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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 추가협의를 했다며 20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2. SRM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에 수출된 쇠고기가 이런 규정을 위반했을 때 한국 검역당국이 수입위생조건 23조와 24조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했다.

 

이로써 문제가 됐던 "(소)척추의 횡돌기·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도 기존 합의문과 달리 수입이 금지되는 광우병위험물질(SRM)에 추가됐다"고 한다.

 

정부는 아마도 이 추가 협의를 들이밀며 국민들을 설득할 모양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 광우병 파동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핵심 비켜간 추가 협의... 국민 안심 못한다

 

첫째, 30개월 미만 소의 일부 SRM은 여전히 수입된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을 풀어버린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정부의 그 어떤 해명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국민들은 이전처럼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만 먹고 싶다. 그것이 핵심이다.

 

둘째, 강화된 사료조치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미국 FDA가 고시한 사료조치는 이전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이었다. 정부는 그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오역 파동까지 겪었다. 정부 스스로 협상타결의 주요 조건이었다던 사료조치가 오히려 후퇴했는데 이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고 추가협의 했다는 것은 이번 사태를 대충 넘어가려는 술책이다. 유럽연합이나 일본처럼 모든 연령의 SRM을 사료로 못 쓰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광우병이 발생하고 나서 수입 금지하면 이미 늦다.

 

광우병이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의 시간차를 고려하면 수입금지를 하더라도 이미 국내에 광우병 우려 쇠고기는 유통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험물질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후 금수조치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금수조치의 조건이 광우병 발생으로만 제한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이미 지금 미국에서는 불량쇠고기들이 대량 리콜되는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한국정부의 선택의 폭을 넓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네째, 가트 조항을 적시한다고 검역주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위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서로 합의한 내용은 지극히 일반적으로 옳은 말들 뿐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말들이 별 의미가 없다. 광우병이 생겼다는 것을 누가 언제 어떻게 공식화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미국이 걸고 넘어질 '과학적 조건' 등 한국정부가 실제로 금수조치에 들어가기 위한 제한요건들은 전혀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역주권의 문제는 단지 수입금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미국 내 도축장의 실태검사 권한도 90일 이후면 상당부분 없어지고 협정 위반시 제재조치 또한 해당 작업장만으로 제한되어 있어 너무 미온적이다.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이번 추가협의 자체가 사실은 정부 스스로 지난 협상이 잘못된 협상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정부나 보수언론은 마치 이번 추가협의로 큰 일이나 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왜 처음 협상 때부터 검역주권을 챙기지 않았는지, 척추의 횡돌기 등을 제외하지 않았는지 국민들의 답답함은 오히려 더 커졌다.

 

본 협상에서 제대로 협상다운 협상도 안 해보고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준 정부가 추가협의에서 얻을 게 있다 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더 얻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졸속협상해 놓고서 이명박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는 여전히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추가협의를 위해 또 뭔가 미국에게 뒤로 뭔가를 퍼주기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안전한 쇠고기를 먹고 싶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광우병 위험이 없다고 여겨지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를 원한다. (30개월 미만도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어 일본처럼 아예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자주적인 조치들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재협상에 따른 국가간 신뢰감을 중요시하지만, 자기 나라 정부로부터 삶과 생존을 거부당한 우리 국민의 비참한 심정, 그로 인한 국제적 망신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국민을 섬긴다는 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협상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이번 광우병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기존 협상결과를 전면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 전에 이번 협상을 책임진 정부 당국자에게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 매국협상에 대한 일벌백계의 본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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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쇠고기 협상, #추가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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