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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청와대 고위 공작자들의 재산내역이 공개되었습니다. 조각 당시 '강부자 내각'과 비슷한 논란이 또 다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강부자 청와대', '땅부자 수석'이라고들 합니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평균 재산은 35억 원입니다. 요즘은 삼성 특검 때문에 연일 수조, 수천억 단위의 돈 이야기만 듣다 보니 한 편으로는 35억 원이라는 돈이 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35억 원이라는 돈을 가만히 따져 보니 한 달에 200만 원 받는 월급쟁이들은 십 원 한 푼 쓰지 않고 100년을 넘게 모아야 만져 볼 수 있는 돈이더군요. 저와 같은 일반 서민들은 아무리 재테크를 잘하고, 절약을 한다 해도 절대 모을 수 없는 돈이기에 이번 재산공개로 적지 않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산 많은 것 능력이다' 맞습니다만…

 

그런데 주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돈 많은 게 죄는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 많은 것은 능력이다'라고 합니다. 또 '재산증식 과정이 합법적이라면 뭐라고 말 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가지고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불리는 것은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직자들에게는 그런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재산증식 과정에 여러 의혹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불현듯 2002년 장상 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장상 총리 지명자에게 "3번의 위장전입을 통해서 투기를 한 분이 국민들에게 '투기하지 마십시오', '위장전입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것인지"라고 따졌습니다.

 

저는 심재철 의원의 말이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속담 중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똥 싼 놈이 방귀 뀐 놈보고 성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은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잘못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입니다. 말할 자격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이 반발심이 생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만들고, 결정해야 하는 공직자가 정작 본인이 투기에 열중해 왔다면 과연 그 공직자가 만든 정책을 신뢰하고 따를 국민이 몇이나 될까요?

 

이런 '자격'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직자가 자기 처지에서 사회를 보고, 정책을 만들고, 결정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 사람이란 본능적으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즉, 부자 공직자는 서민보다는 부자의 '눈높이'로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종부세 완화 주장?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이 '종부세'라는 것은 주택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로 6억 원, 나대지의 경우 공시지가로 3억 원 초과할 때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우리 주변에 6억 원짜리 집이나 3억 원짜리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이들은 전 국민의 2%가 되지 않습니다. 즉, 종부세 완화는 서민들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정책방향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각종 규제완화 차원에서 종부세도 완화해야 한다고 고집스레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 것일까요? 그들의 재산내역을 좀더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장관, 수석 대부분이 종부세 납부대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28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내역에 따르면 한나라당 국회의원 평균재산은 32억원(정몽준 의원 재산은 제외)이었고, 상당수 의원들이 종부세 대상이었습니다.

 

정부, 여당 공직자들 대부분이 종부세 대상이라는 사실과 그들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사이에는 과연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요?

 

저는 이 종부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야말로 부자 공직자들이 어떤 눈높이로 사회를 바라보며, 어떤 문제를 먼저 중요하게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그들의 눈높이로 정책을 내놓았을 때 그 정책은 서민의 삶과 상당한 괴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 오히려 서민의 삶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능력' 문제가 아니라 정책 입안자의 '자격 문제'

 

이런 관점에서 이번 청와대 비서관들의 재산논란은 단순히 '자본주의', '능력'이라는 말로 정당화시키고 넘어가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당연히 정책 입안자로서의 '자격'과 '눈높이'를 문제 삼고, 검증해야 합니다.

 

'강부자 내각'때는 그냥 슬그머니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국민들이 제대로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지만 앞으로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때문에 국민들이 상처받고, 분노하는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청와대#강부자#부동산#재산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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