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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총학생회는 5월 1일 오후 5시 30 본관 앞에서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정상화와 넉넉한터(부산대학교 대운동장, 이하 넉터)를 지키기 위한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삭발을 하고, 총학생회가 총장실 점거에 들어 간 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

 

본관 앞에 모인 약 300여명의 학생들은 '생협정상화' '넉터를 지키자'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 피켓을 흔들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넉넉한 터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의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부산대학교 김지민 사범대 학생회장(특수교육학과 4)은 "학생들의 투쟁으로 본부가 13억원을 코리아세븐에 돌려줌으로서, 학생들이 승리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나서서 넉터도 지켜내자!"라며 학생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부산대학교는 시민과 함께 한다는 이유를 들어 넉터의 절반을 시민공원으로 만들려는 학교 본부 측과 대동제, 체육대회, 대규모 자치활동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들어 다른 곳에 공원을 만들라는 학생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넉터 공원화 사업과 효원굿플러스(부산대학교안에 들어설 대형쇼핑몰)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캠퍼스기획관리본부가 2005년 5월에 발표한 효원문화회관사업 계획서에는 '넉터를 민간사업자에게 지하주차장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2006년 1월에 발표한 '부산대학교 효원문화회관 건립·운영/BTO 민간투자사업 질문에 대한 답변자료'에서 '개발범위를 사업자가 정해도 되냐'는 질문에, "사업신청자가 공익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인근부지에 대한 확충 및 개발계획을 사업신청자가 창의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이것이 넉터공원화 사업을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본부가 충분히 다른 공간에 공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함에도, 굿플러스 옆에 위치한 넉터에 공원을 만들려고 한다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2007년에 이루어졌던 효원굿플러스 입점광고에는 지금의 부산대학교 넉터의 절반이 시민공원으로 되어 있는 조감도가 사용됐다. 분양광고에서도 '5000여평의 시민공원을 조성'이라는 광고문이 게재되어 있다.

 

학교본부의 협상 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3월에 학교본부가 넉터를 반으로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하고, 조경사업공모전을 실시하는 등 말로만 협상을 하고, 실제로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본관 앞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넉터 공사 책임부처인 캠퍼스기획관리본부에 항의하기 위해 본관 6층에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입장 차이는 분명했다. 이일고 캠퍼스기획관리본부 행정실장은 "38대 총학생회가 이미 합의한 것인데 왜 이제 와서 이러냐"라며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38대 총학생회가 합의한 것은 대체공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이 전제된 것이었는데, 본부는 아무것도 지키지 않아서 문제제기했고, 등록금 협상 때 재협상을 약속하지 않았냐?"라며 맞섰다. 지난 번 항의 집회 때와 똑같은 내용의 대화였다.

 

한편, 캠퍼스기획관리본부측은 학생들과의 정례회의에서 현재 넉터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변경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말을 바꾸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학교본부와 학생측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고 생각하냐?"(학생측 질문)

"이건 분명히 하자, 법적으로 따졌을 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본부 책임자 대답)

 

"넉터공원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냐?"(학생측 질문)

"이것도 분명히 말해주겠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본부 책임자 대답)

 

이러한 대화에 본부를 가득 채운 200여명의 학생들이 흥분해 언성을 높였다. "와, 해도 해도 너무하다"라는 탄식 소리들도 들렸다. 이 와중에 본부 측의 한 직원이 학생들의 얼굴을 찍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흥분한 학생들과 본부 직원사이의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카메라 필름을 학생들이 빼앗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 학생의 옷이 본부측 직원에 의해 찢겨진 뒤였다.

 

학생 측은 "이것은 경찰의 정보과 형사들이 하는 짓이다. 부산대학교 역사상 이런 적은 없었다. 누가 시킨 것이냐"라며 항의했다. 이에 캠퍼스기획관리본부의 최형장 주무가 학교자유게시판에 게시하기 위해 자신이 직원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했다고 이야기하자 학생과 본부 측의 갈등과 대립은 극에 달했다.

 

학생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며, 넉터 공사에 대한 총학생회의 수정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마쳤다. 집회 이후에도 학생 측과 본부직원사이의 갈등이 계속됐다. 결국 본부 측 책임자가 사무실을 나가고, 학생들도 물러나면서 모든 사태가 종료됐다. 학생 측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한편, 부산대학교 총장은 계속해서 학교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정훈 기자는 부산대 사회대 학생회장입니다. 


태그:#부산대학교, #효원굿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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