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오는 8월부터 국내산 쇠고기로만 장병들의 식단을 편성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축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이로서 국군장병들의 식탁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수입 쇠고기는 일절 올라오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국민적인 우려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마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문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축산 농가 보호 방침'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국방부가 군부대 내의 '광우병 쇠고기' 사용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것.
현재 군에서 보급되는 쇠고기의 양은 1인 1일 기준 35g정도다. 이 중 20g은 수입 쇠고기로 충당이 되고, 국내산은 15g만을 쓰고 있다. 수입 쇠고기는 호주산과 뉴질랜드산만을 취급하고 있으며 지난 2003년 미국의 광우병소 파동 이후에는 미국산 쇠고기는 사용을 안 하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면 군인부터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국방부는 지난달 말, 각 군 및 방위사업청·농협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급양관계관 회의를 열고 호주 및 뉴질랜드산 수입 쇠고기의 추가 구입을 중단하고 오는 8월부터 국내산 쇠고기만 취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도 7월말이면 계약이 끝난다"며 "8월 이후부터는 축산농가 보호를 위한 조치로 국내산 쇠고기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국방부의 방침은 최근 전 국민적인 이슈로 떠오른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와 맞물려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연일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군의 이러한 방침은 정부의 말과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누리꾼들이 가장 먼저 들썩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 등에는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국방부의 발표가 보도되자마자 수천 개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의 'bonzoar'는 "정말 완벽한 모순이네"라고 운을 뗀 뒤,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라면 군인들부터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국내산를 먹인다니 그야말로 표리부동"이라고 밝혔다. 'ks697'도 "군에서 촛불 집회한다는 정보를 얻었나"라며 "안전하다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면 되지 왜 이러나"라고 반문했다.
<다음>의 'legendof'는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군대에서는 더욱 먹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싼 국내산을 쓰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 세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거짓 말 한 것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언재'는 "왜 이제 와서 신경도 안 쓰던 축산농가 운운하며 말없는 군인들을 대우해주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광우병 피하면서 정부 방침 수용하려는 물타기 수법"국방부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군의 국내산 쇠고기 사용 방침은 광우병 논란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연간계획에 의거하여 결정된 사항"이라며 "군은 이미 2003년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이번 결정은 '축산 농가 개선 방안'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평화재향군인회는 이같은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국내산 쇠고기를 사용한다는 국방부의 방침은 환영할만하나 '광우병 소'에 대한 우려를 피한 채 '축산 농가 지원'만을 내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는 것.
평화재향군인회 김환영 사무처장은 "국방부 게시판을 보면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군 장병 부모님들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많다"며 "군인 대부분에게 심각할 영향을 끼칠 문제를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정부가 주장하는 '축산농가 개선' 문제로 몰고 가면서 비켜가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군인 사회에 심각한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국방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피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군내 급식시설을 '그린존'으로 지정하여 국군장병들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