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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곤씨가 하우스 바닥에 깔린 비닐을 들어올리며 시범 설치된 산소관비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충곤씨가 하우스 바닥에 깔린 비닐을 들어올리며 시범 설치된 산소관비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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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은 두 배나 올랐죠. 파이프, 비닐 같은 자재값도 껑충 뛰었죠. 비료는 품귀현상까지 빚었죠. 또 인건비는…. 모든 것이 올랐어요. 그런데 농산물 가격은 계속 떨어지거든요.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시설하우스 5000㎡에서 산소관비농법으로 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김충곤(50)씨. '산소관비농법'이란 물과 액비, 산소를 땅속까지 공급해 토양 속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 튼실한 열매를 맺도록 하는 농사법을 일컫는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은 들이 키운 '섬지들 구례오이'의 브랜드 가치도 높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지리산과 맑은 물로 이름난 섬진강 주변의 오염되지 않은 흙에서 키운 덕이다. 지리산 산야초로 만든 퇴비까지 듬뿍 줘 맛도 담백하다.

농약과 화학비료도 안 쓴다. 노균병 등 오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은 미생물을 이용해 해결한다. 최고의 영양상태에서 제때 따서 선별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하기 때문에 상품성이 뛰어나다. 서울 도매시장에서 '구례오이'의 최고 값을 그가 차지하는 것도 당연한 일.

그가 지난달 하순 서울 도매시장에서 받은 경매가는 10㎏ 한 상자에 6500원. 그날도 함께 올라간 오이 가운데 최고 시세를 받았다. 최저 2500원을 받은 다른 농가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맛깔스럽게 생긴 구례오이. 도매시장에서 '구례오이' 가운데서도 늘 최고 값을 받는다.
 맛깔스럽게 생긴 구례오이. 도매시장에서 '구례오이' 가운데서도 늘 최고 값을 받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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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곤씨가 출하를 위해 상자에 오이를 담아 포장을 하고 있다. 날마다 하는 일이지만 생산비와 경매가를 생각하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김충곤씨가 출하를 위해 상자에 오이를 담아 포장을 하고 있다. 날마다 하는 일이지만 생산비와 경매가를 생각하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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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씨는 긴 한숨을 내쉰다. 도저히 생산비를 빼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수확해서 기름값과 여타 생산비를 빼면 남는 게 없고 생활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쌓이고 있다. 지난 1995년 귀농 이후 최대의 고비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저는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한 상자에 2500원은 농사비용은 놔두고라도 출하비용도 안되는 돈입니다. 출하하는 것만으로도 손해죠. 오죽하면 시설원예 농가들 사이에서 '모든 국민들로부터 동정이라도 받고 있는 한우농가가 부럽다'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그에 따르면 오이 한 상자를 출하하기 위해서는 박스 제작비, 운송비, 주재비, 판매수수료, 하역비 등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만원 안팎을 받았던 것에 비교할 때 천양지차다.

뿐만 아니다. 중간상인들의 농간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친환경 농산물을 이윤이 적게 떨어진다는 이유로 상인들이 외면한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인들은 이윤이 한 푼이라도 더 남는 일반농산물을 선호한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 하여 농가에서는 비용을 더 들여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들 손에 가져가보지도 못한 채 상인들한테 괄시받으며 심지어 일반농산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일까지도 생긴다는 게 그의 얘기다.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김씨는 "농민들은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하면 행정기관에서 따로 권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한다"면서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권유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 대한 판매를 보장해 돈벌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중간상인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거래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지리산과 맑은 물로 이름난 섬진강 주변의 오염되지 않은 흙에서 자라고 있는 '구례오이'. 오래 전부터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지리산과 맑은 물로 이름난 섬진강 주변의 오염되지 않은 흙에서 자라고 있는 '구례오이'. 오래 전부터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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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례오이, #섬지들, #김충곤, #시설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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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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