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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받지 않아야 할 것은 다 받고, 받아야 할 것은 하나도 받지 않았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보면서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거기에 덤으로 국빈 방문중인 상대국에 대해 외교부의 관계자가 호통을 치는 수모까지 당했으니 이 정도면 설상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8일 원자바오 총리와의 만찬을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주요 일정이 끝났다.

 

이번 방문으로 나온 것들은 크게 ▲ 양국관계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 ▲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적극 검토 ▲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 강화 ▲ 무역·투자 확대를 위한 실질적 조치 등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우리에게 도움될 것이 없고 피해야 할 것이 대부분이다. 

 

우선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수사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대미관계와 대중관계를 같은 전략으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는 우리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합리한 내용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안에 북핵 문제 등 동아시아 쟁점 문제나 에너지 대책 등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실체가 없다. 

 

다음이 한중FTA다. 사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로서는 좋을 게 거의 없다. 농업 등 불리한 부분은 물론이고 현재 전기, 전자 등의 수출 부분도 갈수록 격차가 줄어들어 도움될 것이 없다.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된 데다가 물류적으로 봤을 때도 지척에 가까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을 때 우리나라가 받을 충격은 미국과는 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가 나서서 FTA을 주장한 것은 'FTA 망령'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반도 및 동북아의 협력 동반자 문제도 말은 '양두구육'의 전형적인 예다. 최근 중국은 일본과 다양한 루트에서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는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개입하고 컨트롤해야 하는 국가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더욱이 북핵 문제 등 군사나 인권 문제에서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 이는 한국과 북한의 관계에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 상호간에 친밀해지는 것을 막으면서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런 협의는 겉으로는 번지르르하지만 실속이 없는 전형적인 외교로 밖에 볼 수 없다.

 

무역 투자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뻔한 일이다. 무역이라야 중국의 물건이 우리나라에 주로 오는 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열어줄 것을 대부분 열어둔 상태다. 또 투자도 이미 할 분야는 대부분 했다. 2조 달러의 외환을 가진 중국이 한국에서 열을 올려 투자하는 것을 이미 그다지 반기지도 않는다. 이미 성(省)은 물론이고 시(市) 단위에서도 1000만달러 투자에 대해 콧방귀도 뀌지 않는 상황이다.

 

거기에 이번 조치에는 무역 확대와 균형의 논리까지 들어간 것을 보면 할 말을 잃는다. 지난해 대중무역 흑자는 180억 9천만 달러로 2년째 감소세였다. 올해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인해 흑자 감소폭이 10%대에서 20%대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이 폭을 줄이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주요 합의 사항이라는 게 모두 우리 나라에 좋을 것은 없고 불리하다고까지 평가할 수 있다. 비싼 기름으로 대통령이 중국까지 가서 받아올 내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에너지 방안, 사증 문제 등 주요 사안에 실적 없다

 

반면에 받아야할 것들은 아무 것도 받지 못한 느낌이다. 우선 중국 내 활동하는 한국 기업이나 거주자들의 안정적인 지원 방안은 실체가 없다. 중국 내에서 활동하다가 철수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합법적으로 철수를 하고 싶어도 다양한 규제로 인해 모든 것을 버리지 않으면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회사의 자산이 부채를 넘는 철수 기업도 중국 측이 정상적인 청산절차를 밟지 못하게 한 채 쫒아내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다.

 

사증 편리화도 논의했다고 하지만 당장에 나온 조치들은 이런 말을 비웃는다. 최근 중국 비자 발급 절차의 강화로 인해 재중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중국 상시 방문자들이 큰 곤욕을 겪고 있다. 또 중국내에서는 수차례의 비자 사기가 일어나 교민들이 곤욕을 겪고 있고, 중국 공안당국의 불법 비자 업체 단속과정에서 다수의 한국인 여권이 압수된 상태다.

 

또 정부가 장담했던 올림픽 기간 무비자 조치도 이미 물건너 갔다고 칭다오시 비자 담당 관리가 밝힘으로써 사증 편리화는 그저 명문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중 무비자 조치는 이미 한해 400만 명이 넘는 중국 출국자들의 편리뿐만 아니라 비자비를 아낄 수 있는 조치다. 또 이미 시작된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지로 한국을 선호하게 만들 수 있는 조치임에도 이런 조치는 요원하게 보인다.

 

사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에너지의 협력 관계였다. 지난 정부 최대의 실책은 에너지 확보 방안에 실패한 것이었다. 반면에 중국은 많은 공을 들여서 국제 에너지를 확보했다. 또한 자국의 매장량도 상당하다. 이 점을 고려해 사전에 상호간 에너지 교환 등 국익에 도움이 될 조치를 끌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논의된 것이 없다. 또 서해안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해상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조로수역 등의 정리 등 중요한 일들이 선행했어야 함에도 이 조치 또한 미흡하다.

 

이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받지 말아야할 것은 받고, 받아야 할 것은 받지 못하거나 말도 꺼내지 않은 청개구리 외교의 전형이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신정승 주중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이 여러 이유로 계속 미뤄지다가 이 대통령의 방중 당일인 27일 오후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야 이뤄졌다는 점에서 무대책 방중임이 드러난 것이다.

 

실무를 논의할 방문국의 책임자가 실체가 없는 경우가 어디에 있으며, 그런 상태에서 방문하는 국가 정상은 또 어디에 있을까. 우보슝(吳伯雄) 대만 국민당 주석과 같은 시기에 방문해 중국 정부와 언론에 푸대접을 받기까지 했다.

 

29일 오전 중국 최대 포털 '신랑'의 뉴스 메인면에는 일본 자위대가 지진 지역에 수송기를 파견한다는 기사나 후진타오의 우보슝 면담, 깐수성 102마리 판다의 생사 불명 기사는 있어도 이명박 대통령 기사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 과거 조공외교는 들고가면 받아 올 것이라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 중국 방문은 조공외교라는 단어도 아까운 실정이다. 뉴스 메인면에서도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소식은 없고, '한국 매체가 중국이 한국에 따오기를 기증하기 바란다'라는 기사만이 국제면을 장식하고 있다.


#중국#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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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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