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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까페 행정고시사랑 (http://cafe.daum.net/gosilove) 화면캡쳐
▲ 다음까페 행정고시사랑 (http://cafe.daum.net/gosilove) 화면캡쳐
ⓒ 황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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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행정고등고시' 2차 시험(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이 한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올해 합격을 목표로 하는 고시생이라면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어떤 것에도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터져 나오는 기상천외한 정책들 때문에 뉴스 시청, 검색에 엄청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장관 고시 강행으로 그 수위가 절정에 달했다고 하겠다.

행정고등고시. 대한민국의 중앙·지방 정부부처 5급 사무관을 임용하기 위한 시험으로 평균적 수험기간을 2~3년 잡아야 하는, 1년에 단 한 번 시행하는 시험이다. 그런 시험을 한 달 앞둔 수험생에게 있어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것에 견주는 값을 지닐 만한 행동이란 거의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 시점의 돌아가는 상황들은 책상머리를 털고 일어나 거리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져다 주고 있다.

책상머리 털고 청계광장으로 촛불 들러 갈 수 없는 그들

강하게 '추측건대' 실제로 거리로 나갈 수험생은 드물 것이다. 연행이라도 당할 경우 이어지게 될 불이익은 그토록 바라던 공직 진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될 것이며, 연행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소중히 혼신을 부어오던 시험이기에 그러하리라. 또한 그들의 어깨에 걸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정부가 그마저 의도한 것은 아닐 테지만 불투명한 향후 공무원 채용 규모도 차마 항거치 못하는 핑계에 기꺼이 들어갈 것이다.

'영혼없는 공무원'. 공직에 있으면서 따라야 하는 상급자에 대한 복종 의무와 지시 사항을 충실히 충족시킬 수 있는 논리개발에 자신의 소신은 철저히 제하여야 하는 두뇌 머슴. 그 이전의 단계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행정고시생들은 '영혼없는 고시생'의 단계를 밟을 것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행정고등고시 수험생들은 단지 공직이 갖는 직업의 안정성 때문에 이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적극적으로 이 나라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 이바지해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자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그들이 느끼고 있을 자괴감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면접관이 광우병 소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다면?

 다음 카페 '행정고시사랑'(http://cafe.daum.net/gosilove)에 올라온 글들.
 다음 카페 '행정고시사랑'(http://cafe.daum.net/gosilove)에 올라온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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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음 카페 '행정고시사랑'(http://cafe.daum.net/gosilove)에는 고시생들의 고민을 담은 글들이 최근 부쩍 올라오고 있다. 글들을 살펴보면, 행정고등고시 준비생들이 현 상황을 바라보는 고민이 담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대다수의 고시생들은 '쇠고기 협상'을 주도한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공무원들을 비난하기 보다 가엾어 했으며, 지난 28일에는 장관 고시에 반대 의견을 내어 화제가 된 정아무개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에게는 경외감을 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입건이 염려되어 일찍 갔다가 경찰과 대치 이전에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했다." - 닉네임 '냐암'

"정아무개 사무관의 용단을 접해들은 행정고시사랑 회원들은 이런 사무관이 되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 닉네임 '정사무관'

이외에도 닉네임 '오바하지마'는 "너무 화가 나서 잠이 안 온다며 자신의 오만한 지식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가슴에 다가온다"고 성토했으며, '유니엘르'는 "까라면 까야하는 공무원을 바라보며 이제껏 가져왔던 행정고시 준비에 대한 자부심에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반면 '냉무'는 "이상길 단장을 반면교사로 삼아 소신과 양심 그리고 책임과 소명의식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고 '역설'했으며, '승동'은 "3차 면접에서 면접관이 광우병 소고기에 대해 물어본다면 원래의 소신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서글퍼했다.

결국 이들의 글에서 행정고등고시 수험생들 스스로 그려보는 미래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었으리라. 과연 그들은 그들의 영혼을 빼앗기지 않은 채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을 수 있을까….

 다음 카페 '행정고시사랑'(http://cafe.daum.net/gosilove)에 올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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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행정고시#고시생#미국산 쇠고기#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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