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한 해 동안 샴푸 등 8개 품목에서만 나온 묶음포장 쓰레기가 4372톤. 묶음포장은 개봉하는 순간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 사진은 11월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포장재 줄이기 캠페인 소비자 발대식'에 참가한 시민단체 회원들.
지난 한 해 동안 샴푸 등 8개 품목에서만 나온 묶음포장 쓰레기가 4372톤. 묶음포장은 개봉하는 순간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 사진은 11월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포장재 줄이기 캠페인 소비자 발대식'에 참가한 시민단체 회원들. ⓒ 김대홍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광화문 거리에서만 기적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쓰레기를 만드는 기업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포장재 줄이기 협약식'에는 환경부와 LG생활건강 등 18개 생활용품 제조·유통업체가 참여했다. 캠페인 내용은 '30-80 프로그램'. 올해 지난해 대비 30%를 줄이고, 2012년까지 지금보다 80%까지 줄이겠다는 뜻이다.

6월 2일에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GS리테일·농협유통과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유한킴벌리 대표들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모여 범국민 캠페인 약속을 했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이마트 114개 점포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서는 일제히 묶음포장을 없앤 할인상품을 선보였다. 기존 묶음포장 제품의 경우 샴푸(1만원)+린스(8천원)을 묶음포장으로 살 경우 6천원 내려서 1만2천원에 파는 식으로 팔았다.

그러나 이젠 캠페인에 참여하는 매장에 가면 낱개 샴푸와 낱개 린스를 함께 살 경우 묶음포장에 해당하는 할인가격에 사고, 2% 마일리지 적립까지 받을 수가 있다. 2%는 묶음포장을 없애면서 생긴 이익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개념이다.

같은 날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업계까지 참여를 선언했다. 일주일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반응이 뜨겁다.

이번 캠페인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18개 기업과 조선일보, 환경부가 함께 추진한다.

묶음포장, 사자마자 쓰레기통으로...

 6월 11일 11시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포장재 줄이기 캠페인 소비자 발대식이 열렸다. 발대식엔 자원순환사회연대, 소비자시민의모임, 서울YWCA, 녹색소비자연대, 부산환경운동연합, 광주YWCA, 대전소비자시민의모임,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시민단체가 골고루 참가했다.
6월 11일 11시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포장재 줄이기 캠페인 소비자 발대식이 열렸다. 발대식엔 자원순환사회연대, 소비자시민의모임, 서울YWCA, 녹색소비자연대, 부산환경운동연합, 광주YWCA, 대전소비자시민의모임,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시민단체가 골고루 참가했다. ⓒ 김대홍


한편 6월 11일 오전 11시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자원순환사회연대(집행위원장 김정욱)와 시민단체 7곳 회원 30여명이 모여 '그린마일리지 30-80 캠페인' 실시를 선언했다. 소비자시민의모임, 서울YWCA, 녹색소비자연대, 부산환경운동연합, 광주YWCA, 대전소비자시민의모임,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시민단체가 골고루 참가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묶음포장을 만들고 유통하지 않겠다고 나선 마당에 소비자들도 함께 해야겠다고 느낀 것.

이날 사회를 맡은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처장은 "소비자 행동이 필요하고, 이 운동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 확산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라고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플라스틱 1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11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면서 포장사용을 줄일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설명했다.

 벗겨낸 묶음포장.
벗겨낸 묶음포장. ⓒ 김대홍

참가자들 앞엔 긴 탁자가 있고, 한쪽엔 묶음 포장, 또 한쪽엔 낱개 물건이 놓였다. 양쪽 내용물은 똑같다. 한눈에 보기에도 묶음포장 덕분에 왼쪽이 두 배 가량 풍성해 보인다.

그린마일리지 소비자의 다짐 선서식을 한 후 일제히 묶음포장을 벗겨 냈다. 몇 상자분이 나온다. 이런 묶음포장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집에 오자마자 쓰레기통으로 간다. 때론 매장에서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때도 있다.

근처에서 이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한 주부에게 말을 건넸다. 주부는 "묶음포장을 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보를 위해 길가에 물건을 내놓고 파는 로드숍에서 산 적이 많다고. 산 이유를 묻자 "급해서"라고 답했다.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란 설명이다.

또 다른 이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서 묶음포장 제품을 산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이 두 가지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현재 이 운동은 역대 어느 환경캠페인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은 "묶음포장을 없애는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운동이기 때문에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장쓰레기는 2006년 기준 연간 6200톤이 나와 840억원 포장 비용이 생겼다. 이 중 프로모션팩을 통해 나오는 포장쓰레기량이 매우 많다. 프로모션팩의 경우 2007년 한 해 동안 샴푸 등 8개 품목에서 4372톤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묶음포장#포장재#쓰레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