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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6일 오후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회원 10여명이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재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영훈고등학교 앞에서 열었다.
 지난해 1월 6일 오후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회원 10여명이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재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영훈고등학교 앞에서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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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하여 최근 정치권과 사학재단의 사학법 폐지 또는 원상회복 목소리가 높다. 사학의 문제는 일부이기 때문에, 과거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사학비리를 이유로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금 전국의 사립학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언론에 사학 관련 기사가 별로 없으니 조용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최근 사학에 잇따라 내려지고 있는 법의 철퇴를 보면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의 사학법 발언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삼척 동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언론은 이런 사학의 비리와 전횡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을까? 언론에 안 나오는 사학의 참상에 대해서 조금만 살펴보자.

① 강진 성화대학 이사장 겸 학장의 50억 횡령과 구속 사건 - 80명 징계

4월 21일 검찰에 따르면 강진의 항공분야 특성화대학인 성화대학의 이사장과 학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아무개씨(현행 사학법상 학교장의 이사장 겸직 자체가 불법임)는 2004년에서 2006년 사이에 국비 지원금과 교비 등 5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횡령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 추적작업과 함께 여죄를 집중 추궁 중이다.

이 학교는 교육부의 정기 감사에서 적발되어 학장 등 80여명에 대해 해임 등 징계가 내려졌다. 그런데 조중동을 비롯하여 그 어느 언론·방송에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왜일까?

② 한나라당 3선의원 출신 친박연대 당선자 김일윤 이사장 구속

18대 총선 후 벌써 3명의 당선자가 구속되는 등 수많은 당선자들이 검찰 수사에 떨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구속된 한나라당 4선 의원 출신의 친박연대 김일윤이다. 그는 S대와 K대, S고를 운영하고 있는 W사학의 이사장이다. 또한 90년대 초 서울의 대표적인 분규 사학이었던 K학원의 이사장이었는데 지금은 아내가 이사장을 하고 있다.

이미 그의 선거 운동원 등 10명이 구속되었는데 이런 금품 선거 주도자로 제일 먼저 구속된 사람이 아내가 이사장인 서울 K사학 행정직원이다. 그리고 이들이 돈을 주고 받다가 걸린 곳이 김 당선자가 이사장인 경주 S대학의 주차장이다.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번에 김 당선자가 구속된 것은 그가 직접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했는 혐의이다. 지금 언론이 김 당선자의 구속을 보도하면서 빼먹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가 한나라당 출신의 3선 의원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그가 사학 이사장이며, 그의 아내 역시 또 다른 사학 이사장이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에서 사학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③ 대법원, 영덕여고 내부비리 고발자 복직 판결

지난 3월 대법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경북의 영덕여고 행정실 직원이었던 김모씨는 학교장의 비리를 폭로하여 교장이 횡령 유죄선고를 받았고 학교에는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쫓겨난 교장의 동생이 교감으로 임명된 것에 반대하고 학교 비리를 폭로하였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해고를 당하였다가 긴 법정 공방을 거쳐 드디어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로 복직 판결을 받았다.

이는 사학 비리를 고발하였다가 해고된 후 법원에 의해 복직이 확정된 거의 첫 사례인데도 어느 언론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지금도 서울 동일여고 조연희 교사를 비롯하여 학교 비리를 고발하였다가 해고당해 거리를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선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사학의 내부비리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에도 어느 언론도, 어느 정치 세력도 관심이 없다.

 지난해 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왼쪽부터) 한나라당 원내부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지난해 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왼쪽부터) 한나라당 원내부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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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충남 한마음고 기숙사비 5000여만원 학부모에 배상 판결

지난 해 7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기숙사비를 다 내었는데 세수하기도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했던 학생의 학부모들이 기숙사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에서 기숙사비 중 일부를 학부모들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2005년 한려대학에서 재단비리와 부실한 교육여건에 의해 학생들이 부실한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80만~2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에 이어 부패부실 사학에 철퇴를 내린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다.

그런데 재판이 있었던 당시에는 물론 지금까지 이 판결에 대해서 어느 언론도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특히 사학의 비리 의혹과 비민주적 운영을 개선하자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수업 거부에 대해서 법원이 학습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에 대해서는 악의적으로 대서특필하던 보수언론들은 사학재단에 철퇴를 내린 이 판결에 대해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침묵했다.

⑤ 감사원, 경기 한광학원과 안중학원 무자격 교장과 유령교사에 대한 임금 환수

경기도 평택의 사립학교재단인 한광학원과 안중학원에서는 전 이사장의 사위와 아내가 각각 교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 두 교장이 모두 교육경력을 허위로 작성하여 교장이 되었다가 법원과 교육청에 의해 교장 자격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교장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그 학교의 교사로 있으면서 수업도 하지 않고 혈세로 임금을 받아가다가 이번에 감사원에게 적발되어 임금을 회수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당장 회수해야 할 금액만 1억을 넘고, 이전의 허위 경력으로 받은 교장 임금까지 치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른다.

수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여 국회에 보고하는 등 국회까지 우롱한 것에 대해서 수없이 문제 제기됐지만 경기교육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경기교육청이 최근에 우열반과 0교시를 앞장 서서 부활시키고 있어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사학재단과 교육청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그럼에도 언론에는 이 파렴치한 사학의 혈세 낭비 사건에 대해서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⑥ 경기 서광학원 유령 이사회에 대한 이사 승인 취소 판결

경기도의 특수학교인 서광학원에서는 하지도 않은 이사회를 위조하고,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을 참석한 것으로 꾸며 이사회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한 사건이 있었다. 실제로는 없는데 서류로만 존재하는 그 유명한 유령이사회이다. 최근 법원이 하지도 않은 이사회를 위조하여 이사로 취임한 이 사건은 무효라고 하면서 이사 자격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 또한 그 동안 사립학교 이사회의 부실한 운영과 유령이사회라는 사학의 오랜 관행에 철퇴를 내린 의미있는 판결이지만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2005년 12월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교조를 들먹이며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다.
 2005년 12월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교조를 들먹이며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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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사학재단, 보수언론의 뻔뻔한 사학법 '짝짜꿍'

사학사단에 대해서 연일 이렇게 법의 철퇴가 내려지는 상황에서도 사학법 좌파 법안 또는 폐지 발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취임사와 언론인터뷰를 통하여 현재의 사립학교법을 최소 2005년 이전의 수준으로 개정하고, 나아가 사립학교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전에 정치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발언들이 줄을 이었다. 대통령 선거 직후 한나라당 수석부대표인 심재철 의원의 좌파 적출 수술 발언에서 시작하여, 총선을 얼마 앞두고는 원내대표인 안상수 의원이 사학법이 대표적인 참여정부의 좌파 법안이라고 하였다. 이어 총선 시기에 강재섭 대표는 여야 합의로 개정된 2007년의 사학법 개정은 반쪽짜리 개정이기 때문에 다시 총선 후에 2005년 이전 수준으로 개정하겠다고 하였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역시 사학법을 사학 재단에 대한 규제로 인식하고 사립학교의 수익용 재산 처분과 정관 개정에 대한 권한을 대폭 사학 재단에 부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추가 개정 입장을 제출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15 학교 자율화 조치 역시 이와 괘를 같이 하며 사학의 이사장과 학교장의 권한만 강화하는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도 사학법 폐지 발언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야 말로 MB의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사학재단이 사학법에 대해서 '짝짜꿍'이 되어 사학법을 규제라고 하면서 사학 법인의 이사장과 학교장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가 개정 또는 완전한 철폐를 주장하고 있고 보수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구속된 김일윤 당선자가 사학법인 이사장이라는 점과 그의 아내도 또 다른 사학 이사장이라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는다. 사학 내부비리 고발자의 복직 판결이나 성화대학 이사장 겸 총장의 50억 횡령 비리 구속 사건이나 유령이사회 무효 판결, 그리고 감사원의 무자격 사학 교장과 유령 교사의 임금 환수 조치, 부실 환경에 대한 학부모에게의 기숙사비 환불 판결 등은 보도하지 않는다.

사학마피아, 사학의 참상에 내려지는 법의 철퇴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그리고 보수언론의 '짝짜꿍' 속에 사학법은 폐지 내지 2005년 이전 수준의 '도로사악법'으로 개악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의 정몽준, 박근혜·나경원·강석호·장제원·김태환·고승덕·여상규 등 수많은 사학 설립자 또는 이사 출신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18대 국회에서 사학법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른바 사학마피아로 불린 그들의 카르텔은 여전히 단단하고 강력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정치권과 사학재단, 그리고 언론이 그럴 처지가 되는가? 먼저 그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최근의 법원과 감사원에 의해서 사학재단에 내려지고 있는 철퇴와 사학의 참상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하지 않을까? 보수언론과 한나라당부터 입을 열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사학법인#보수언론#사학비리#사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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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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