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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전선에 서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대치전선에서….

 

그는 차라리 "한번 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되는지…. 필요하다면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갈 데까지 가겠다고 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기가 있었다. 그의 부인은 "차라리 빨리 들어가는 게 낫겠다"고 했단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위원장.

 

그는 이명박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최소한의 신뢰'가 그 전제였다. 정해 놓은 목표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오기는 적어도 접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대화하겠다는 진솔한 의지가 있다면 못 만날 이유도, 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언약했던 것처럼 대통령과 맞서서라도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의 퇴진을 요구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정해놓은 그림대로 밀고 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고 했다.

 

당장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여론의 독과점과 언론의 시장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적 미디어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언론 분야만의 '나홀로 싸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공부문과 같이 하는 '연합전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그 준비는 상당히 돼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를 인터뷰한 것은 조금은 삐딱한 의문 때문이었다. 언론노조는 6·7월 총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고, 그 초대 위원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이자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지낸 최시중 전 갤럽 회장의 임명을 강행하자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무엇을 믿고 그렇게 밀고 나가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과연 파업을 할 수는 있는 것일까. 그런 정도의 공감대와 분노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뒤늦은 인터뷰 기사가 됐다. 인터뷰는 4월 4일, 총선을 며칠 앞두고 했다. 제주도에서 언론노조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다음 날이었다. 어차피 총선의 번잡한 기간을 지난 후 게재할 요량이었지만, 그보다 며칠 더 뒤늦은 기사가 됐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총선 전후의 상황을 비교해 읽어볼 수도 있겠다.

 

인터뷰는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있었다. 아래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신문·방송 겸영, 정확한 근거 놓고 득실 따지자"

 

- 총선 결과가 여당의 압승으로 나오면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운동 진영 모두가 무척이나 어려워질 것 같다.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공공연하게 공언해왔던 방송구조 개편에 나서지 않겠는가(그 때만 해도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인사 청문회 때도 나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 분야에서도 '철저하게 시장 중심으로 가겠다, 산업적 효율, 경쟁성 높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핵심적인 내용은 세 가지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MBC·KBS2 민영화인데, 지금 같아서는 먼저 신문방송 교차 소유를 먼저 추진하지 않겠는가. 올해 안에 어떻게든지 추진하려 할 것이다. 조중동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나름의 '당근'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간방송법이나 MBC 민영화 문제는 방송 전체를 손봐야 하는 문제이고, 저항이 크게 예상되기 때문에 그리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이런 '순서'는 아마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상황은 최상재 위원장의 예측대로, 아니 그의 예측보다 빨리 돌아가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등이 6월 중 신문법을 개정하겠다는 말을 하는 등 속도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방송 교차소유 문제를 먼저 들고 나올 때 언론노조가 저지 전선을 펼 수 있을까? 특히 신문 쪽에서는 지상파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도 전문 채널이나 케이블 종합편성 쪽은 열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과 신문에 따라 시각과 입장이 갈릴 수 있는 문제이다.

 

- 신문·방송 겸영 문제에 대해서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얼마 전 기자협회 조사결과 방송사 기자들은 신문·방송 겸영 반대가 압도적이었지만, 신문 기자들은 반대가 절반을 넘긴 했지만 압도적이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신문 쪽도 작은 신문과 큰 신문의 이해관계가 또 다른 것 같다. 융합적인 새로운 미디어의 대거 출현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있고, 신문 쪽으로선 방송 분야로의 진출이 사활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최상재 위원장은 그런 논의를 위해서라도 신문시장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선진국' '선진국'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신문시장이 불법 천지가 된 나라가 있느냐. 신문을 몇 부 찍는지, 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고, 10만원, 20만원짜리 상품권이 횡행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적어도 이런 논의를 위해서는 신문시장의 정상화가 최소한 전제가 돼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개개 회사의 이해관계를 떠나 여론 독점의 문제가 있다.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 계산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략 조중동이 70~80% 정도 되지 않겠는가. 신문 방송 교차소유를 허용할 경우 사회적으로 득도 있고 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계산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찬반 양쪽 모두 신문 시장, 여론 독과점 현황 등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신문과 방송 교차 소유 문제는 여론 독과점 문제를 떼어놓고는 검토할 수 없는데, 그것을 논의할 만한 최소한의 객관적 자료조차 없다는 것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정부나 조중동의 논리는 무조건 허용을 전제로 하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방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안정적 과반'은 아니지만 과반의석을 갖고 있고, 거기에 선진자유당이나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등을 포함하면 200석이 넘는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차라리 강하게 한 번 추진해 봐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해서 대운하를 추진하라고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대운하처럼 언론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니다. 절차나 과정 다 생략하고, 강행하겠다면 스스로 정책의 정당성을 약화 시키지 않겠는가. 막말로 이야기하자면 '어디 마음대로 한 번 해보시오, 어떻게 되나 봅시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한 번 해보시라…. 상대도 결코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과도 연관돼 있을 터이니. 이 문제는 잠시 접었다.

 

MBC 민영화, 방송까지 장악하려는 보수의 의도

 

방송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 한나라당이나 우파 언론은 방송 구조 문제와 관련해 공영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KBS2나 MBC가 광고수익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어떻게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정체성이 모호하다, 이런 주장을 펴고 있지 않느냐? 극단적으로는 KBS 채널 하나만 공영으로 가고, 나머지는 민영으로 해도 된다, 이런 식인데.

 

실제 총선이 끝난 뒤 열린 뉴라이트 단체 토론회에서 김진홍 목사와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공공연하게 '1공영 다민영' 주장을 폈다. KBS1 하나만 공영방송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영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주인이 없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장이었다.

 

"지금까지 MBC 민영화를  주장하는 논거를 보면 MBC가 공영도 아니고 민영도 아니고 어정쩡하다, 그것밖에 없다. 이야말로 논리적인 근거가 박약하다. MBC 민영화를 주장하자면 방송사 운영이 대단히 어렵다거나,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든지,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든지 그런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MBC가 상대적으로 덜 상업화되고, 상당한 공영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본다. 적어도 MBC 민영화론을 주장하려면 이같은 체제의 폐해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결벽주의자들도 아니고, 복잡한 구조니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 보겠다, 이런 단세포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거꾸로 재원은 상업적으로 조달하지만, 실제로는 상업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있는 방송사가 있다는 것 얼마나 긍정적인가. 이 때문에 다른 민간 방송도 공영성 등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도록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

 

KBS2도 결국 재원 문제다. 공영방송 전체 채널을 다 시청료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고 KBS2를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없다. 민영화하면 어떻게 되는가. 지상파 방송 한 채널을 운영하자면 연간 4, 5천억 원 이상 들어간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주체가 누가 있겠느냐? 현재로서는 재벌 기업밖에 없다. 결국은 거대 재벌기업에게 넘어갈 개연성이 큰데 그게 과연 바람직한가, 그런 점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 적어도 이런 점들에 대한 타당한 근거나 분명한 논리적 배경 없이 MBC나 KBS2 민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은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치적 의도라? 어떤 정치적 의도일까.

 

"방송사들이 보수 쪽에서 보면 가장 껄끄러울 것이다. 통제가 잘 안된다고 보니까. 여론시장의 큰 축을 방송, 신문, 인터넷 이렇게 본다면 신문시장은 이미 압도적으로 족벌언론들이 차지하고 있다. 만약 신문시장이 보수와 진보, 중도로 균형이 잡혀 있다면 방송 쪽에도 그렇게 욕심을 내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신문시장이 압도적으로 보수신문 위주로 돼 있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거다. 국민들에게 물으면 30% 정도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답하지 않느냐. 그만큼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신문시장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보수 일변도의 논조가 지배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7대 3, 혹은 8대 2정도 되지 않겠느냐. 그나마 방송이 그 무너진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셈인데, 그것이 눈엣가시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민영화하면 '눈엣가시'를 빼낼 수 있는 걸까. 최상재 위원장은 민영화나 국가기간방송법이나 모두 방송의 '순치'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일본식 모델이다.

 

"일본과 같은 형태의 방송사를 만든다고 하면 보수 쪽에서는 여론을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이렇게 보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것을 그대로 관철할 경우 권력이나 자본에 대한 방송의 감시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국가기간방송법을 제정해 KBS 예산을 정부가 통제하게 되는 순간 KBS는 절대적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서 충분히 보고 있는 상황인데, NHK 같은 경우 예산권을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 현재도 인사권은 정부에서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예산권까지 정부가 갖게 될 경우 KBS의 경우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독립성이나 권력에 대한 감시나 비판 기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를 민영화했을 땐 필연적으로 상업적 경쟁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제한된 광고시장을 두고 자본이익을 창출하려 할 때 상업방송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럴 때 MBC가 지금 정도의 공영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시청률은 낮지만 건강한 방송, 때로는 자본에 대해서 공격하는 프로그램들을 프라임 타임 대에 편성할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민영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굳이 공영방송이 많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민영방송은 방통위 등에서 규제하면 된다는 논리인데.

"이른바 '1공영 다민영' 이야기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겠느냐, 이 점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있는데 수익기반은 방송에서 얻고, 신문을 통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의 민영방송들이 과연 건강한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는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순치된 언론'이지 권력이나 자본의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거나 감시하고 있지 못하다."

 

노영방송·좌파방송,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런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마저 과반을 차지했는데.

 

- 정치적으로 보자면 유권자들이 방송을 민영화하자는 정치세력을 밀어준 것 아닌가. 이렇게 된 데에는 공공성의 필요, 즉 공영방송의 유익성이나 편익을 국민들이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탓이 있지 않겠는가. 혹은 그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거나.

"그 부분에서는 저희들 잘못도 있다고 본다. 저희들이 마치 일체의 경쟁을 거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대목이 있는 것 같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경쟁을 거부한다, 이런 공격이 있다. 잘못된 시각이다.

 

다만  그런 공격들이 국민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저희가 그만큼 그런 노력을 등한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보자면 경쟁을 해야 할 부분이 있고, 부분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경쟁을 시켜서는 안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방송은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그 중간 정도 되는 것 같다. 방송은 언론의 기능도 있고, 산업의 측면도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일부 경쟁을 통해서 효율도 높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질적으로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갈 수 있겠다. 그러나 언론으로서의 방송은 경쟁체제로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은 언론으로서의 방송까지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방송을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시켰을 때, 더구나 상업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송사에게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해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주문이 될 것이다."

 

-보수진영은 '노영방송(노조가 경영하는 방송)' '좌파방송'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진짜 '노영방송'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떤 것을 노영방송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나치다고 본다. 지난 참여정부 때나 국민의 정부 때 노동조합이 정책적인 영향을 많이 끼쳐서 방송을 좌우했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실제로 노동조합이 요구한 대로 관철된 내용들이 거의 없다. 디지털 전환 문제라든지, DMB 문제, 광고 정책 문제 등에서 관철된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한계다. 주장도 하고 열심히 싸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치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거의 없다.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소소한 것들이 반영된 것 뿐이다.

 

언론사별로도 KBS나 MBC, SBS, YTN 등을 다 포함해서 사측이 노동조합 때문에 무리하게 편성에 반영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실제로 없지 않느냐. 여전히 노조가 공정성의 문제를 간단없이 제기하고 있지 않느냐. 노보나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보면 기사나 프로그램에 대한 공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말 노영방송을 했다면 그런 일이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 여전히 노조의 목소리는 관철시키기 어렵다.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분들 가운데서도 방송을 좌파방송이라는 규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아무리 편향적이려고 해도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당장 피드백이 크기 때문에 스스로 절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노영방송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통위 잘못된 출발엔 반성할 부분 많다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결정적 계기가 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물었다.

 

- 꼭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이 필요하나 싶다. 방송과 통신이 어떻게 융합이 되든 방송은 방송이고, 통신은 통신 아닌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란 기술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고, 방송은 방송 나름의 고유한 영역과 경계가 있는 것 아닌가.

 

그 발단은 노무현 정부 때다. 방통위원회 설치가 본격 논의된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기 때문이다.

 

"저희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또 한편으로 지난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측 잘못도 크다. 오만했다고 본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싶다. 처음에는 정보미디어부 설립을 통해서 정부 부처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화 하더라도 위원회 형식으로 가야 한다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는데, 대통령 직속기구화 했을 때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점이 있다. 우리한테도 책임이 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무소속 독립기구를 주장했다. 정부 부처화하려는 정부측과 그 사이에서 그 절충점을 찾은 게 대통령 직속 합의제 위원회였다. 그러나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결코 절충할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무소속 독립위원회로 갔어야 했고, 아예 방통위원회로 합칠 일이 아니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이 대목이 내내 뼈아픈 듯했다. 방통위원회라도 최소한 언론으로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방화벽은 필요한데, 이마저도 없게 돼버렸다는 진단이다.

 

대통령 직속에, 방통위 직원은 일반 공무원 신분이다. 조직이나 인원의 배치도 통신과 방송 쪽이 2대 1의 구도다.

 

"앞으로 그 폐해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 지난 정부의 어설픈 산업 논리의 후과가 크다. 지금 우리 목표는 사실은 최시중 위원장 임명 철회 정도가 아니라 방통위원회 설치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최시중 위원장 문제는 많이 이야기됐는데, 민주당 추천 방송위원들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민주당에 대해서, 그 추천 위원들에 대해서 상당히 가혹하게 평가했는데, 왜 그렇게 가혹하게 평가했는가.

 

민주당은 당초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추천위원회를 꾸려 민주당 추천 몫 방송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가 돌연 이같은 추천위원회 구상을 철회하고 선정위원회를 재구성해 이경자(경희대)·이병기(서울대) 교수를 선정 추천했다. 이에 대해 최상재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나 추천할 만한 인사"들이라며 혹평한 바 있다.

 

"그 이상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통위 설치법이 정말 잘못 통과됐다, 그런 위험성에 대해서 야당 측이 간과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야당도 동의를 했다. 막상 통과를 시켜놓고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몇가지 급하게 조정한 경우도 있었다. 독소조항도 있었는데 의안 논의 여부 자체를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게 한 조항이었다. 위원회에 올라간 의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왜 반대하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아도 되는 '독소조항'이었다. 시민단체의 지적으로 급하게 뒤늦게 이런 독소 조항을 삭제할 수 있었다.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야 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것이 반영이 돼 방통위 위원 선임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로 꾸리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선정위원까지 선임돼 있는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이를 전면 백지화해 버렸다. 아무런 설명도, 해명도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자신들이 여당인지, 야당인지조차도 헷갈리는 게 아닌가 싶다. 선임된 분들이 실제로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그 과정이나 절차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당시 손학규 대표의 요청에 따라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린 김학천 건국대 교수는 이에 대해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손대표의 요청을 받고 전권을 줄 것을 요구해 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렸다"며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선정 절차나 과정은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추천된 방송위원 후보들에 대해 "방송이나 통신 쪽에서 기존의 생각이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것보다는, 시민단체, 언론계 외곽의 전문가들과 함께 협의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으로 "정책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동성보다는 전문성 쪽에 비중을 두고 선정했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충돌한다. 언론노조나 시민단체 쪽에서는 한나라당의 일방적 질주를 막아낼 운동성이 더 절실한 때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 쪽은 '히스토리(역사성)'가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지금 단적으로 나타난 게 부위원장 선임 건이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니까 방통위원 여야 몫을 3대 2로 양보하고, 부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주기로 해 억지로 통과를 시켰다. 그런데 막상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추천한 송도균 위원이 되지 않았느냐. 당연히 민주당 추천위원들이 부위원장은 야당 몫이라고 주장해 관철시켜야 했는데, 연장자 순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한다. 한가해도 참 한가한 거다. 법 조항 하나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야당 추천 몫으로 돼 있던 부위원장은 결국 여야 추천 위원들이 '절반씩' 맡게 됐다. 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대신해 각료회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야당 추천 부위원장이 들어가는 것은 그렇지 않느냐는 여당 위원들의 주장에 결국 우선 송도균 위원이 먼저 1년 반을 하고, 다음에 야당 추천위원이 나머지 1년 반을 맡기로 했다. 연장자 순 이야기는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방통위는 그러나 최근에는 독립적이어야 할 방통위의 위상문제를 거론하며 가능한 한 각료회의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정말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강행했다. 주변의 비판적인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방송 독립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총선 전까지만 그럴 것이라는 게 일단은 제 생각이다. 총선 이후에도 지금까지 이야기해왔던 대로 한다면 굳이 그만두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170~180석이 넘어간다면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형식적인 절차만 밟아 한나라당 뜻대로 통과시키려 하지 않을까 싶다.

 

저희로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초대 방통위원들이 만약에 지난 인사 청문과정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통령과 맞서서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겠다고 한다면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적어도 언론적인 입장에서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방송이 정권의 수단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낼 수 있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을 것이다. 기대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진지하게 성찰해보아야 한다고 본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전운이 전도는 스산함은 당장 평화로운 봄날로 바뀔 것이다. 다행인지 총선 결과도 한나라당이 과반을 겨우 넘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선진자유당이나 친박연대, 친박무소속 모두 사실은 한나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게 계산하면 범보수진영이 200석이 넘는다. 최상재 위원장이나 언론노조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다.


태그:#최상재, #언론노조, #언론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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