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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님, 제가 이 호칭을 이렇게 정중하게 쓰는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저는 그동안 당신을 '이명박' 혹은 여러가지 별명들로 부르던, 당신보다 새까맣게 어린 스물한 살 여대생입니다.

 

이 대통령님, 오늘이 5월 30일이니 며칠만 있으면 취임 100일이시네요. 이거 축하드려야 할지 아니면 위로해드려야 할지 분간이 잘 안 갑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시는데 갈수록 100일도 안돼 지지율은 바닥을 치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그만 '열심히'하시고 '100일 휴가'를 다녀오시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100일에 얼마나 하실 일이 많겠습니까. '국민과의 소통' 자리도 한 번 마련하셔야 겠고, 특별사면도 거하게 하셔야겠고, 공무원들 승진도 좀 시켜줘야겠고, 이런 자질구레한 일 말고도 대운하부터 FTA까지 100일 잔치도 즐길 새 없이 당신이 하실 일들이 너무 많은 것 잘 압니다.

 

그래서 더욱 100일 휴가를 다녀오셔야 합니다. 100일 날만큼은 한 번 쉬어주십시오. 쉬시면서 당신이 불도저처럼 추진하고 있는 많은 일들도 잠깐만 손에서 놓아보십시오. '열심히' 밀어붙이면 어쨌든 된다고 믿었던 그 일들을 잠시만 그 자리에 두어 보세요.

 

하루를 쉬시든, 이틀을 쉬시든 100일 휴가에 드셔서 지금까지 당신이 밀어붙이던 그 힘이 과연 당신의 힘인지 아니면 '누구'의 힘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대통령님이 '알아서 다 해주겠다'고 말씀하실 때, 그 능력이 과연 당신과 당신 친구들에게서 나오는지 아니면 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성찰해 보십시오. 

 

저는 오늘 저녁 후배 녀석이랑 서울광장에 갈 참입니다. 어제 장관고시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저는 계속 친구랑 생중계만 보고 있었을 겁니다. 아마 그곳에는 '당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국민들이 나와있겠죠. 그리고 당신이 '최선을 다한 업무'를 비난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들의 뜻에 마음을 함께 하지만, 탄핵대신 부디 당신이 100일 휴가를 잘 다녀오길 빌겠습니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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