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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생들은 중간고사의 압박 때문에 정신이 없다. 신입생들은 입시지옥해서 해방된 지 1년도 채 안 지났는데, 각종 과제와 두꺼운 전공 책 앞에서 또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 조치를 들은 두 대학생은 탄성을 지르며 지금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서로 주고 받는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처음 시험을 맞이한 부산대 두 새내기를 16일 만났다.

"0교시에는 피곤해서 다 잘 수밖에 없어요"

 김성우 학생과 고은샘 학생이 질문을 듣고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김성우 학생과 고은샘 학생이 질문을 듣고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 박정훈
- 요즘 시험 때문에 바쁘시죠? 고등학교 때와 비교했을 때 어떠세요? 자기소개도 덧붙여서 해주세요.

성우: "정치외교학과 08학번 김성우입니다. 바쁘긴 한데, 고등학교 때보다야 안 바쁘죠."

은샘: "같은 과 08학번 고은샘입니다. 저도 뭐, 과목 자체도 줄고, 그래서 고3때 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 고등학교 때, 혹시 0교시나 우열반 수업은 있었나요?
은샘: "우리 학교는 우열반이 금지였는데도 불구하고, 몰래하고 있었어요. 우등반 쪽이었는데도, 수업의 질이 향상된 것은 아니었어요. 못하는 반애들이 집중하는 거나 과제하는 태도가 더 좋았다는 선생님도 계셨어요. 우등반은 오히려 자기가 우등반이라는 거에 만족했던 것 같아요. 엘리트 의식만 생기구요. 다른 애들을 만만하게 보게되는 것 같아요."

성우: "우열반은 없었는데 0교시가 있었어요. 0교시에는 다 자요.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학원까지 가니깐 피곤해서 잘 수밖에 없어요. 심야 보충수업을 하긴 하는데, 강의를 듣기는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발적이지도 않았고, 집중력도 떨어지니깐 들을래야 들을 수가 없죠."

- 그렇게 공부하면 몸이 버티나요?
성우: "당연히 몸이 안 좋죠. 거의 집에 들어가면 녹초가 되었어요. 학교 수업도 제대로 못 들었어요."

은샘: "우리 학교는 기숙사가 있었는데, 12시까지 의무자율학습이 있었어요. 아픈 사람이 있어도 절대 잠을 못자요. 한 친구는 시험 치는 날에 위경련이 일어나서 실려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변비도 있었고, 뭐였더라? 그래 과민성 대장 증후군(다같이 웃음)을 앓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건 뭐 모든 아이들이 다 걸리는 거예요."

"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우니깐 학원 갈수밖에 없어요"

 부산대학교 08학번 고은샘 학생
부산대학교 08학번 고은샘 학생 ⓒ 박정훈
- 그럼 언제 공부했어요? 
성우: "그래서 학교 수업은 못 듣죠, 끝나고 학원 가거나, 자율학습시간에 공부하는 게 다예요. 다 아시겠지만 학교 수업 안 들어요."

은샘: "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우니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갈 수밖에 없어요. 열등반 아이들 같은 경우는 학교 수업 못 따라가니깐요. 그리고 정작 선생님이 상위권 몇 명만 챙기지, 나머지는 안 챙겨요. 그래서 학원 가죠."

- 그럼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은샘: "성적대로 놀죠. 대개 친했던 아이들도 우열반을 나누면, 열등반 학생들은 함부로 우등반에 들어가지 못해요. 우등반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아무 교실이나 드나드는데, 열등반 학생들은 못 그렇죠. 그래서 왕래가 끊기고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 친해져요. 성적 얘기가 대부분이고, 그럴 땐 열등반 아이가 끼어들 수가 없잖아요. 사람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 친구를 끌어내려야지만 내가 올라갈 수 있으니깐요."

성우: "우리는 내신이 강조되었던 시대였으니깐, 수업시간에 노트도 안 빌려주고, 시험범위도 안 가르쳐줬어요. 필기한 것도 안 보여줘요."

"학교 자율화? 학교가 필요 없는 거죠"

 부산대학교 08학번 김성우 학생.
부산대학교 08학번 김성우 학생. ⓒ 박정훈
- 상황이 심각하네요.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은샘/성우: "이건 교육이 아니죠.(이구동성)"

은샘: 원래 교육이라는 게, 사람간의 인격적인 면도 배우고, 사회와 공동체도 배우고, 살아가면서 배우는 여러 가지 지식도 배우는 건데, 그런데 중, 고등학교를 전면적으로 우열반으로 나누게 된다면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되는 거잖아요.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성우: "공교육이 무너지는 거죠. 학교가 필요 없는 거죠. 이럴 바에는 학교 선생님을 뽑지 말고 학원 선생님을 초청하는 게 나아요. 학원에서 모의고사 치기 시작하면, 학원에서 모의고사 엄청 많이 치겠죠. 학생들은 모의고사 치기 위해 학원을 가야만 될 거예요."

- 이후 후배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할 것 같아요.
성우: "우리가 저주받은 트라이앵글세대(입시를 위해 논술, 수능, 내신 3가지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세대)라고 불렸잖아요? 저희가 젤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 정책 보니깐 우리 후배들이 더 힘들 것 같아요."

은샘: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 하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걱정이에요. 저희는 진짜 다행이다 생각하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국립대 법인화가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우리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명박 정부의 교육자율화조치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갑자기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이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정책에 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열등감 속에서 성장 해야 할지 걱정이다. 교육이 공동체, 사람, 공공성의 트라이앵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자율화계획#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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