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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정 당선자, '이웃사랑 실천'으로 국민훈장 서훈?

현재 구속중인 창조한국당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는 의원직 사퇴를 끝까지 거부하면서 '버티기 작전'을 유지하고 있다.

언론이 '쇠고기 편취'나 '기자 사칭' 등의 과거가 있었음을 보도하면서, 그는 이미 인터넷 상에서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와 더불어 국민적 충격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며, 현재로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옥죄고 있을 정도로 사실상 '골칫덩이'로 전락해 있다.

그런데, 여태껏 언론이 다루지 않은 그의 '과거' 중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다음 이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일보> 2005년 7월 25일자 기사 <24년간 사재털어 ''이웃사랑 실천'' 이한정씨>, 세계일보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일보> 2005년 7월 25일자 기사 <24년간 사재털어 ''이웃사랑 실천'' 이한정씨>, 세계일보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 세계일보 갈무리

위의 이미지는 <세계일보> 2005년 7월 5일자 기사 <24년간 사재털어 "이웃사랑 실천" 이한정씨>다. 주목할 수밖에 없지 않나? 검찰 측에서, 어이없는 과거를 잔뜩 안고 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한정 당선자가 24년이나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활동과 한센병 환자 지원을 위해 사재를 털고 모금활동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1996년에 '국민훈장을 받았다'는 부분, 그가 받은 훈장은 '국민훈장 모란장'이다. 다음은 포털사이트 '파란'에서 확인한 그의 프로필을 갈무리한 이미지다.

 포털사이트 '파란'에서 검색한 이한정 당선자의 프로필, 1996년에 국민훈장 목련장(4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포털사이트 '파란'에서 검색한 이한정 당선자의 프로필, 1996년에 국민훈장 목련장(4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 파란 갈무리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한정 당선자를 '장발장'이라고 봐야 할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혼란스러운 이한정 당선자다.

역대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한 명 빼고 전부 현역의원

이 자체의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세계일보> 관련기사와 이 프로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한정 당선자는 자신이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했다는 것을 강력하게 내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포털사이트 뉴스검색을 통해 2004년 1월 1일자 기사에서부터 위의 <세계일보> 기사가 작성된 2005년 7월 5일 직전인, 7월 4일까지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을 그동안 누가 역임했는지, 샅샅히 살펴보았다.

그 결과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인물 중에 '이한정'이라는 이름은 없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정치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전병헌, 유기홍, 김동철, 김교흥, 서갑원, 송인회, 원혜영, 강봉균, 유선호, 유필우, 이은영, 채수찬, 강길부, 이경숙, 송영길.

어디에도 '이한정'이라는 이름은 없다. 저 명단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송인회씨를 제외하고는 전부 현역의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송인회씨는 열린우리당 창당 초기에 부의장단에 속했던 '서울시의원'으로서, 주요당직인 정책위 부의장을 맡아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이한정 당선자 스스로는 "당정협의에 몇차례 참여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믿기가 어렵다.

이한정 당선자의 끊임없는 '신출귀몰'

이한정 당선자의 10여 년 전 경력에는 분명히 '제2건국위 상임위원' 경력이 있다. 다음 이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동아일보> 1999년 6월 11일자 기사 <제2건국위 기획단-상임위 민간위원 내정>
<동아일보> 1999년 6월 11일자 기사 <제2건국위 기획단-상임위 민간위원 내정> ⓒ 동아일보 갈무리

<동아일보> 1999년 6월 11일자 기사 <제2건국위 기획단-상임위 민간위원 내정>의 갈무리 이미지다. 이것도 나름의 경력이 될 수 있을텐데, 이것은 왜 누락했는지가 의문이다.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제2건국위 상임위 민간위원'을 거친 후에 경기도 이천에서 새천년민주당에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해 민주국민당으로 옮겨가 16대 총선에 출마했다는 부분일듯하다.

하지만, 이한정 당선자의 '신출귀몰'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뜬금없는 분야'에서도 그의 이름이 노출된다. 다음 이미지를 살펴보자.

 <동아일보> 2001년 12월 28일자 기사 <[인물동정]이한정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이사장>
<동아일보> 2001년 12월 28일자 기사 <[인물동정]이한정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이사장> ⓒ 동아일보 갈무리

<동아일보> 2001년 12월 28일자 기사 <[인물동정]이한정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이사장>이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이사장' 자격으로 나름의 선행을 베풀었다는 기사다. '장발장'이라고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여전히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던 3년 후, 이한정 당선자는 다시 '신출귀몰'한다. 이번에는 교육자로 등장한다.

 <동아일보> 2004년 10월 10일자 기사 <中 칭화大 석학 강의 신청하세요…한국e캠퍼스 수강생모집>
<동아일보> 2004년 10월 10일자 기사 <中 칭화大 석학 강의 신청하세요…한국e캠퍼스 수강생모집> ⓒ 동아일보 갈무리

<동아일보> 2004년 10월 10일자 기사 <中 칭화大 석학 강의 신청하세요…한국e캠퍼스 수강생 모집>의 갈무리 이미지다. 하지만 칭화대학 한국e캠퍼스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게시판'에는 이한정 당선자와 관련된 자료는 없다. 이것 역시 미스테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신출귀몰'에 가까운 이 다양한 경력들, 모두 믿을 수 있을까? '쇠고기 편취'나 '기자 사칭' 등의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를 감안하면, 역시 의문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알아볼수록 미궁에 빠지도록 하는 이한정 당선자의 경력이다.

정당의 검증 시스템 정비 외엔 길이 없다

친박연대의 양정례 당선자와 창조한국당의 이한정 당선자가 이번 비례대표 당선자 관련 파문에서 가장 국민을 황당하게 한 인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이들은 소속정당의 지도부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뇌관'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들의 정계진출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부분은 '금품공천' 의혹이기에,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속정당의 지도부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혹도, 수사도 제기되지 않아 반한나라당 성향의 누리꾼들이 그에 대한 지적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적과 의문은 부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지금 당장 믿을 수 있는 것은, 검증에 대한 각 정당의 시스템이 보다 투명하고 엄격하게 구성돼야 한다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을 통해 '정치자금 조달'을 시도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을 정도인만큼, 그런 부분이 가장 시급해보인다. 각 정당은, 유권자들이 공직선거 출마자들의 경력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잊지 말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이한정#양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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