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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자나무 꽃.
탱자나무 꽃. ⓒ 안병기

 

젊은 시절,

군산 째보선창 가

단골로 다니던 선술집에

욕쟁이 한 분 계셨다

안주도 좋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입도 아주 걸었다

아예 입에다 욕을 달고 살았다

그 집에 가면

막걸리 사발을 들이키기도 전에

안주를 채 집어 먹기도 전에

욕으로 먼저 배가 불렀다

 

길을 걷다가 문득

수도 없이 많은 가시를 단

탱자나무 가지 끝에 핀

작고 앙증맞은 꽃송이를 본다

탱자나무에도 저런 꽃이 있었던가?

어쩌면 저 꽃은

탱자나무가 감춘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립다

거친 욕 속에

사알짝 피어났던

욕쟁이 할머니의

인정의 꽃,

그 숨은 꽃이.


#탱자나무 꽃 #욕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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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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