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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막한 '2008 서울국제도서전(5.14~5.18,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 및 인도양홀)'의 가장 큰 특징은 올해 처음 시도되는 '주빈국 제도'다. 초대 국가는 중국. 중국의 문화와 문학(출판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개막 첫날인 14일 오후만 해도 조용했던 전시 공간은 이틀째인 15일 오전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출판 관계자들로 보이는 중국인들과 행사 관련자들이 대체적으로 많았고, 나처럼 단순 관람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지난 해 1월, '중국 문단의 선봉장''중국 3세대 문학의 대표자'로 불리는 쑤퉁의 <쌀>(아고라 펴냄)이란 소설을 읽었다. 1920~1930년대 중국의 한 중소도시 '대홍기 쌀집'의 3대 이야기인 이 소설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몸과 운명을 헐값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비정이 무척 슬픈 작품이었다. 우리의 주식인 '쌀', 그 공감은 특별했다.

 

중국이 주빈국이라는 도서전 홍보에 <삼국지> <수호지> <십팔사략> <사기> 등 중국 고전들은 제법 읽었지만, <쌀>과 같은 중국의 근·현대 작품은 거의 모르고 있던 터라 이참에 중국 문학 작품들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많이 했다. 이런 기대는 지나친 걸까?

 

중국과 일부 출핀인들만을 위한 주빈국 제도

 

 

"10억이 넘는 중국에는 출판사가 몇 개 쯤 있고 출판시장은 어느 정도 규모래요?"

"글쎄요? 하기사 그런 것을 알려줄 안내문 하나도 없는 것 같던데, 지금처럼 몇 개 출판사 참여로 중국 출판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죠? 기대했는데 별로네요."

 

"중국 문학 작품들을 둘러보고 읽을 만한 책이 있음 몇 권 구입할 생각이었거든요. 꽤 많은 중국책들이 우리 나라에 나온 걸로 아는데 그런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는 아무리 봐도 안 보이네요. 꼭 필요한 코너 아니에요?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이니 조금만 신경 쓰면 가능할 텐데, 그럼 부스 사서 참여 못(안)하는 출판사들의 관심도 많아질 거고."

"정말 없어요? 좀 그러네…"

 

현재 주빈국 전시공간을 살펴보면, 도서 전시 공간, 만남의 공간, 이벤트 공간, 문화 전시 공간, 리셉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중 전시 공간에는 '중국 최우수 디자인 도서'와 '중국 판권 수출 도서' '중국 고전 그림책' 등과 중국 여러 출판 집단의 일반 도서들과 교과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눈으로만 보면 나름 볼 만하다.

 

하지만 중국어를 모른다든지, 나처럼 국내 출판된 중국 문학작품을 만나고 싶다거나 중국의 출판시장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공간이 아니었다. 별다른 안내글이 없이 중국의 여러 책들을 전시해 놓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중국 작품들을 모아놓은 공간도 전혀 없으니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어가 능통한 행사 관계자(단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에게 물어봤다. "그런 코너는 별도로 없지만 전시회를 둘러보면 각 출판사 부스에서 읽고 싶은 책은 찾을 수 있을 것"이란다. 그렇담 각 출판사마다 중국 관련 책만 별도로 모아놓게 했나?

 

하지만 어떤 출판사도 주빈국 중국의 출판물임을 알리는 안내문은 전혀 없다. 책도 당연히 별도로 모아놓지 않았다. 매년의 행사에서처럼 가장 많이 알리고 싶은 책들과 신간, 그간 출판된 것들을 전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참에 도서전의 주빈국 중국의 문학 작품을 좀 알고 싶었던 기대는 당연히 빗나갈 밖에!

 

마침 약간의 안면이 있는 출판사 한 편집자에게 이점에 대해 말했다. 그는 "2009년 주빈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전혀 안내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할 안내문 하나도 없고"라는 말과 함께 "이러니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처럼 명성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다.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인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판권 수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국제도서전이라는 명칭은 어떤 면에서 부적합하다. 봐라. 외국인 관람객이 얼마나 있는지. 올해부터 도입된 주빈국제도로 좀 더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판권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렇다 치고 내년에는 국내출판 주빈국 작품을 한군데 모아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관람객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출판도 더 활발해질 것이다."

 

전시와 함께 세미나, 대담, 출간기념회, 체험 등 30여개의 중국 관련 부대 행사들이 열린다. 주빈국 중국 부스에서 얻지 못한 것을 얻을 수 있나 싶어 홍보물을 꼼꼼하게 살펴봤으나, 일반인들이 참여할 기회는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 서화전만 빼고 대부분의 행사는 평일인 금요일에 끝나기 때문이다.

 

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행사 홍보책자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매년 관람객은 20만이 넘는다고 되어 있다. 관람객의 상당수는 나와 같은 일반 독자라고 생각한다. 20만에 달하는 관람객 중 중국어에 능통해 지금과 같은 전시로 중국의 문학과 문화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묻고 싶다. 출판인을 위한 출판인지, 독자들을 위한 출판인지를. 출판인들만을 위한 도서전인지, 20만 관람객들을 위한 도서전인지를.

 

그래도 볼만한 것 많은 2008 서울국제도서전

 

 

올해 처음 주빈국 제도를 도입했다는 특징만 빼면 전체적인 틀은 지난 해와 비슷해 보인다. 태평양 홀에는 주빈국인 중국관을 중심으로, 왼쪽과 뒤쪽에는 국내 출판물(출판사)과 북아트, 오른쪽에는 국외출판물 등이 있다. 어린이들을 동반하는 관람객이 많아 대체적으로 혼잡한 유아·아동도서는 지난해처럼 인도양 홀에 독립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지난해와 많이 다르다. 지난해에 비해 소규모 출판사의 참여가 많이 줄어 작은 부스는 거의 보이지 않는 반면 한국출판협동조합과 같은 여러 출판사들을 모은 큰 부스들이 우선 눈에 많이 띈다. 기독교 전문관과 대형서점의 제법 큰 홍보 부스까지 있는 것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점에 대해 일부 출판인들과 일부 관람객들은 "성서전을 방불케 한다. 지나치다"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서?" "빈익빈 부익부가 그대로 보인다"라며 못마땅해 했다. 한 독서운동가는 "독자들이 도서전에서 다양한 책의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올해는 전집 위주이고 진보적인 출판사들이 거의 참가하지 않아 아쉽다"며 씁쓸해 했다.

 

그래도 볼 것은 많다. 각 출판사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과 신간을 우선 홍보하기 때문에 신간을 20~30%까지 할인하여 판매한다. 국내에 나와 있는 2100여종의 잡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코너도 있고, 수입 디자인 원서를 30~50% 할인하여 파는 곳도 있다.

 

 

개인회원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책을 등록 판매하는 북코아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30%~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새 책과 헌책이 섞여 있으나 몇 권을 빼어 본 결과 새 책이 많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책들과 요즘에도 많이 읽히는 책들이 꽤 많으니 꼭 들러보도록!

 

출판 부스처럼 북아트 부스도 2006년과 2007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여전히 많다. 북아트 코너에서 만난 한 디자이너는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창의적인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라며 "전시회 각 코너들이 갈수록 대형화되고 중국관은 별로 볼 게 없어서 도서전 전체 커뮤니티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아트 코너는 뱅뱅 몇 바퀴를 돌아도 다시 보면 또 새로운 면이 보일 만큼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다. 예술적 가치의 작품으로만 남기도 하고 책에 직접 적용되기도 하는, 어쨌건 책의 일부분이 되는 것들이다. 일반인들이 '나만의 특별한 책'을 만들고 싶을 때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많고 아이들과 책을 만들어 본다거나 등 아이들 책읽기 지도에 도움 될 만한 것들도 많은 만큼 꼭 꼼꼼하게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부 북아트 작품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전시대에 준비된 장갑을 끼고 만져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는 만큼 담당자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작품의 의도나 만드는 방법 등을 물어 보았더니 모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눈으로 볼 때와 설명을 들을 때의 차이는 많다. 망설이지 말고 꼭 물어보도록! 출판사 부스도 대부분 친절했다.

 

 

 

활본과 목본 체험코너도 꼭 추천하고 싶다. 지금과 같은 컴퓨터출판 이전의 인쇄인 활본 인쇄 최후 기술자(종사자) 몇 분이 책의 한 부분을 선택하여 옛날 방식의 인쇄 모습을 시연한다. 이 코너에서 목판 체험도 할 수 있다.

 

외에 도서 카트에 책을 실은 다음 이동하면 몇 권인지, 어떤 책인지가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는 시스템과 도서대출, 도서 반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 한국전자산업출판전, 북아트공모전, 직지, 동의보감 기념전 등도 꼭 둘러보도록!

 

인도양 홀에는 중국서화 특별전과 어린이 책들을 전시했다. 코엑스 인근에 산다는 한 초등학생 엄마는 "매년 온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시아 풍물전이 함께 열려 시장 같았는데 이번에는 어린이 책만 전시해 깔끔하다"며 "지난 해보다 기후 관련 어린이 책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도서전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일요일에 아이들 데리고 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도서전은 18일(일요일)까지. 입장 마감은 6시 30분. 관람은 7시까지다.


태그:#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 제도, #중국, #코엑스, #2008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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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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