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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순

"산소에 앵두나무도  심어요?" "그럼요. 목단도 심고요" 화원 주인이 몇 가지 나무를 골라준다. 우린 산소에 그런 나무를 심어도 되나? 의아해 하면서도 화원 주인이 골라주는 것이기에 괜찮겠지 하곤 나무들을 자동차에 싣고 용인으로 떠났다.

2주일 전인가? 그곳에 갔을 때는 비가 내려 나무를 심지 못했었다. 하여 13일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는 오지 않고 흐리기만 해서 어머니의 산소에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다. 생전에 계실 때 예쁘게 꾸며 놓은 산소를 부러워했기에 그대로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우리부부와 남동생 부부가 동행을 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초록의 나무, 노란 개나리, 분홍진달래 꽃들이 봄내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우린 자리를 잡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작년에 철쭉과 몇 가지 나무를 심었지만 왠지 조금 부족한  것 같기에 몇 가지 더 심기로한 것이다.

하기사 예전에 산소들 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듯했다. 다른 집 산소에도 가보면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는 데모로, 진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 분홍색 꽃잔듸, 하얀 돌단풍, 노란 수선화 등 색깔도 곱고 에쁜 꽃들로 꾸며 놓을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작년에 본 어느 집 산소 앞 풍경 ..
▲ 작년에 본 어느 집 산소 앞 풍경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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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꽃들로 만들어진 산소 ..
▲ 예쁜 꽃들로 만들어진 산소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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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다. 어머니의 산소를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타려고 아래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길을 걷는데 멀리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산소가 있었다. 마치 집안에 있는 꽃밭처럼 예뻤다. 울긋불긋, 노랗고 빨간색 등 곱고 예뻤다.

그땐 올케와 나와 단 둘이 갔을 때였다. 우리는 그 산소로 가봤다. 정말 예뻤다. 탄성이 절로 나와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었다. 그 산소를 둘러보면서 이곳은 남편이 이렇게 꾸며 놓았을까 아님 자식들일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의 마음씨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그때 올케와 난 입을 모아서 "우리 어머니도 이렇게 해드리면 무척 좋아하실 텐데" 했었다. 그리곤 "우리들도 조금씩 조금씨 이렇게 예쁘게 해드리자"고 약속했었다. 그러면서 이곳에 올 땐 소풍오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오자고도 했었다. 그런 약속도 있고 어머니가 좋아하실 거란 믿음도 있어 올해 작년에 심지 못한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다.

화원 주인이 권한 나무 외에도 서비스로 준 노란 수선화도 어머니 산소에 심었다. 작년에 심은 분홍색과 철쭉과 올해 심은 빨간철쭉, 앵두나무, 수선화 등이 제법 어울리는 듯했다. 나무를 다 심고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 풀도 뽑아주었다.

그곳에 가기 전에 간다온 지 얼마 안 되니깐 올케한테 음식은 많이 장만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올케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음식들을 장만해 가지고 왔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김밥, 된장국, 묵무침등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준비를 해왔다. 기일이나 명절이 아니니깐 제사음식이 아니어도 좋았다.

생전에 계실 때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장만하니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야말로 소풍 온 기분이었다.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얗게 피어 있는 앵두나무를 쳐다보았다. 그때 문득, 앵두나무에 앵두가 열릴 때 되면 또 와야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이번에  앵두나무를 심어서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났다. 올해는 앵두가 안 열리겠지만 몇 년 후부터는 앵두가 열릴 거잖아. 그럼 열린 앵두 따러 한 번쯤은 더 와야겠다" 하니깐 밥을 먹다가 모두들 한바탕 웃는다. 그러면서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앵두가 열릴 때 되면 핑계삼아 한 번 더 오지" 한다.

나무를 다 심고 음식도 다 먹었다.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조금 내린다. 난 "아무튼 우리 어머니의 센스는 끝내줘. 나무 심었다고 비까지 내려주네" 아마도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도 그날 심은 나무가 흡족하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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