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 작가, 배우, 매니저를 주인공으로 실제 드라마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SBS 드라마 <온에어>(연출 신우철, 극본 김은숙)는 첫 회부터 방송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펼쳐놓으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영화배우 전도연, 가수 이효리, 탤런트 이서진 등 톱스타들의 카메오 출연은 극의 리얼리티를 불어넣었다.
극이 인기를 더할수록 극 중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특히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로 불리기도 하는 극중 드라마 작가 서영은(송윤아 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은숙 작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청률 제조기', '흥행 불패신화'로 불리는 '드라마 속 작가' 서영은과 2003년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으로 데뷔해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 '연인' 시리즈까지 네 작품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실제 스타 작가' 김은숙을 비교했다. 두 작가, 얼마나 닮았을까.
"시청률 떠나 좋은 작품 하겠단 말 한 적 없어요""신인 배우 써서 300억 짜리 블록버스터 <심청>을 어떻게 이겨요!" "우리 그냥 재벌에 신데렐라 얘기 할까요? 그럼 시청률은 확실한데~."
극중 서영은은 시청률에 상당히 민감하다. 어떻게 보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그녀가 하는 대사에서 시청률은 무시할 수 없는 드라마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시청률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김은숙 작가 역시 마찬가지. 김 작가는 "시청률을 떠나 좋은 작품을 하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작품성'을 평가하곤 하지만, 김 작가는 드라마를 '작품'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녀에게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다.
현재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 드라마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온에어>의 시청률도 김 작가에겐 아직 부족하다. 적어도 "시청률 30%는 돼야 만족할 것 같다"는 김 작가는 "시청률은 늘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청률이 잘 나오도록 하기 위해 그만큼 많은 노력도 기울인다"고 했다.
실제로 김 작가는 "<온에어> 1, 2회에서 연기대상 공동 수상에 대해 나눠먹기식 수상이라고 꼬집고, 연예인의 성상납 등 연예계에 떠도는 루머들을 정면으로 다룬 것도 어느 드라마나 마찬가지겠지만, 초반에 흥미로운 소재거리를 배치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1부 초고가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적나라해 다큐멘터리 같다는 얘기를 들어 당초 1부 마지막 장면이던 연기대상 시상식도 첫 장면으로 바뀌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때""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신발끈을 묶는데 문득 내가 누군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일명 '연인' 시리즈를 통해 김은숙 작가가 유행시킨 대사다. 남자 주인공들의 이러한 명대사는 당시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고, 여전히 '드라마 속 명대사'로 꼽힌다. <온에어> 속 서영은 역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던 수많은 명대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자신의 대사를 보고 "느끼하다"고 평하는 이경민 PD의 말에 스스로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내가 했던 드라마를 다 외면할 순 없고, 깔아 내리고 싶지도 않다"면서도 "반성까진 아니더라도 지금은 과하지 않게 절제할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다"며 "<온에어>는 많이 절제해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라는 것이 뭔지 잘 몰랐던 때라 하고 싶은 것도 다 했다"는 김 작가는 그 시기를 "무식해서 용감했던 때"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어 "지금은 글을 쓰는 데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온에어'는 실험적인 드라마 될 것""작가님은 주로 재벌, 신데렐라, 출생의 비밀 이런 얘기 좋아하시나 봐요." "대사빨은 좋지만 깊이가 없죠."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와 말싸움을 하다가도 이경민 PD(박용하 분)와 얘기를 하다가도 서영은에게 순간순간 상처가 되는 말들이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영은은 화를 내기도 하고 자신의 드라마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극중 영은이 들었던 말들을 김은숙 작가 역시 듣는다. 인터넷 댓글로 보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재벌과 가난한 여자(<파리의 연인>), 대통령의 딸과 형사(<프라하의 연인>), 조폭 두목과 의사의 사랑(<연인>) 등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를 했던 김 작가에게 드라마의 '깊이', '작품성' 등의 얘기가 때로 상처가 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내가 제일 잘 하는 장르가 트렌디 드라마이고, 못 하는 것을 깊이 있게 하겠다고 시도할 용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온에어>가 실험적인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비쳤다.
"<온에어>를 통해 기존에 했던 드라마에 대해 어느 정도 반성했다. 내가 갖고 있는 색깔에 변화를 주는 과정의 첫 지점에 <온에어>가 자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