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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 신문은 두 가지 신문이 있다. '광우병' 문제를 다룬 신문과 그렇지 않은 신문이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을 비롯해 일본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수입 금지된 '등뼈' 등이 포함된 것을 발견해 수입중단 조치했다는 소식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2003년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전면 수입 금지됐던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도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과 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지위를 얻은 만큼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캐나다 요청에 따라 조만간 서울에서 '위생조건 개정협상(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벌이게 되는 데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같은 조건의 전면 개방을 주장하는 캐나다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 소식을 1면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한 면을 털어서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월령 표시를 하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는 결국 "낮은 등급일수록 광우병 발생 우려가 큰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일 가능성이 큰데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 식단에 이들 낮은 등급의 미국산 쇠고기가 대거 진출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외부 업체를 통해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 가운데 88.2%가 '수입쇠고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들 위탁업체들은 당연히 값이 싼 미국산 쇠고기를, 그것도 낮은 등급의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동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반미 운동'?

 

하지만 다른 신문들은 '광우병' 소식을 거의 싣지 않았다. 일본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수입 금지 대상인 '등뼈'가 발견돼 수입이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이나 캐나다와의 쇠고기 수입 협상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그런 가운데서도 '예외'다. 거꾸로 목소리를 높였다.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 선동하나"(사설)고 되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우려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에서 "반미 성향의 일부 시민단체가 '미국산 광우병 소를 먹을 것입니까'라며 미국 소들이 광우병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나섰다"고 몰아붙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 검증과 국제기준에 따라 판단할 일"로 "공연한 불안을 부추기는 선동은 국익과 소비자의 후생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미국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존재하거나 도축돼 식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평가와 "설사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되더라도 편도와 척수 같은 위험부위를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OIE의 판단, 미국인이나 재미교포들도 같은 기준에 따라 도축된 쇠고기를 먹고 있고, 세계 117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국민건강권 포기'라는 주장은 반미선동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 사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세력이나 한미 FTA 체결 반대 세력의 목적이 "식품 안전성 확보나 농업 보호를 빙자한 반미운동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사설은 결론적으로 "반미 편승이나 무조건적 국내 농업 보호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세계 10위권 교역국에 걸맞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사설을 알기 쉽게 정리하자면 국제수역사무국이라는 믿을만한 국제기구가 미국 소가 안전하다고 보증하고 있고, 재미교포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데, "왜 우리만 난리냐"는 식의 주장이다.

 

'20개월령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하는 일본은 뭔가

 

<동아일보>의 이런 주장을 일일이 검증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해보자.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지난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OIE의 이런 분류가 미국과 미국 소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 안전하다는 담보가 되지는 않는다.

 

'위험 통제'에 대한 OIE의 판단에 대한 '해석'이 나라마다 각기 다르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국은 당연히 이를 '전가의 보도'로 앞세우고 있지만, 일본이나 유럽의 국가들은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하고 불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인들이나 재미교포,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건강에 관심이 높은 일본 같은 나라나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경계'한다.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여전히 '20개월령 미만의 살코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왜 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외면하고, 먼 나라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일까?

 

또 자국 축산농가의 이해가 걸린 미국과 미국민의 선택과 그렇지 않은 '한국'과 '한국민'의 우려와 선택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수입 규제 조치 등으로 입을 미국 축산농가의 타격보다 '우리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한국 정부도 한 때는 이런 입장이었다. 송기호 변호사가 공개한 농림부의 2005년 '미국 광우병 상황 및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 보고서'가 단적인 사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광우병 위험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중략)…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할 때에는 국제기준에 비하여 좀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직 광우병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미국의 광우병 방역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누굴 위해 미국소를 '광우병 소'라 선동하느냐"고 물었다. 과연 누가 선동하는 것일까. <동아일보>는 "누구를 위해 미국소가 안전하다고 선동하느냐"는 정반대의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할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광우병#OIE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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