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와 유족들이 중심이 돼 독립운동 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광복회'가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시위를 '국론분열'로 표현한 성명을 내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성명에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선동 획책하는 세력은 "누구를 막론하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광복회는 24일 <한겨레>와 <중앙일보> 등 일간지에 '정부와 정치인 및 국민에게 드리는 성명서'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광복회는 글머리에서 "한창 공부에 열중할 어린학생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촛불시위에 동원되는 것을 목도하고 우리 생존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의 후예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 여기에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미국쇠고기 수입 반대 문제를 "정부관료들의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생긴 일이며, 이를 정치적 작태로 이용하려는 데서 파생된 하나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광복회는 이어 "우리는 지금 모든 정치적 이해를 초월해서 국론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앞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선동·획책하는 세력은 우리 선국선열 후예로 구성된 광복회원이 앞장서서 국가장래를 위해서 누구를 막론하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관복 선생 "정부 방침은 국론이니 복종하란 주장?"
이같은 성명이 발표되자, 이관복 선생(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고문)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 선생은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상설 선생의 삼종제(팔촌동생)로서, 최근까지 도제 이상설선생 기념사업회 감사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를 지냈다.
이 선생은 "정치의 소용돌이 시기마다 본연의 목적에 해당치 않는 정치적 논란에 가담했던 광복회가 이번에는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문제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여 정권에 아부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선생은 "광복회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부관료들의 준비와 홍보 부족'이라고 보는 것은 결론적으로 정부의 소고기 협상은 옳았고, 정부의 방침은 국론이니 복종하라는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이 선생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성장기의 학생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는 현실에서 자구책으로 촛불집회에 나서는 기막힌 현실을 '국론분열'이니 '동원'이니 하고 매도하는 것은 몰지각한 반사회적 범죄로서 선열을 욕되게 하는 짓"이라고 반박했다.
누리꾼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지금같이 나라가 어수선할 적에 이렇게 순국선열의 후예들이 나서서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고 비꼬았다.
또다른 누리꾼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모든 과거를 용서한다고 했을 때 광복회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말 당신들이 그토록 이 나라를 사랑한다면, 역사를 부정하려는 이 정부에게 먼저 일침을 가하라"고 비판했다.
이번 성명서 채택의 배경을 듣기 위해 26일 광복회에 전화를 걸었으나, 한 직원은 "(성명서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회장님을 비롯한 윗선에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광복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25, 26일 성명을 비판하는 게시물들 올라왔으나 26일 오후 현재 게시판을 폐쇄한 상태이다.
광복회는 민족정기 선양, 항일운동 기념사업전개,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 등을 목적으로 1965년 설립되었다. 초대 회장에는 3·1 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이갑성 선생이 취임했으며 현재는 김영일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광복회가 일간신문에 게재한 광고 전문이다.
<정부와 정치인 및 국민에게 드리는 성명서>
그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지켜보면서 한창 공부에 열중할 어린학생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촛불시위에 동원되는 것을 목도하고 우리 생존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의 후예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 여기에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관료들의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생긴 일이며, 이를 정치적 작태로 이용하려는 데서 파생된 하나의 사건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난날 순국선열들은 이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상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우리는 21세기 초반에 반드시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론이 통일되고, 높은 윤리와 도덕성, 남을 존중하는 배려정신, 모든 국민이 정직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고, 봉사하며 자기 희생을 할 줄 아는 국민이 됐을 때, 우리는 명실공히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선진국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우리 순국선열의 후예들은 이 나라의 정신적 문화강국을 만들기 위해서 목하 국민정신통합을 위한 '제2광복 새정신운동'을 광복 60주년, 2005년부터 실천해 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모든 정치적 이해를 초월해서 국론통일이 되어야 한다. 만일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는 영원히 영원히 한반도에서의 지나날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는 비운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선동·획책하는 세력은 우리 선국선열 후예로 구성된 광복회원이 앞장서서 국가장래를 위해서 누구를 막론하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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