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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녹화 현장을 <오마이뉴스>가 찾아갑니다. 매주 수요일 밤 12시 10분에 방영되고 있는 CEO 특강은 "기업과 경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안목을 높이고 미래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EBS가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에게 우리 경제계를 대표하는 CEO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경영 철학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88세대 CEO 특강' 기획 연재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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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한양대에서 열린 EBS CEO 특강
 지난달 17일 한양대에서 열린 EBS CEO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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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내내 나는 마음 속에 한 젊은이를 생각했다. 혹은 길에서 스쳐갔을지도 모르고, 혹은 인생 길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어디선가 웅크리고 있을지 모르는 젊은이를 말이다."

<이재희의 Will(이재희 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은 이른바 'CEO 교양서'로 볼 수만은 없다. '위기 돌파형 CEO'로 유명한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책 첫머리에 밝힌 대로 젊은이들에게 '초지일관'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취직시험만 '열공'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그래서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이재희 사장이 EBS 'CEO 특강' 녹화 현장인 한양대에 나타났을 때 말이다. 허나 역시 1시간 30분은 너무 짧았다. '이재희식 세상 사는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 더구나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듯했다.

덕분에 '좋은 말'만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어떤 말은 다소 막연하게, 사람에 따라서는 '속 편한 소리'로 들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치기에는 아까웠다. 그의 메시지는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지금 이 순간, 특히 당신이 진로 문제로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말이다.

<이재희의 Will>과 특강 내용을 함께 묶어 소개한다.

'왜'가 빠진 취직시험 열공...  "대단히 안타깝다"

"초등학교 때부터 16년을 공부해서 회사 취직시험에 목매는 것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을 보면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시험에 붙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잘하는 거고 학문을 닦는 일이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에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일이 더 급하다." - <이재희의 Will> 중에서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라니. 물론 특강 현장에서는 표현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이 사장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갖는 안타까움은 그만큼 큰 모양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취직시험에 매달리는 현실이 대단히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다 보면 '내 마음 나도 몰라'하는 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놀란다. 면접 시험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머리도 똑똑하고 학점도 좋고 두루 괜찮은데 자기가 그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어쩌면 평생의 업이 될지도 모르는 취직을 하면서 왜 하는지를 모르다니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 <이재희의 Will> 중에서

'슬픈 일'임에 분명하다. 특히 기성세대라면 당연히 책임을 통감할 문제다. 유독 '왜'에 약한 사회에 젊은이들을 방치하고 있으니까. 틀림없이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이대로라면, "무기력증에 걸린 젊은 노인"이 갈수록 많아질 것은 자명하다.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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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돼서 하고, 일류대 가라고 해서 가는 식으로 살다보면 이들의 앞날은 안 봐도 쉽게 짐작이 간다. 가슴 뛰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열정과 꿈이 없으면 무기력증에 걸린 '젊은 노인'이 되는 것이다."

이날 특강에서 그는 "무기력증에 걸린 젊은 노인"의 모습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을 예로 꼽았다. 이들이 지금 기성세대의 '단면'이라면, 보수가 높은 회사에 몰리는 젊은 세대의 '단면' 또한 이재희 사장에게는 '젊은 노인들'이다. 이재희 사장은 "일자리도 안정적이고 보수도 비교적 좋은 편인 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에 몰리는 취업 열기가 썩 반갑지 많은 않은" 이유 또한 이렇게 설명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개인의 재능과 창의력을 발휘하려는 의욕에 넘치는 게 아니라 '신이 내린 직장'으로 통하는 공기업의 보호막 속에 안주하려는 욕심이 더 많은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잘릴 위험도 없고 IMF 아니면 어떤 경우에든 성과급이 꼬박꼬박 나온다는 이유로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 <이재희의 Will> 중에서

그리고 다시 한 번 "취직시험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인생에 많다"고 강조했다. 그 중 하나가 이 사장에게는 애국가다. 그는 작년에 신입 공채 논술 시험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써 보라"고 했다. "허를 찌른 결과", "20% 정도 밖에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 뭘 하란 말인가. "일가견(一家見)에 투자하라"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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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취직 공부만 하지 말고 뭘 하란 말인가.

대답은 간단했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에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라"고, 그러다 보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동적으로 취직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고, 그 일을 찾으면 나머지는 풀리니까 엉뚱한 곳을 보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자신의 주장을 확신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각 대학에 물류를 알고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편지까지 보냈을 정도로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현실과 "신은 각자 사람들에게 꼭 한가지씩 재주를 주니까, 그것을 찾아 평생을 잘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일가견(一家見)이란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해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견해를 갖췄다는 뜻이다. 당대의 최고 전문가(꿈)가 되려면 남의 흉내가 아닌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되는 비법은 꿈을 갖고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 <이재희의 Will> 중에서

이를 위해 이재희 사장은 '리얼'하게 꿈꿀 것을 주문했다. 여기서 '리얼'은 냉철함이다. 그는 "CEO를 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CEO를 하고, 정치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단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 각자의 몫이 다 있다. 그림에 소질 없는 사람이 그림으로 승부를 건다? 어찌 보면 무모한 것이다. 본인 것이 아니라고 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쓴 안경부터 체크할 필요가 있다. 노란 안경을 끼고 있으면 세상이 노랗게 보이기 마련 아닌가."

"뜻대로 되지 않던 시절, 나도 가출해봤다"

하지만 당장 취업에 급급한 젊은이들에게 이런 '주문'이 얼마나 '리얼'하게 들릴까. 더구나 야구로 비유하자면 3회말에 해당하는 나이에 9회말 투아웃 상황만큼의 절박함을 느낄 그들이다. "다소 막연하다"는 말도 나올 만했다.

한 학생이 진지하게 질문하는 모습
 한 학생이 진지하게 질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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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재능을 하나씩 줬다고 했는데, 그 일이 무엇인지 찾기가 힘들더라. 다소 막연하다.
"나도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걸 못해본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가출을 단행했다. 서울대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우리 집 형편으로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서울로 진학할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공 선택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학교 졸업하고 돈 제일 많이 버는 곳이 어디냐고 선생님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에 진학하게 됐다.

원래 나는 사학과를 지망했다. 역사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좋았고, 벽에 고대문명 출발부터 현대까지 오는 과정을 다 그려 외우기도 했을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내가 사학을 전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숫자를 싫어하는 내가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숫자에 파묻혀 살게 됐다.

하지만 길은 다시 길로 이어지는 법이다. 나의 일을 찾는 과정 자체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지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반드시 만들어갈 수 있다. 회계사 생활을 통해 경영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어느덧 내 꿈은 '세계 최고의 CEO'가 됐고, 이제 27년 차 사장이 됐다. 이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딱 하나다. 지치지 않는 열정이다."

9회말 투아웃! 내가 좋아하는 공을 공략하라

9회말 투아웃. 보통 야구 해설자는 이런 말을 한다. "자기 코스를 기다려야 한다"고. "눈에 들어오는 대로 방망이가 나가지 말고, 나쁜 볼을 버리고 철저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공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이다. 스스로를 "9회말 구원투수였다"고 표현한 이 사장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진심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다. 인생은 얼마나 얻었느냐,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에 가치를 둬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 아들들이 아직 결혼하지 않아 속상하지만…(웃음) 어떻게 해야 인생을 잘 사는 것이냐고 손자가 질문을 한다면, 이 얘기만큼은 꼭 하고 싶다. 범죄만 아니라면,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 그럼 에너지도, 즐거움도 생긴다."

특강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강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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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구원투수' 이재희는 누구?
문국현 "최고의 세계적 CEO" 극찬, '대학살 공기업 CEO 명단'에 포함?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1947년 부산 출생. 공인회계사 1기 출신으로 하얏트 호텔 이사로 부임, 세계적인 물류전문기업 TNT Express 한국지사장, 극동 담당 사장, 아태지역 수석부사장, 북아시아 지역 사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유니레버 코리아에서는 대표이사와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를 지칭하는 표현도 다양하다. 남승우 풀무원 대표는 그를 가리켜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단련된 다국적 기업 CEO"라고 평가했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이 시대 최고의 세계적 CEO이자 명 코치"라고 극찬한 바 있다. 국내 물류업계의 실무형 1세대 전문가나 글로벌 전문경영인이란 수식어도 종종 쓰인다.

그리고 자주 나오는 말이 '위기 돌파형 CEO'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백이면 백 평탄한 길을 택하는 것이 사람인데, 쉬운 길을 마다하고 일부러 험한 길을 골라 가는, 길 아닌 길을 개척하는, 그야말로 거친 광야를 걷는 사내"라고 적었고, 이 사장 역시 자신을 "9회말 구원투수"라고 즐겨 표현한다.

이런 표현에 어울리는 대표적 사례가 IMF 시절에 하필 천 억원이 넘는 적자로 휘청대던 유니레버 코리아 대표로 '등판'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현지 CEO로 부임한 지 3년 만에 국내에서 철수 위기에 처해있던 회사를 연평균 55%를 성장시킨다. 이제 전 세계에서 1조원 이상 판매되면서 유니레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은 '도브' 샴푸 역시 당시 그가 "자리를 걸고 만든" 상품이다.

그래 놓고 다시 '하필' "시어머니가 많은" 공기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인천국제공항을 취임 3년 만에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성장 시킨다. 2007년 국제공항협의회(ACI)로부터 '세계 최우수 공항'에 선정됨으로써 '3년 연속 종합 1위, 세계최고 공항 3연패'를 이뤄낸 것이 대표적인 성적표.

이제 이 사장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화두'는 '공항도시'다. "공항을 중심으로 물류,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문화 등을 망라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기업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VIP룸' '기업인 라운지'를 개장한 것이나, 공항 국제업무지역에 '영종 메디컬 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모두 '공항도시' 구상에서 나온 결과물들. "문화·예술 공항"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한국 문화를 공항 이용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나 문화 거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최근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마련중인 이른바 '대학살 공기업 CEO' 명단에 공교롭게도 올해 임기 종료를 맞는 그의 이름 또한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태그:#CEO, #이재희, #특강, #인천공항,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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