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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미술 교재를 옆에 놓고 아이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미술 교재를 옆에 놓고 아이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 추광규

 

아이들의 눈매가 초롱초롱 빛난다. 한복 옷고름을 열심히 매보지만, 쉽지 않은 듯하다.

 

한국 아이들도 입기 쉽지 않은 한복을 어떤 아이들은 척척 입고선 아직 옷고름을 매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의 옷을 매만져 주기도 한다. 한복을 입는 아이들은 지난 5월 3일 오전 한국 예절교육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 경기도 시흥시 시화초등학교의 외국인 학생들이다.

 

수업 준비에 분주한 8명의 이주노동자 아이들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은 없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어린 새싹'이다. 얼굴색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그들은 한국어도 우리아이들과 똑 같은 수준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시화초등학교의 '외국인 특별학급'

 

시화초등학교에서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로 이루어진 특별 학급인 '햇살반'을 맡고 있는 유영준 교사. 그의 얼굴에는 열정이 가득해 보인다. 유 교사에게 외국인 학생들의 장점이 어떤 게 있느냐 물었다.

 

그는 몽골 이주 노동자의 아이인 김민주(초2·몽골명 아뇨카) 어린이와, 장래 스튜어디스가 꿈이라는 러시아 이주노동자 가정의 아이인 김유미(초2) 어린이를 가리키면서 자랑에 열을 올렸다.

 

"어떻게 교육환경이 만들어 지느냐에 따라 이 아이들도 훌륭한 재목으로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 한국 아이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빠릅니다. 특히 체육·과학·수학 같은 경우 뛰어난 면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짚공예 작품들 . 유영준 교사가 이를 하나씩 들어 보이면서 자랑에 열을 올렸다.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짚공예 작품들 . 유영준 교사가 이를 하나씩 들어 보이면서 자랑에 열을 올렸다. ⓒ 추광규

시화초등학교는 지난 2006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외국인특별학급'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꾸준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운영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교육방법도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높다고 유 교사는 설명했다.

 

학교 측이 이들 외국인 노동자 아이들을 위해 편성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그 꼼꼼함과 열의에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 '한국문화체험교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올해 20차례의 교육을 기획하고 있는 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자녀들과 우리아이들이 '하나됨'을 공고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있었던 '짚풀 문화'강좌를 통해 배운 솜씨를 이용해 학생들은 다양한 물품을 직접 만들어 놓았고 교실 뒤쪽에는 이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짚풀로 만든 계란꾸러미는 물론이고 짚인형, 짚방석 등 다양한 물품이 만들어져 있었다. 물품들은 강사의 솜씨가 아닌 이들 아이들의 솜씨라는 설명이 뒤따르기도 했다.

 

"선생님, 옷고름이 잘 안 매져요"

 

5월 3일, 이날은 두개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화여대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하는 '하나 더하기 하나'라는 미술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다식을 만들게 되는 한국 전통예절 교육 이었다.

 

시화초등학교 외국인특별학급에는 현재 8명의 학생이 편성되어 있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다. 나라별 구성은 몽골 출신이 6명, 러시아 출신이 2명이다. 이들은 평소에는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교과과정에 따른 일반적인 수업을 진행하다가 하루 두세 차례 특별학습을 위해 '햇살반'으로 모여들게 된다.

 

특별학습을 위한 8명의 학생들이 모여들자 곧 바로 5명의 이화여대 학생들이 진행하는 미술수업이 한 시간 남짓 진행되었다.

 

강의를 맡은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 3학년 홍수정씨는 "언론을 통해서 이주민 자녀들의 어려움을 접했다. 학우들과 토론을 거쳐 자원봉사를 나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 수업의 주제는 '하나 더하기 하나'로 정한 이유는 미술교육을 통해 하나가 만나 더 큰 하나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 정했다"고 말했다.

 

미술수업에 이어 이어진 프로그램은 '한국전통문화체험'. 오늘의 교육주제는 '다식', 즉 쌀가루를 꿀에 버무려 다식 틀에 넣고 만드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한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에 임했다. 옷을 입는 과정에서 '옷고름'과 '대님'을 매는 게 여의치 않는 듯했다. 한 학생은 몇 차례 옷고름을 매어보다 끝내 실패하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생님 잘 안 매져요."

"끈 가지고 연습하면 되지요."

 

학생의 질문에 답하면서 조랑(한국지역사회협의회 시흥시지부) 강사는 학생의 옷고름을 매만져준다.

 

학생들이 옷을 입고 자리에 앉자 조랑 강사가 진행하는 이날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몇몇 남학생들의 관심은 다른데 있는 것 같다. 꿀을 손끝에 찍어 연신 맛을 보는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홍수정양이 학생들의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아이는 카메라가 들어가자 쑥 스러운듯 고개를 숙였다.
이화여대 홍수정양이 학생들의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아이는 카메라가 들어가자 쑥 스러운듯 고개를 숙였다. ⓒ 추광규

 

 미술수업에 이은 한국문화체험 수업장면. 이날 주제는 '다식'만들기였다. 강의는 조랑 강사가 진행했다. 아이들은 수업에 앞서 한복으로 복장을 갈아 입고 수업에 임했다.
미술수업에 이은 한국문화체험 수업장면. 이날 주제는 '다식'만들기였다. 강의는 조랑 강사가 진행했다. 아이들은 수업에 앞서 한복으로 복장을 갈아 입고 수업에 임했다. ⓒ 추광규
 

"외국인 자녀를 똑같이 교육 시킬 정도로 우리 사회 성장했다"

 

아이들의 수업이 한참 진행되는 도중 아이들 챙겨 주느라 이리저리 바쁜 유영준 교사에게 몇 마디 물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자녀들로 이루어진 특별반을 맡는 바람에 힘든 것은 없느냐는 질문 등이었다.

 

유 교사는 현재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 자녀들의 가정 내 방치 실태를 먼저 지적했다. "(아이들을) 골방에 방치 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사는 계속해서, "불법 이민자라는 신분상의 문제도 있고 또 이런 학급운영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제도권하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들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이 "외국인 자녀를 우리 아이들과 똑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는 우리사회가 성장했다"면서,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계속해 높여가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교사는 그간  외국인 학생들을 가리키면서 축적된 자료중 하나인 상담부를 들어 보이면서 아이들 개개인의 특징을 하나씩 설명했다.
유 교사는 그간 외국인 학생들을 가리키면서 축적된 자료중 하나인 상담부를 들어 보이면서 아이들 개개인의 특징을 하나씩 설명했다. ⓒ 추광규

 

유 교사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한 학급에 편성되는 교육여건의 특성상 노련한 교사의 배치가 절실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특별학급을 맡는 선생님들에게 일정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조심스런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외국인 특별학급의 학습이 한참인 가운데, 학교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축구공을 차면서 체육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함성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들의 눈은 금세 운동장으로 향한다. 조금은 따분할 수 있는 예절교육을 받은 후에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피부색이 다르다 해도 아이들은 모두가 같은 아이들인 듯하다.

 

외국인 어린이와 함께 공부하는 '하나 더하기 하나', 우리가 세계화로 가는 길이란 생각에 취재를 마치고 나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화초등학교#외국인 이주 노동자#유영준#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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