 관련해선 이 후보가 신중론을, 윤 후보는 적극 찬성 입장이다.
이시종 후보 선거 사무실..."완승하면 술살 거야?"
충주 시내를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이시종 후보 선거사무실 9일 오전 방문했다.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실을 오르는 계단에는 지인들이 당선을 기원하며 보내준 화분 3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 후보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과 '서울가는 전철 이시종이 완성하겠습니다'라는 홍보물이 사무실을 가로질러 걸려있다. 70을 바라보는 듯한 지지자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선거결과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60대로 보이는 말쑥한 차림의 한 중년 신사가 선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완승하면 술살 거야?"라며 "살거면 지금 예약해 놓고"라는 농을 친다. 농을 받은 사람은 한번 치아가 드러나게 웃어보이곤 대꾸가 없다.
잠시 뒤 책상에 낮아있던 노 신사가 역정을 내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며 "마지막까지 이러네"라며 신문을 복사한 종이를 지지자들에게 내민다. 내용인즉은 "이시종 후보의 공약은 화려한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화를 돋운 것이다.
이 후보 선거사무실은 대체로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윤진식 후보 선거 사무실..."아는 사람들 있으면 전화해봐"
이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윤진식 후보 사무실은 충주 시내 중심에 있다. 건물 외벽을 가득 메운 홍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4층에 위치한 윤 후보 선거 사무실에 들어서자 30개가 넘는 당선기원 화분이 색색의 꽃을 피워 화려함을 뽐낸다.
선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는지 다소 지친 표정의 선거 관계자 10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서울 등 먼 길을 가야하는 지인들은 선거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사무실을 빠져 나가고 있다.
안쪽 사무실에 있던 50대중반의 한 중년 남자가 사무실로 나와 지인들을 향해 "여기 계시는 분들 전화기에 입력돼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 한 통화씩 하세요"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 60대 중반의 지인들은 일제히 전화를 꺼내 흐린 눈에 힘을 줘가며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한다.
한 표가 아쉬운 윤 후보 측 선거관계자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방문한 기자에게 녹차를 건넨 20대의 여성 선거관계자도 "000에게 전화해봐야지"라며 재빠르게 손을 놀린다.
선거 관게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윤 후보는 잠시 후 저녁 6시에 선거 사무실로 나와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 방송을 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서울가는 전철=이시종' vs '대운하 중심=윤진식'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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